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 한 컵 들고, 침을 튀기며 SBS 드라마 <올인>의 인하(이병헌 분)를 예찬하는 여고생들. 어깨에 맨 묵직한 가방이 꽤 안쓰럽게 보였으나 그들의 발걸음은 오히려 경쾌하다. 화창한 봄날의 아름다운 주말 아닌가.

4월호 수다방엔 세 명의 대학생을 모셨다. 김수원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4학년, 김지윤 서울대 인문학부 2학년, 오주현 성균관대 인문학부 2학년. 3월 15일 오후 2시부터 펼쳐질 제9차 참여연대 총회의 일손을 돕고 있는 그들에게 30분만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하고, 덕성여고 강당 한 귀퉁이에 앉았다. 운동장에 내리 꽂히는 햇빛이 눈부신 날엔 종종 수업을 땡 치고 자전거를 타러 갔던 ‘그때 기억’을 떠올리며 요즘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대해 물어보았다.

김수원: 요즘도 땡땡이 치는 학생들은 있어요. 그런데 많지 않아요. 막걸리를 마시며 시대를 고민하고 밤샘 토론하는 문화는 별로 없죠.

김지윤: 요즘에는 1학년도 수업 다 들어가요. 입학식 날도 수업 들어가는 애들이 있다니까요. 좀 심하죠? 하하.

오주현: 저는 지금 2학년인데요. 제 생각에는 학부제로 바뀌면서 전공선택에 민감해져 그런 게 아닌가 해요. 학점 관리도 해야 하기 때문에 땡땡이 치는 애들 별로 못 봤어요.

막걸리에 취해 질펀하게 앉아 사랑과 낭만을 떠들던 대학생활은 이미 스러진 옛 풍경에 불과한 모양이다. “선배, 우린 왜 민족자주 민중민주주의혁명노선을 걸어야 하는 겁니까?”하면 “자식, 술이 마시고 싶은 모양이구나, 가자!”했던 문화는 홀연히 사라진 것일까.

오주현: 1학년 땐 그냥 놀자, 생각하고 동아리 들어가도 공부를 하게 돼요. 취업이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그건 학생들의 문제라기보다 대학사회 자체가 그런 시스템으로 짜여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일단 토익점수 따야지요, 컴퓨터 자격증 따야지요, 봉사활동 점수도 있어야지요. 딴 것 할 시간이 없어요. 저 같은 경우엔 집에 가다 친구가 참여연대로 공부하러 간다길래 따라왔다가 5000원 회원에 가입했지만 다른 친구들은 시민운동에 관심 갖기도 힘들어요.

김수원: 요즘 대학생들 중에 시민운동에 관심 있는 친구들 별로 없어요. 대부분 취업에 집중하는 분위기죠. 그런데 그걸 비난할 수 없어요. 졸업하고도 부모님께 용돈 타 쓸 수 없으니 돈은 벌어야지요. 다만, 틈을 내어 활동하면 좋을 텐데 그런 아쉬움은 있지요.

김지윤: 언론을 통해 시민운동을 접해서 알고 있긴 하지만 직접 활동하는 친구를 만나기는 어려워요. 전 좀더 많은 학생들이 시민운동에 직접 참여했으면 좋겠어요.

얼마 전부터 대학가에 등록금인상반대투쟁이 시작됐다는 보도를 듣고, 이에 대한 반응과 『참여사회』에 대해 몇 마디 물었다.

김지윤: 우리 학교 애들 별로 관심 없던데? 대자보 몇장 붙은 게 다예요. 강남 8학군 애들이 많아서 그런지, 등록금 올라도 내 문제는 아니다 뭐 그런 분위기죠. 후훗. 『참여사회』에선 ‘역사속의 민중’ 코너가 재밌어요. 거대한 역사 속에 가려져 있던 민중의 삶을 조명해주는 건 『참여사회』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하하.

오주현: 우리 학교는 동아리연합회와 사범대를 주축으로 대자보가 붙고 집회도 한다고 그랬는데, 막상 집회하는 날 20명도 안 모였어요. (모두 웃음) 『참여사회』에서 ‘두여자 그남자-니들이 장애여성의 섹스를 알아?’ 재미있게 읽었고, 소수자 목소리를 많이 반영하는 잡지가 됐으면 해요.

김수원: 등록금 많이 올랐죠. 신입생도 20만 원 올랐다고 들었는데요. 학교분위기는 그냥 그렇던데…. 저는 『참여사회』가 시민사회 대변지이기는 하나 노동문제에 관심을 갖고 심층적으로 다뤘으면 좋겠어요. 작년 발전노조 파업 기사는 좀 별로였어요.

89년 2월 전 대학가에 퍼졌던 등록금반환투쟁으로 입학하기 전부터 데모하러 나갔던 때와 비교하면 요즘 대학가의 분위기는 과거와 전혀 다른 모양이다. 강남 8학군에서 일류대에 가장 많이 간다더니 그게 실감나느 날이기도 했다. 고3터널을 빠져나오자마자 대학 1학년 때부터 다시 취업경쟁에 내몰린 그들이 편안히 숨쉴 수 있는 날은 언제나 오려나. 아무래도 대한민국 행복지수는 점점 내려가는 모양이다.

이 와중에도 소외된 약자와 노동문제에 관심 있는 대학생들을 만나 너무 반가웠다. 정말로, 『참여사회』를 읽는 독자는 뭔가 다른 것 같다!(아∼ 너무 심한가? ㅋㅋㅋ)

장윤선(참여사회 편집장)
2003/03/25 00:00 2003/03/25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8343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