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운동중계차 부산 : 부산 시민들, 러브호텔 퇴출운동 나서
2003/2003년 03월 :
2003/02/25 00:00
러브호텔, 주택가 50m 밖이면 된다?
“여관은 잠자는데 아니에요? 사람들이 대낮에 왜 자꾸 여관으로 들어가요?”
“그건 말야, 사람들이 멀리서 출장 와서 밤새 일하고 낮에 쉬려고 들어가는 거야….”
골목 하나를 두고 러브호텔을 마주하고 있는 부산 다대포 성원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러브호텔로 들어가는 차들을 보면서 부모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진다고 한다. 대답할 때마다 식은 땀을 흘리며 곤혹스러워하던 부모들, 주택가로 급속히 밀고 들어오는 러브호텔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며 팔을 걷어 붙였다. 늘어나는 러브호텔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의 싸움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연말이다.
‘러브호텔’을 굳이 정의하면 은밀히 성(性)을 즐기려고 하는 남녀가 이용하는 숙박업소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법적으로는 숙박업소로 분류되나 실상 숙박업소가 아니며 사회적으로는 청소년유해환경으로 분류된다.
아이들의 정서와 교육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하여 주민들은 러브호텔이 주거지 근처에 들어서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미 몇몇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해당 구청에 민원도 내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해보았으나 구청에서는 러브호텔이 법에 따라 정당하게 건축 허가를 받았으므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구청에서 건축허가신청을 반려하더라도 사업주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95%이상 구청에 패소판결이 내려지는 현실이다.
숙박시설은 건축법과 도시계획조례를 적용받는다. 건축법에서는 건축위원회를 통해 교육환경 침해여부를 판단하여 허가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으나 판단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건축위원회가 소방, 안전, 건축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돼 교육환경 침해 여부를 판단할 만한 전문성이 없기 때문이다. 도시계획조례에는 단 하나의 규정이 있는데, 그것은 이격거리(상업지구에 숙박시설을 지을 경우 주거지로부터 유지해야 하는 거리)에 대한 것이다. 이격거리는 지역마다 다른데, 부산은 50m다. 그러나 50m는 주거지와 러브호텔을 격리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너무 짧은 거리다. 주택이 지어지기 전에 숙박업소 허가가 먼저 나 숙박업소를 기준으로 주택의 이격거리를 따져야 하는 뒤바뀐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부산지역 시민단체들과 지역주민들은 이러한 불합리한 조례부터 개정키로 하고 ‘러브호텔난립규제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법률, 행정, 건축분야의 전문가들도 합세했다. 이들은 주거지로부터의 이격거리를 강화하고, 청소년 정서와 교육환경 유해 여부 심의가 선행되도록 조례를 개정하려고 한다.
또 건축허가 전 주민의견청취제를 의무화하여 민원을 예방토록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는 시의원들에게만 맡겨 두어서는 개정이 요원하다고 보고 지방자치법에 명시된 주민조례개폐청구권을 활용하기로 했다.
주민 5만 3000명의 서명을 받아 주민 직접 발의로 조례를 개정하기 위해 서명 작업에 바쁘다. 대책위는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되리라고 결코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주민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것이 중요한 변화라고 보고 이러한 노력이 시민을 생각하는 행정과 법제도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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