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초기정국 가늠자 "4.24 재보선" 성큼


4.24 국회 재·보궐선거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부터 민주당과 개혁당의 공조 가능성, 개혁 이미지와 의제 선점을 놓고 벌이는 개혁당과 민주노동당의 미묘한 신경전 등이 정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각 당 역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처음 실시되는 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정국 주도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3월 14일 현재 재·보궐선거가 확정된 곳은 국회의원 두 곳(경기 고양·덕양갑, 경기 의정부), 기초단체장 두 곳(충남 공주, 경남 거제)과 17명의 지방의원을 뽑는 전국 각지의 기초 및 광역의회 선거다. 당선무효를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서울 양천을, 경기 용인, 충남 아산의 현역 의원 3명에 대해 이 달 안에 당선무효 판결이 확정되면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구가 추가될 수 있다.

2∼3개 국회의원 선거구가 추가될 경우 이번 선거의 의미 또한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정치적 의미가 약한 지방의원선거를 제외하면 재보선 선거구 대부분이 지역색이 옅은 수도권과 충남 지역이라는 점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즉, 선거 결과를 대북 송금 특별검사법, 새 내각을 비롯한 인사정책 등 새 정부의 정국 운영에 대한 민심의 평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선거결과에 따라 정치권의 정계개편 논의가 불거져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과 개혁당의 선거공조 문제에는 양당의 지지층 중복에 기인하는 선거판도의 변화는 물론, 지난 대선부터 노무현 지지-민주당 심판이라는 일견 모순돼 보이는 기치를 내걸었던 개혁당의 선거전략 변화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 낡은 정당 심판이라는 명분과,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가 필요한 현실적 문제, 민주당 개혁세력과의 교감 필요성 등 복잡한 이유로 개혁당의 고민은 자못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판도라의 상자 ‘민주-개혁당의 선거공조’

민주당과의 공조문제를 대하는 개혁당의 입장은 다소 모호해 보인다. 김원웅 개혁당 대표는 지난 3월 10일 “이번 재보선에서 민주당과 공조하지 않겠다”고 밝힌 반면, 유기홍 개혁당 정책위원장은 14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개혁단일후보를 제안하면 논의를 거쳐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개혁당은 또한 거제시장 선거에 대해 지역 시민단체-민주당-개혁당의 연합공천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는 얘기다. 집권당의 위상에 맞게 독자후보를 내자는 구주류와,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위험성과 개혁 명분을 내세워 선거공조를 하자는 개혁세력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민주당의 갈등은 한층 심각하다.

지금까지의 정황을 정리해보면 의정부에는 독자 후보를 내고, 고양·덕양갑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유시민 전 개혁당 대표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개혁 이미지와 의제 선점을 위한 민노당과 개혁당의 신경전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두 당은 진성당원에 의한 당 운영, 지구당 개혁을 비롯한 정당개혁, 기성 정당인 민주당과 한나라당 심판 등 개혁 의제를 공유하고 있다. 또 지식인과 젊은 층이라는 지지세력의 중복도 두 당의 경쟁 요인이다.

노회찬 민노당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도록 개혁당이 실제로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만약 민주당이 특정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지 않는다면 개혁당의 정체성에 대해 강한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유시민 개혁당 집행위원은 민노당과 대비되는 개혁당의 컬러에 대해 “민노당은 평등과 노동자 권익을 절대시하지만 개혁당은 특정 가치를 절대시하지 않는다”면서 “파시즘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 상황을 고려해 개혁당은 자유주의를 대단히 강조한다”고 밝혔다.

4당의 재보선 준비

◇한나라당=한나라당 공천심사특위는 “당선 가능성과 함께 대선에서 확인된 새로운 변화에 맞는 컬러가 후보 검증의 가장 큰 기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3일 공천심사특위 구성 이후 고양·덕양갑 공천 신청을 마감한 결과 이국헌 현 지구당 위원장, 손범규 부대변인 등 5명이 신청서를 냈다. 중앙당은 유시민 개혁당 후보에 맞설 수 있는 젊고 참신한 인물을 선호하고 있지만, 현 지구당 위원장인 이국헌(67세) 전 의원의 강한 반발 때문에 후보 선정 과정에 잡음이 들려온다. 의정부에선 지역구 관리를 꾸준히 해온 홍 전 의원의 낙점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공천심사특위의 한 관계자는 “대북 송금과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적극 거론해 의정부의 보수 정서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지난 3월 3일 조직강화특위를 구성하고 본격 선거 채비에 들어간 민주당은 개혁당과의 공조를 둘러싼 내부 갈등, 당규에 규정된 상향식 공천 포기 등에 따른 잡음 때문에 한나라당보다 더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특히 사고지구당의 경우 당헌상 중앙당이 후보를 정하게 돼 있다는 중앙당과 상향식 공천이 보장되지 않으면 탈당까지 불사한다는 지구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내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부에서는 학원사업자와 교통문제 전문가 등 2∼3명의 후보를 놓고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경기 고양·덕양갑은 현재 후보 희망자에 대한 투표가 진행되고 있고, 의정부는 목영대 지구당 위원장의 출마가 유력하다. 거제시장은 후보 공모 결정을 내렸고, 공주는 후보를 내기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노회찬 사무총장은 “북핵 문제나 소파 개정 문제 등에서 민주당의 절충적인 입장과 한나라당의 수구냉전적 시각을 비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노당은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 민주당 지지자들이 개혁당보다 민노당을 지지할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다. 계산과 달리 민주당과 개혁당의 선거공조가 이뤄질 경우 개혁당의 정체성을 물고 늘어진다는 방침이다.

◇개혁국민정당=유시민 전 대표가 고양·덕양갑 후보로 사실상 결정됐고, 의정부에서는 허인규 지구당 위원장이 인터넷 투표에 의해 후보로 결정됐다. 당 관계자는 “원래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낸다는 방침이었지만 선거 실시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3곳은 선거가 실시되더라도 개혁당의 후보선출 절차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거제시장의 경우 지역 시민단체, 민주당과의 연합후보 공천이 무산됐고, 공주시장 선거도 적당한 후보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기홍 정책위원장은 “이번 재보선의 목표는 당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치개혁의 대의를 알리는 것이다. 물론 승리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유시민 개혁당 경기 고양·덕양갑 지구당 위원장

“인터넷 정당의 참모습 보여주겠다”


개혁당이 제기한 정당 개혁, 낡은 정당 심판, 인터넷 정당 등은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우리 정치에서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 3월 8일 고양시 화정역 부근의 지구당 사무실에서 유시민 위원장을 만났다.

유 위원장은 “현행 선거법상 어쩔 수 없이 지구당 캠프를 차렸고, 3개월 동안 임시로 사용하는 사무실”이라면서 “선거운동원 역시 유급 상근자는 한 명도 없다”고 밝혔다. 지구당 개혁을 주장해온 개혁당으로서 선거 캠프를 차린 것마저 바깥의 시선이 부담되는 모양이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민주당과의 선거공조 문제에 대해 유 위원장은 “민주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인터넷 정당으로서의 개혁당의 정체성 강화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었다.

“지역위원회 별로 홈페이지가 있는 정당은 개혁당이 유일하다. 고양 지구당 홈페이지 게시판 조회수가 중앙당보다 더 많다. 지역 홈페이지가 그만큼 활성화됐다는 얘기다. 선거인 모집, 선거비용 모금 등에서 온라인을 활용하는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나밖에 없을 것이다.”

선거전략에 대해 유 위원장은 “150석의 의석으로 단독처리도 불사하는 한나라당의 견제 논리가 먹히지 않을 것이고, 북한의 재래식무기 사정거리 안에 있는 고양시가 한나라당의 반평화 정책을 거부할 것”이라면서 “평화와 남북협력을 주장하는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는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제기와 함께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낡고 부패한 정당임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민노당은 평등과 노동자 권익을 절대시하지만 개혁당은 특정 가치를 절대시하지 않고 헌법의 기본가치를 조화롭게 추구할 것”이라고 대응 전략을 밝혔다.



장흥배(참여사회 기자)
2003/03/25 00:00 2003/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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