환경보존 아름다운 공동체 가꿔가는 "군포환경자치시민회"
2003/2003년 03월 :
2003/02/25 00:00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주부들이 나섰어요'
군포쓰레기소각장반대운동"을 계기로 1997년 11월 10일 창립한 "군포환경참여자치시민회" 지난 5년간 군포시를 상대로 주민자치운동을 벌이고 있고, 군포의 허파 수리산지키기운동,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군포생협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주부들이 자발적 참여로 활기있는 군포 시민운동의 현장을 찾아가 보자.
달달 볶은 머리.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서 홍세화 선생은 파리공항에서 오랜만에 상봉한 부인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개성 없이 유행을 좇아간다고 일침을 놓았지만, 유독 그 헤어스타일이 정겹게 느껴질 때가 있다. 후덕한 아줌마를 만났을 때다.
“어머,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추운데 서 있었어요, 세상에나. 쯧쯧.”
군포환경자치시민회 김희정 사무국장은 기자의 손을 덥석 잡고 이리저리 비벼주며 따스한 체온을 전해주었다. 일명 ‘군포스타일’ 아줌마들. 그들은 동선 짧은 사무실에서 종종걸음 치면서도 낯선 사람에게 친근한 눈인사 건네는 걸 잊지 않았다.
“아유∼ 오늘 우리가 군포생협 총회가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정
신이 없네. 뭐 드릴까? 커피? 요즘 아가씨들은 어떻게 마시나…. 우리 아줌마들이야 그냥 국물스타일로 후루룩 마실 수 있게 타는데. 어때요, 싱겁지 않아요? 후후.”
음식쓰레기를 오리농장으로
환경보전·주민자치·수리산지키기·아름다운 생활공동체를 지향하는 군포환경자치시민회(공동대표 이금순·이대수 이하 군포환경자치)는 이 동네 사는 엄마들이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동네를 맑고 밝고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만든 시민단체란다.
‘군포쓰레기소각장반대운동’을 계기로 1997년 11월 10일 창립한 군포환경자치는 지난 5년간 군포시를 상대로 주민자치운동을 벌이고 있고, 군포의 허파 수리산지키기운동,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군포생협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인구 28만의 도시, 군포. 이곳엔 여느 수도권의 신도시 개발에서 쉽게 볼 수 있듯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다. 이 아파트단지에 쓰레기소각장이 세워진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등교거부운동까지 벌이며 쓰레기소각장반대운동을 펼쳤다. 왜 쓰레기소각장이 필요한가로부터 시작된 고민은 결국 주민들의 자발적 결의로 음식물쓰레기 사료화 등의 대안을 창출해내기도 했다.
“쓰레기소각장 안 지으면 그 쓰레기 다 어떻게 처리할 거냐고 했을 때 주민들이 고민에 빠졌지요. 와, 이거 어떻게 하지? 그때 6단지 주부들이 나선 거예요.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만들자! 음식물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오리농장에 갖다줬지요. 지금은 군포시가 그 일을 맡아서 해요. 주민이 먼저 나서고, 나중에 관이 받아 유지·발전시키는 경우지요.”
이뿐 아니다. 군포환경자치는 주부들이 중심이 되어 포장재 줄이기, 우유병 되살려 저금통 만들기 등 폐기물의 재활용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갔다. 아파트단지에 사는 주부들을 중심으로 폐기물 재활용 운동이 본격화 하자 이제는 안전한 식탁을 위한 먹거리운동에 시선이 쏠렸다. 그들은 2001년 2월 15일 군포생협추진위원회를 띄우고 주민들이 직접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생협운동을 시작했다.
“유기농산물로 만든 오향장육 드셔봤어요? 정말 맛있어요. 우리는 생협 물품으로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를 주부들과 함께 만드는 요리교실, 환경호르몬 문제를 고민하는 주부공부모임, 육식이 세계를 어떻게 망치고 있는가를 연구하는 채식식단교육… 그런 걸 병행하면서 생협운동을 하고 있어요. 생산지 기행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활동 중 하나입니다.”
생협 추진위원비 3만 원 이상, 월 2만 원의 회비를 내면 군포생협에 가입할 수 있다. 생협에 가입하면 유기농 생산지와 직결된 ‘안전한 식품’을 먹을 수 있게 된다. 현재 군포생협에는 180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으며, 21세기 생협연대와 네트워크를 맺고 있다.
압력밥솥으로 다림질을!
군포환경자치에 가입한 회원들은 수리산자연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 하천, 갯벌기행은 물론 새기행, 들꽃기행, 곤충교실, 문화기행 등도 함께 한다. 수리산자연학교에서 주관하는 ‘환경교실’을 통해 생태교육을 받은 엄마들은 용인 안성 등지의 학교로 ‘환경교육’ 강의를 나가기도 한다. 집안살림 하느라 자아실현을 등한시했던 주부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다.
2000년 3월부터 벌인 ‘에너지절약운동’에도 주부들은 톡톡히 한 몫 했다. 내복 입기 캠페인은 두 말 할 나위 없고, 가정에너지 점검을 통해 대안에너지 마련까지 고민하는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에너지 절약은 주부들이 가장 실천적이에요. 어떤 주부는 압력밥솥으로 다림질을 한다고 하고, 세탁기 돌리는 대신 손빨래로 대처한다는 분도 있어요. 전기사용료야 기껏해야 몇천원 차이지만, 이런 노력이 에너지 고갈에 대응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한다고 생각해요. 또, 집에서 아이들이 여기저기 불 켜고 다니면 돌아다니면서 끄는 게 엄마잖아요. 오죽하면 애들과 함께 가정에너지 점검표를 만들어 실천하고, 전기요금 줄어들면 그만큼 용돈으로 환원해줘요. 마당극 <바람개비>를 보여주며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도 알려주지요.”
군포시 산본2동과 군포1, 2동은 주민자치센터의 모범적 운영으로 유명하다. 대부분 ‘동사무소의 백화점 문화센터화’로 전락하고 있는 마당에 이곳에서는 주민만족실을 통해 공무원, 민간단체가 함께 주민자치센터의 역할과 임무 등에 대해 조사하고 대안을 마련한다. 주민자치, 센터운영, 지역사회연대 세 관점에서 무엇이 올바른가 꾸준히 점검하고 토의한다고.
“살기 좋은 동네는 공무원끼리, 시민단체끼리, 주민끼리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해요. 동네에선 모두 협력해야 합니다. 지역적 협력의 가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거지요.”
생태, 환경, 자치를 모토로 군포를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군포참여자치의 회원은 총 650명. 그중 여성이 400명이다. 이제야 이해가 된다. 왜 사무실에 남자가 하나도 없었는지. “아유∼ 아빠들은 너무 바빠! 안 그래도 요즘 ‘남성 할당제’를 보장하라고 난리예요. 하하. 그런데, 다들 회사에서 일이 너무 많으니까 동네 일에 참여하기 참 힘들지요. 전 80년대 학생운동을 하고 공장에 위장취업을 해서 살다가 99년에야 군포참여자치에 결합했는데요. 세상은 평범한 주부가 바꾸고 있더라구요.”
김희정 사무국장은 평범한 눈이라야 동네를 살기 좋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수리산 초막골 공원의 생태공원화, 시장 판공비 공개운동 등 군포의 현안은 산적하다. 그렇지만, 쉽고 재미있고 아기자기하게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차분하게 해간다는 생각이다.
“저변확대가 쉽지 않아요. 주로 자원봉사 인력으로 움직이지만 재정도 어렵지요. 무엇보다 일하겠다는 젊은이가 없는 게 문제지요. 그렇지만 실망하지 않아요. 생태도시, 안전한 공동체, 주민자치는 시대의 흐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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