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낫도 백혈병환자들에겐 "그림의 떡"
2003/2003년 04월 :
2003/03/25 00:00
백혈병 환자들과 노바티스사가 글리벡 약값 인하 문제를 두고 몇 년 째 싸움을 벌이고 있다. 글리벡을 복제한 약이 인도에서 생산됐으나 이 또한 수입이 어려운 상태. 근본적인 대안은 글리벡의 가격인하지만 다국적기업의 횡포와 정부의 무관심은 환자들의 가슴에 두 번 상처를 주고 있다.
1999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후 지난 해 2월까지만 해도 거의 나는 죽은 목숨이었다. 그러다가 글리벡을 만나 나는 생명을 얻었다. 지금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글리벡 덕분이다. 그런데 내 경우만 보더라도 약값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는 데만 10만 원은 족히 든다. 거기에 약값을 매달 몇 백만 원이나 내라니. 나 더러 죽으라는 얘기다.”
설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29일 글리벡 약값 인하를 위한 백혈병환자들의 국가인권위 점거 농성현장에서 만난 김호규 씨는 피로가 짙은 얼굴로 이와 같이 환자들의 심정을 전했다. 기적의 약이라 불리는 다국적기업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글리벡이 2001년 한국에 시판된 후 백혈병 환자들은 희망을 얻었으나 곧 그림의 떡이 되고야 말았다. 단지 돈 때문이었다.
정부입장 변화 없다
1월 29일 보건복지부는 ‘글리벡 복용 환자단체의 요구에 대한 정부대책’을 발표, 현행 약가산정 기준에 따라 글리벡 캅셀 100mg의 상한금액 2만3045원에서 더 이상 인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보험약가는 건강보험법령에 의거해 약제전문평가위원회의 실무 검토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사항을 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것이지 회사와 정부가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결정한 바에 따르면 글리벡 약가 2만3045원은 한 달 복용 시 보험적용 되는 환자들의 경우 최저 27만6000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환자들은 최고 550만 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가격이다. 물론 글리벡 시판 초기에 비해 상황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급성백혈병에 걸린 일부 환자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또한 글리벡은 현재 폐암, 간암 환자들에게도 일부 투약이 되는 등 글리벡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기에 인도 제약사 나코(NATCO)는 2003년 1월 26일 인도에서 글리벡(노바티스 사 판매)과 성분이 동일한 ‘비낫(VEENAT)’을 시판했다. 아직 우리나라에 수입이 허가되지 않은 ‘비낫’은 글리벡 약가의 약 1/7인 3달러로 시판되고 있다. 지난해 2002년 12월 13일 한국화학연구원 박찬근, 박정한, 박교범 연구원은 성분분석을 통해 비낫과 글리벡의 주성분이 화학적으로 동일함을 밝혀낸 바 있다. 비낫의 안정성과 효능에 대해 직접 제품을 구입해 복용한 환자들은 글리벡과 효과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관계자들은 글리벡, 비낫 모두 임상실험을 진행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제품도 100%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낫의 등장에 대해 환자들은 “인도에서 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인도에 가서 직접 약을 사먹는 게 우리나라에 살면서 글리벡을 먹는 것보다 더 싸다. 돈을 생각한다면 당장이라도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지평 남희섭 변리사는 “현재 인도에서는 비낫 뿐만 아니라 시클라사도 비낫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고, 5∼6 종류의 글리벡과 동일한 약품이 인도정부의 시판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비낫은 현재 3달러지만 대량으로 우리나라에서 수입할 경우 1달러까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특허법상 글리벡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비낫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만약 비낫이 수입된다면 보험적용을 받아 글리벡보다 획기적으로 싼 가격으로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어 남 변리사는 “인도에서도 비낫을 개발할 당시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카피약이라고 해서 무분별하게 만들어 낸 게 아니라 그들도 제품개발에 대한 투자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글리벡 역시 정부와 학계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지 노바티스가 글리벡을 독점 개발, 연구해서 나온 제품이 아니다. 비낫의 가격은 글리벡이 그 동안 독점을 통해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해온 증거”라고 주장했다.
‘공공의 이익’이 중요
글리벡특허권 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노바티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병도 외 2인은 최근 특허청에 노바티스사를 특허 제261366호 발명 실시물인 글리벡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격도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복용하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으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인도로부터의 수입이 가능하도록 특허법에 의한 통상실시권 설정의 재정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지난 3월 4일 △전염성 기타 급박한 국가적·사회적 위험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발명품이 고가임을 이유로 강제실시를 허용할 경우, 발명자에게 독점적인 이익을 인정하여 발명의식을 고취한다는 특허제도의 기본취지를 훼손한다 △현재 모든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보험이 적용되며 이 경우 환자의 실제부담액은 보건복지부가 책정 고시한 약가의 10% 수준이다 △글리벡의 공급이 현재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외무역법에 의한 자기치료목적의 수입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재정청구를 받아들지 않았다.
현행 특허법엔 자가치료로 2천 달러 이하의 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지만 영리 목적으로 복제약품을 수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법대로 하려면 환자들이 일일이 의약품을 수입해서 복용해야 하는 상태. 다국적기업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 사이에서 정부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는 분명하다.
아울러 글리벡 제조·공급회사인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2월 6일 국내 모든 백혈병 환자들이글리벡을 보험가격으로 공급받게 하기 위해 식약청에 사용범위 확대 신청을 하였고, 이에 지난 달 말경 정부는 모든 만성백혈병 환자들에게 보험적용을 해준 상태다.
한편 노바티스는 글리벡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12억1000만 프랑(스위스 화폐단위), 즉 1조 4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약의 평균적인 개발비용인 2억 달러(2367억 원)는 물론이고 노바티스 관계자가 제시하는 개발비용 8억 달러(9470억 원)를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1999년 백혈병 진단을 받은 이후 지난 해 2월까지만 해도 거의 나는 죽은 목숨이었다. 그러다가 글리벡을 만나 나는 생명을 얻었다. 지금 이렇게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글리벡 덕분이다. 그런데 내 경우만 보더라도 약값을 제외하고 한 달에 한 번 정기검진을 받는 데만 10만 원은 족히 든다. 거기에 약값을 매달 몇 백만 원이나 내라니. 나 더러 죽으라는 얘기다.”
설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29일 글리벡 약값 인하를 위한 백혈병환자들의 국가인권위 점거 농성현장에서 만난 김호규 씨는 피로가 짙은 얼굴로 이와 같이 환자들의 심정을 전했다. 기적의 약이라 불리는 다국적기업 노바티스사가 개발한 글리벡이 2001년 한국에 시판된 후 백혈병 환자들은 희망을 얻었으나 곧 그림의 떡이 되고야 말았다. 단지 돈 때문이었다.
정부입장 변화 없다
1월 29일 보건복지부는 ‘글리벡 복용 환자단체의 요구에 대한 정부대책’을 발표, 현행 약가산정 기준에 따라 글리벡 캅셀 100mg의 상한금액 2만3045원에서 더 이상 인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보험약가는 건강보험법령에 의거해 약제전문평가위원회의 실무 검토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되는 사항을 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것이지 회사와 정부가 협의해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결정한 바에 따르면 글리벡 약가 2만3045원은 한 달 복용 시 보험적용 되는 환자들의 경우 최저 27만6000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환자들은 최고 550만 원까지 부담해야 하는 가격이다. 물론 글리벡 시판 초기에 비해 상황은 많이 좋아졌지만 여전히 급성백혈병에 걸린 일부 환자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또한 글리벡은 현재 폐암, 간암 환자들에게도 일부 투약이 되는 등 글리벡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의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기에 인도 제약사 나코(NATCO)는 2003년 1월 26일 인도에서 글리벡(노바티스 사 판매)과 성분이 동일한 ‘비낫(VEENAT)’을 시판했다. 아직 우리나라에 수입이 허가되지 않은 ‘비낫’은 글리벡 약가의 약 1/7인 3달러로 시판되고 있다. 지난해 2002년 12월 13일 한국화학연구원 박찬근, 박정한, 박교범 연구원은 성분분석을 통해 비낫과 글리벡의 주성분이 화학적으로 동일함을 밝혀낸 바 있다. 비낫의 안정성과 효능에 대해 직접 제품을 구입해 복용한 환자들은 글리벡과 효과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관계자들은 글리벡, 비낫 모두 임상실험을 진행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어느 제품도 100%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낫의 등장에 대해 환자들은 “인도에서 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 이대로라면 인도에 가서 직접 약을 사먹는 게 우리나라에 살면서 글리벡을 먹는 것보다 더 싸다. 돈을 생각한다면 당장이라도 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지평 남희섭 변리사는 “현재 인도에서는 비낫 뿐만 아니라 시클라사도 비낫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했고, 5∼6 종류의 글리벡과 동일한 약품이 인도정부의 시판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비낫은 현재 3달러지만 대량으로 우리나라에서 수입할 경우 1달러까지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특허법상 글리벡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비낫을 수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만약 비낫이 수입된다면 보험적용을 받아 글리벡보다 획기적으로 싼 가격으로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어 남 변리사는 “인도에서도 비낫을 개발할 당시 정부의 지원이 있었다. 카피약이라고 해서 무분별하게 만들어 낸 게 아니라 그들도 제품개발에 대한 투자를 했던 것이다. 그러나 글리벡 역시 정부와 학계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것이지 노바티스가 글리벡을 독점 개발, 연구해서 나온 제품이 아니다. 비낫의 가격은 글리벡이 그 동안 독점을 통해 터무니없는 폭리를 취해온 증거”라고 주장했다.
‘공공의 이익’이 중요
글리벡특허권 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노바티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이병도 외 2인은 최근 특허청에 노바티스사를 특허 제261366호 발명 실시물인 글리벡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가격도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복용하기에는 너무 높은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으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인도로부터의 수입이 가능하도록 특허법에 의한 통상실시권 설정의 재정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지난 3월 4일 △전염성 기타 급박한 국가적·사회적 위험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발명품이 고가임을 이유로 강제실시를 허용할 경우, 발명자에게 독점적인 이익을 인정하여 발명의식을 고취한다는 특허제도의 기본취지를 훼손한다 △현재 모든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보험이 적용되며 이 경우 환자의 실제부담액은 보건복지부가 책정 고시한 약가의 10% 수준이다 △글리벡의 공급이 현재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외무역법에 의한 자기치료목적의 수입이 가능하다는 이유를 들어 재정청구를 받아들지 않았다.
현행 특허법엔 자가치료로 2천 달러 이하의 의약품을 수입할 수 있지만 영리 목적으로 복제약품을 수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법대로 하려면 환자들이 일일이 의약품을 수입해서 복용해야 하는 상태. 다국적기업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 사이에서 정부가 누구의 편을 들어야 할지는 분명하다.
아울러 글리벡 제조·공급회사인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2월 6일 국내 모든 백혈병 환자들이글리벡을 보험가격으로 공급받게 하기 위해 식약청에 사용범위 확대 신청을 하였고, 이에 지난 달 말경 정부는 모든 만성백혈병 환자들에게 보험적용을 해준 상태다.
한편 노바티스는 글리벡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12억1000만 프랑(스위스 화폐단위), 즉 1조 44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약의 평균적인 개발비용인 2억 달러(2367억 원)는 물론이고 노바티스 관계자가 제시하는 개발비용 8억 달러(9470억 원)를 훌쩍 뛰어 넘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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