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달마다 명절이 있다. 정월은 설과 대보름이 있고 3월은 삼짇날, 4월은 초파일, 5월은 단오, 6월 유두, 7월 칠석과 백중, 8월은 한가위, 9월 구일, 10월 모날, 동짓달 동지, 섣달 그믐이다.

그 중 완전히 잊혀진 날이 2월 초하루인데, 2월 초하룻날에 우리 조상들은 콩을 볶아 먹었다. 겨울철 지방과 단백질 부족으로 얼굴에 버짐이 피고 노인들의 기력이 쇠할 즈음 볶은 콩으로 기운을 보충해줘야 한다는 조상들의 지혜인 것 같다. 흰콩, 검은콩 가릴 것 없이 그대로 볶아 식구대로 먹고 이웃도 먹고 서로 나누며 종일 먹고 다녔다. 노인들은 볶은 콩을 갈아서 밥에 버무려 먹기도 했다.

야생 콩의 자생지가 만주남부지방으로 고구려의 옛 땅이니 콩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라고도 할 수 있다. 삼국시대부터 재배된 기록이 있으며 오곡의 하나로 오랫동안 우리 식생활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

콩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단백질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균형 있게 배합되어 있으며 다른 식물성 단백질에서 부족한 리신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풍부한 단백질 때문에 예로부터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렸으나 나는 그 말이 기분 나쁘다. 옛날 배고픈 시절 쇠고기 귀할 때나 하던 소리지 요즘처럼 배합사료, 항생제 먹이고 광우병에도 걸리는 쇠고기를 콩에 비할까. 쇠고기를 오히려 ‘외양간에서 나는 콩’이라 불러야 옳다.

지방 함유량은 18% 정도인데 대부분이 불포화 지방산이며 그 반 이상이 최상급의 리놀레산이다. 또 리놀레산이 안정적으로 작용하는 데 필요한 비타민E도 충분히 들어 있어 동물성 지방의 과잉섭취로 인한 콜레스테롤을 깨끗이 씻어 내는 역할을 한다.

콩류는 대두, 땅콩 등 지방질이 많고 탄수화물이 적은 것들과 팥, 녹두, 완두, 강낭콩 등 지방질이 적은 대신에 탄수화물이 많은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화율까지 고려해 인체에 흡수되는 대두의 단백질 양과 지방의 양은 각각 우유의 약 11배, 3배에 이른다. 콩은 날것으로 먹으면 거의 소화가 안되므로 반드시 익혀먹는 것이 좋고, 된장이나 두부는 익힌 콩보다 소화율이 훨씬 높아 된장은 80%, 두부는 95%가 소화된다.

항암작용과 골다공증 예방, 동맥경화와 뇌졸중 예방, 치매 예방, 노화 방지(특히 검버섯 방지에 탁월), 변비 예방, 숙취 해소 등 콩의 효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다. 옛날 형무소에서는 매일 콩밥에 소금만 버무려 주어도 몇 십 년 병나지 않고 버텨냈다지 않은가.

콩은 그 자체만으로 갖가지 우수한 영양가를 가지고 있는데, 콩 단백질은 간장이나 된장의 숙성과정에서 분해되어 쉽게 소화 흡수된다. 그리고 장의 발효과정에서 원래 콩에는 없었던 기능성분이 새로 생겨나기도 하고, 약했던 것이 강화되기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엇이고 좋다고 하면 마구 먹어대는데, 콩 역시 좋다고 너무 먹으면 변이 무르고 배가 아플 때가 있다. 이 때 치료제로는 동물의 쓸개가 좋다.

어릴 적 나는 명절 때 만든 콩강정을 싫어할 정도로 콩 먹기를 싫어했다. 그러나 지금은 콩 안 넣고는 밥하지 말라고까지 한다. 싫든 좋든 콩은 꾸준히 먹어야 건강에 좋다. 먹기 힘들면 가공해서 먹으면 된다. 두부, 콩나물, 청국장, 된장, 강정, 졸임 등으로 먹고, 종이장판지에 콩기름 바르고 깔고 자는 것도 좋다.

임락경 시골교회 목사
2003/02/25 00:00 2003/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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