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일하는 커피노동자는 무려 2500만 명. 커피 경작에 사용되는 농지 면적만 해도 전세계적으로 110만 헥타르가 넘는다. 연간 커피콩 소비량은 120억 파운드. 그러나 커피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인건비는 얼마나 될까.

당신의 커피 잔 속에는,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자란 커피입니까, 농약과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자란 커피입니까.

커피는 세계에서 석유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 중의 하나입니다. 커피콩을 경작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 50여 개 국에 커피 노동자는 무려 2500만 명에 달합니다. 커피 경작에 사용되는 농지 면적만 해도 세계적으로 1100만 헥타르가 넘고요. 커피의 최대 생산국이며 수출국은 브라질로 그 다음이 콜롬비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그리고 멕시코입니다. 또 세계 연간 커피콩 소비량은 120억 파운드에 달합니다. 정말 엄청난 양이지요? 그런데 이 엄청난 커피를 마셔대는 사람들 중 자신이 마시는 한 잔의 커피를 생산하기 위해 커피 노동자들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리는지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요. 이들에게 얼마만큼의 보상이 돌아가는지 아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될까요.

다른 모든 농부들도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커피 농장 노동자들 역시 가난과 빚에 쪼들려 살아갑니다. 더군다나 지난 7년간 세계 커피 가격은 무려 80%나 폭락했습니다. 아, 그런데 왜 우리가 마시는 커피 가격은 내려가기는커녕 점점 오르기만 하느냐고요? 아니 그걸 정말 몰라서 물으시는 건가요? 그야 스타벅스나 네슬레 같은 대규모 커피 회사들이 중간에 그 이윤을 다 가로채기 때문이지요. 스타벅스가 비판받는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어쨌든 다시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렇게 세계적으로 커피 가격이 폭락하면서 생산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커피콩을 판매할 수밖에 없게 된 커피 노동자들은 심각한 위기에 처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더 이상 기본적인 의약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먹는 것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탄자니아에서는 부모가 더 이상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수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쫓겨났습니다. 학교에 갈 돈조차 없는 아이들은 먹고살기 위해 농장에서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커피 원산지로 국가 수입의 2/3를 커피콩 수출에 의존해온 에티오피아는 수입의 1/3이 줄었고 국민 전체가 엄청난 기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멕시코에서는 최근 도저히 커피 농사로는 가족을 먹여살릴 수 없게 된 농부 수천 명이 고향 땅을 떠났습니다. 엘살바도르에서는 3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니카라과의 6만 명 이상의 커피 농장들은 늘어가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농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콜롬비아와 페루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결국 농부들로 하여금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류 작물 생산에 손을 대게 만들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커피 가격이 폭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소비량에 비해 커피콩이 너무 많이 생산되기 때문인데요,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된 데는 또 IMF와 세계은행의 ‘공로’가 큽니다. IMF와 세계은행이 제3세계 국가들에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하나로 대규모 농장을 이용한 커피콩 생산을 ‘권유’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커피 생산량이 극적으로 증가한 것은 베트남이 새롭게 커피 경작국가로 등장하면서부터였는데요. 베트남은 원래 커피콩 경작국가가 아니었지만 IMF의 구조조정 정책으로 수출 위주의 커피콩 경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베트남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커피콩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구조조정의 결과는 어떨까요? 현재 베트남 농부들이 커피콩을 팔아 얻는 돈은 생산비의 60%도 채 안됩니다.

거대 커피회사들 제3세계 노동착취로 이윤취득

자 그럼 여기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한 잔의 커피가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기까지 커피는 여러 과정을 거칩니다. 커피콩 생산업자에서 중간거래상들에게로, 그리고 다시 수출업자, 수입업자, 커피콩 가공회사와 소매업자들을 거쳐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닿게 되는데요. 커피 노동자들이 ‘코요테’라고 부르는 중간거래업자들은 가난한 농부들에게서 시장 가격의 반도 안되는, 때로는 생산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커피콩을 사갑니다.

이 과정에서 먼저 중개업자들이 상당한 이윤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윤을 얻는 것은 무엇보다도 커피콩 가공회사들입니다. 특히 세계 커피콩의 60% 이상을 거래하는 대규모 커피콩 가공회사들, 우리도 잘 알 고 있는 맥스웰 하우스, 크라프트(Kraft), 폴져스(Folgers), 밀스톤(Millstone), 산카(Sanka), 프록터 앤 갬블(Procter&Gamble), 필립 모리스, 네슬레 등이 벌어들이는 이윤은 엄청납니다. 네슬레의 경우 인스턴트 커피로만 약 26%의 마진을 남긴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미국을 비롯한 제1세계의 거대 커피 회사들이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제3세계 국가들에서 노동착취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윤을 벌어들이는지는 이제 알겠는데 왜 하필이면 맥스웰 하우스도 네슬레도 아닌 스타벅스를 유독 문제삼느냐고요? 반세계화 운동이 스타벅스를 지목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커피콩 거래 점유율에서는 다른 회사들보다 떨어지지만 파운드 당 이윤을 가장 많이 남기는 것이 스타벅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슈퍼에서 맥스웰 하우스 한 봉지를 살 때 이 중 커피콩 생산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6% 정도입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실 때 커피콩 생산자들은 그 금액 중 겨우 1%를 받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바로 스타벅스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지점을 가지고 있는 커피숍 체인이기 때문입니다. 스타벅스는 심지어 지난해 커피콩 경작국가인 멕시코에도 체인점을 개설했는데요, 멕시코의 스타벅스 체인점은 스타벅스가 공격을 받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멕시코의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의 가격이 멕시코 커피 노동자들의 하루 임금보다 비싸니 말입니다.

하루노동에 3달러

현재 커피 농업은 이렇게 제1세계의 소비를 위해 제3세계가 희생하는 일종의 ‘식민지 농업’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원래 커피 농업은 아주 친환경적이고 낭만적인 것입니다. 커피나무는 다른 키 큰 나무들의 그늘에서 자랍니다. 그래서 전통적인 커피 농장들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우거져 숲을 이루고 그 나무들을 찾아 깃든 새들의 노랫소리가 하루종일 울려퍼집니다.

커피나무에 그늘을 드리우기 위해 심은 나무들에서 농부들은 과일과 땔감을 함께 얻고 커피콩들은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자랍니다. 이렇게 자라는 커피를 ‘그늘 커피(shadow coffee)’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IMF나 세계은행은 단기간에 많은 커피콩을 얻기 위해 나무 그늘이 필요없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커피나무를 기르는 농사법과 대규모 산업화된 농장을 구조조정 정책의 하나로 농부들에게 강요했습니다. 대규모 농장에는 더 이상 노래하는 새들도 과일과 땔감을 주는 나무도 없습니다. 거기에는 오직 엄청난 농약과 헐벗은 산과 하루 3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고 뼈빠지게 일하는 임금노동자들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 혹시 커피를 마시고 계신가요? 당신의 커피 잔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습니까?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자란 향기로운 커피인가요, 아니면 뜨거운 태양 아래 농약에 하얗게 뒤덮인, 어린 탄자니아 소녀들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커피인가요?

강은지 (민족21 기자)
2003/03/25 00:00 200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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