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효산콘도 비리의혹


94년 4월, 감사원 주사이던 현준희 씨는 깜짝 놀랄 만한 양심선언을 했다. 상급자인 감사원 4국장이 청와대로 추측되는 외부의 압력을 받아 자신이 맡고 있던 "건교부의 효산콘도 비리 의혹" 감사를 부당하게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계속되고 있다. 직장에서 쫒겨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양심을 꺾지 않고 있는 현씨의 투쟁. 그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편집자주

지난 1월 현준희 씨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대법원 판결이 났는데 명예훼손에 관한 1,2심의 무죄판결이 파기되었다는 것이었다. 그의 양심선언 사건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맡고 있어 공익제보지원단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지만 힘이 되어주지 못해 내심 미안해하던 터였다. 게다가 대법원 판결은 그가 복직하는 데 관건이 되는 중요한 판결이었다.

그의 양심선언은 7년의 세월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에서 거의 잊혀진 사건이 되어 있으나 재판은 계속되고 있다. 효산그룹은 건설회사로 출발해 리버사이드호텔을 경락받아 일약 유명해진 부동산그룹이었다. 로비력에 관한 한 한보의 정태수 회장보다 한 수 위라는 장장손 회장이 김영삼 대통령의 중학 동창, 장학로 청와대 부속실장 등을 움직여 제일은행으로부터 1000억 원대의 불법대출을 받은 것이 양심선언 무렵의 일이다.

현준희 씨의 생사를 건 양심 전쟁

현씨가 감사하던 사건은 97년 감사원의 재감사에 의해 관련 공무원들이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를 무시하고 불법산림훼손을 방치했으며 사업자의 자금조달능력도 검증하지 않고 콘도사업을 승인하는 등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조직적인 비리를 저질렀음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왜 현씨는 대법원에서 명예훼손의 유죄판결을 받게 되었을까? 현씨가 기소된 이유는 감사원 4국장이 외압을 받아 감사중단을 지시했다고 기자회견에서 공표함으로써 감사원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감사원으로서는 그 위상과 자존심에 심각한 흠결이 생겼다고 여겼고 이때부터 감사원과 현씨 간에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대법원 판결문(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도329호 판결)을 보니, 1,2심에서 유죄로 판결된 공문서 변조는 그대로 유죄가 유지되어 있었고, 무죄로 판결되었던 명예훼손죄는 파기되어 항소법원으로 환송한다는 취지였다. 현씨가 공문서 변조로 유죄를 받았던 것은 참으로 뼈아픈 일이었다. 현씨는 감사관들이 감사를 할 때 매일 쓰는 감사일보에 “4국장으로부터 5국으로 이송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나중에 써넣었던 것이다. 그가 그렇게 써넣은 이유는 그것이 사실이고, 상급자인 감사반장이 먼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추가기재를 하였기 때문에 방어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는 것이다(사진 참조). 일단 공문서 변조가 인정되고 보니, 사건의 타국 이송을 말해주는 다른 증거인 현씨의 메모장도 증거로 채택되지 못하는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판례를 조사해 보니 남원군청의 공무원이 토지대장의 지번을 결재권자의 결재 없이 임의로 수정하였다가 기소되었는데 수정 내용이 진실이고 결재권자의 결재가 예상되었다는 이유로 죄가 안 된다는 판례가 있었다. 희망이 생겼다. 현씨에게 기록을 본 다음 얘기해 보자고 하였다. 기록은 법원기록, 검찰기록, 참고자료의 3묶음으로 2000쪽이나 되는 분량이었다. 일독하는 데 두 달이 걸릴 정도로 방대하고 까다로운 사건이었다. 양심에 따랐다는 현씨와 사력을 다해 이를 방어하는 감사원이 서로 자신의 주장이 옳다며 근거를 내세우니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지 헛갈리게도 생겼다.

쟁점은 이런 것이었다. 감사원의 주장은 ① 감사기간 중에 감사중단지시를 한 일이 없고 ② 감사 종료 후 감사실무자들의 토론과 조정을 거쳐 감사중단을 결정했는데 ③ 현준희 씨가 다수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렸다는 것이다.

반면 현씨는 ① 감사기간 중 5국으로 자료를 이송하라는 감사중단 지시가 있었고 ② 자신은 처음부터 이에 순응하여 이송 준비를 하면서 이송 공문도 기안하였으므로 감사반 내부 회의는 있지도 않았고 ③ 나중에 보니 자신의 감사자료가 5국에서 조사가 되기는커녕 참고자료라는 최하급정보로 분류되어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었고, 4국장은 감사원장에게 제대로 보고하지도 않는 등 축소·은폐로 일관하였다는 것이다. 국가 최고의 사정기관 직원들이 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 과연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7년 간의 실직 생활, 재판은 계속된다

사건의 결정적인 열쇠는 눈에 띄지 않는 행간에 있었다. 효산콘도 임직원이 건교부를 8차례 방문하였다는 사실이 전산기록으로 남아 있었는데 현씨는 5국으로의 자료이송지시를 받았다고 한 5월 29일 이후에는 그 증거를 제시하며 피감 공무원들을 다그치지 않았음이 기록상 분명하였다. 4국장으로부터 5국으로 자료이송지시를 받고 전산자료가 공무원들을 다그치는 결정적인 자료가 될 것이라 생각하고 5국을 위하여 남겨두었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4국장의 지시에 반발했다면 자신의 정당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며 피감 공무원들을 다그쳤을 일이었다.

이치에 닿는 주장이었다. 현씨는 감사중단 지시에 순응했던 것이다. 출입자 전산자료가 있다는 기록도 나중에 5국에 이송된 감사정보에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삭제되어 있었고 국정감사 때도 누락된 채로 제출되었다(왼쪽 문건 사진 참조). 『한겨레』에 효산콘도의 비리의혹에 대한 보도가 실리자 감사원 4국장은 감사원장에게 보고하면서 신문보도사항처리전 양식을 이용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행위는 자신의 결재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한 시도로 보였다. 5국 이송공문도 원래는 4국장의 결재가 필요한 형태로 초안되었으나 4국장은 자신의 결재가 필요 없는 개인정보 형태로 제출하도록 하였다. 또 1995년 5월 31일자 감사일보 감사반장의 지시는 부정적인 내용으로 이미 중단지시가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지시에 순응하기로 했으므로 현씨가 5월 29일자 일보를 일부러 변조할 이유가 없었다. 이때는 양심선언을 생각하지도 않고 있을 때였다.

현씨는 양심선언 당시 18년째 감사원에 근무하고 있었고 승진을 앞두고 있었으며 근무평가도 최고였다고 한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불이익이나 가져오기 십상인 양심선언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이 잘 다니던 직장에서 쫓겨나 거대한 조직에 맞서 지난한 법정싸움을 하기 위해? 도대체 대법원은 무엇을 근거로 그가 사사로이 남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조작했다고 보았을까. 남에게 폐를 끼칠까 염려해 친척의 아파트를 빌려 퇴근 뒤에 결혼식을 올릴 정도로 자신에 엄격했던 현준희 씨. 그의 인생은 이렇게 좌절될 것인가. 항소심 법원의 판결을 주시할 일이다.

김창준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단 단장
2003/05/01 00:00 2003/05/01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854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