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맛, 짠맛, 신맛, 쓴맛, 단맛을 내는 식품을 가리켜 오신물이라고 한다. 모든 요리사나 주부가 날마다 이 다섯 가지 맛을 가지고 음식을 만든다. 어떤 것을 얼마나 더 쓰고 덜 쓰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진다. 어떤 음식은 어떤 맛을 빼어야만 맛이 더 잘 나는 수가 있다. 매운 맛은 주로 고추로 내는데 조선시대 초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고추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제사음식에 고춧가루를 쓰지 않는 사실에서도 선조들이 오랜 세월 고추를 먹지 않고 살아왔다고 짐작할 수 있다.

신맛이 나는 음식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신맛은 식초가 아니어도 막걸리나 김치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체에서 신맛을 내는 좋은 요리법도 있다. 쓴맛을 내는 양념도 따로 없는데, 채소나 나물 자체가 쓴맛을 내는 것들이 있다. 단맛 역시 양념보다는 곡식이나 채소에 들어있는 단맛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맛있고 질 좋은 음식으로 친다. 그러나 단맛을 내는 전통적인 양념으로 꿀이 있고 엿이나 조청도 사용했다. 근래에 서양에서 설탕이 들어와 손쉽게 단맛을 낼 수 있게 되었는데 설탕은 주로 간식을 만들 때 사용한다.

그러나 짠맛을 낼 적에는 채소나 곡식 자체가 가지고 있는 짠맛 가지고는 오늘날 우리 인간들의 입맛을 맞출 수가 없다. 물고기들은 그렇게 짠맛을 먹어대도 살 자체는 싱거운 맛을 유지한다. 산짐승들은 짠맛과는 무관하게 살아간다. 가축은 짠맛을 필요로 하지만 짠맛을 안 주더라도 건강하게 살아가고, 또 달라고 보채지도 않는다. 개, 고양이, 돼지, 닭, 오리들이 집을 나가면 야생동물이 되는데 일부러 소금을 먹이지 않아도 더 건강하게 잘 지낸다.

오신에는 들지 않지만 고소한 맛, 떫은맛도 빼놓을 수 없다. 고소한 맛도 식품에 들어 있고 떫은맛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참 까다로운 동물이다. 어떻게든지 다섯 가지 양념을 진하게 먹으려고 기를 쓴다. 곡물이나 채소 자체에 들어있는 맛을 즐기면 좋으련만, 밖에서 첨가된 양념 맛이 재료 맛을 이겨내야만 맛있다고 한다. 이렇게 변해 버린 것이다. 소금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이들이 있고, 어떤 이는 식탁에 소금이 없으면 당장 마누라, 딸, 며느리를 불러댄다.

의사들은 약을 가지고 사람들을 건강하게도 만들고 병을 키우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요리하는 사람들은 음식으로 사람을 건강하게도 만들고 병을 만들기도 한다. 단맛이 지나쳐 난 병은 쓴맛으로 고친다. 음식의 맛을 내는 방법에 따라 사람이 건강해지기도 하고 병들기도 한다. 우리의 말버릇에도 있듯 맛있는 음식을 보면 죽는 것을 넘어 ‘죽여준다’고 한다. 그러나 죽여주는 요리 자주 먹으면 중독되어 정말로 죽게 된다. 사람이 병이 나면 우선 모든 양념이 싫어진다. 그러나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찾는다. 양념 맛이 아니라, 식품 자체에 들어있는 맛을 즐기는 것이 바로 건강 비결이다.

임락경 시골교회 목사
2003/03/25 00:00 200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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