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은 인력과 재정지원도 같이 이뤄져야


김두관 행정자치부장관은 지방분권, 공무원노조, 경찰수사권 독립 등 각종 개혁정책은 물론 호남소외인사 논란, 국회 행자위 소속 의원들의 "장관 길들이기" 등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시도 여론의 관심을 벗어나지 못했다. 4월 17일 국회 행자위 대정부 질문을 "치르고" 오후 6시께야 사무실에 돌아온 김 장관과 짤막한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주

행정자치위원회 대정부 질문에 나선 의원들의 발언과 태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다. 지금 심정을 말한다면?

“그 자리는 어쨌거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행정자치부의 입장을 가지고 나간 장관이 공적으로 만나는 자리다. 국회와 내각이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하는 점에서 아쉽다. 행자부의 이번 인사를 두고 ‘총선전략 아닌가?’라는 질문도 받았는데, 그것도 참 안타깝다. 차별 없는 문화를 지향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면 나이가 어리니, 이장 출신이니 하는 발언들은 정부의 정책과 개혁을 추진할 장관으로서의 적합성을 따지는데 불필요한 것들이다. 사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역대 장관들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것이지 마흔 여섯의 나이가 그렇게 젊은 것도 아니다.”

행자위 소속 의원들의 발언과 행동이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였는데, 왜 그랬다고 생각하는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데 한나라당 입장에서 노무현정부의 아마추어리즘이 불안하게 보였나 보다 생각한다. 그분들 기준에는 새 정부가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내각 인사들이 함량미달로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행자부의 이번 인사에 대해 장관은 원칙에 따른 인사지만 결과적으로 지역 안배를 못했다고 해명했다.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이해하더라도 인사결과를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원인 분석은 해보았는가?

“먼저 내가 영호남 지역주의에 젖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지역 안배를 훨씬 고려한 인사를 했을 것이란 말을 하고 싶다. 갖가지 핵심 보직에 호남 출신이 빠진 것은 맞다. 그러나 전체 인사에 있어서는 좀 오해가 있다. 1급 승진 인사에 호남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호남 출신 중 박모 지방재정경제국장은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 기획운영실장으로 1급 승진이 예정돼 있고, 제2건국위 소속의 한 명은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갔다. 한 의정관도 소청심사위원회 1급으로 승진했다. 시기를 잘라놓고 보면 호남 소외란 주장도 가능하지만 나중에 인사복귀 등을 통해 이뤄질 인사까지 고려하면 전체적으로 지역 안배가 이뤄질 것이다.”

지난번 다면평가 결과를 공개하면서 특정인들이 높은 지지를 받은 것에 대해 ‘옛 내무부와 총무처 등 특정부처 출신들로부터 편중지지를 받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인사 개혁정책의 하나로 실시한 다면평가제도의 부작용이 드러난 것은 아닌가?

“다면평가의 약점으로 흔히 인기투표의 가능성을 드는데, 예를 들어 업무를 잘 모르는 국장이 후배들에게 밥 잘 사준다고 그 국장을 좋게 평가하지 않을 정도의 역량은 행자부 직원들이 갖췄다고 말하고 싶다. 또 다면평가가 평가의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설문조사, 공무원직장협의회 평회원 대표의 인사위원회 참여 등 여러 가지 인사 원칙이나 기준의 하나일 뿐이다.”

중앙정부의 권한 약화를 가져올 지방분권을 강력히 추진하는 장관의 정책에 대해 중앙 관료들의 반발과 저항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장관이 돼서 느끼는 저항은 어느 정도인가?

“자기 영역 떼어 내주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 없을 수 없다. 지금도 내부 동의를 얻어가는 과정이다. 지방자치와 연결된 많은 기능을 넘겨주고 나면 행자부에 공백이 생기는데, 새로이 찾아내서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렇게 설득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관료조직을 개혁의 대상이 아닌 주체로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자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개혁 방법론이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가?


“실제로 행자부의 내부 인력을 개혁의 주체로 세우고 있다. 청와대 직속의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에 가장 실력 있는 내부 인사를 배치했고, 지방분권 정책과 집행을 주관할 행자부 소속 정부혁신 지방분권추진단의 주요 핵심인력, 그리고 지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주요 업무로 삼는 지방재정경제부의 인력들도 내부 인사들로 구성됐다. 이들이 김병준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과 협력해 지방분권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개혁정책에 대한 내부 저항을 과감하게 돌파하려는 의지도 중요할 것 같다. 지난번 1급 11명의 집단사표를 장관의 개혁의지로 해석해도 되는가?



“우선 1급 퇴직자와 2급 승진자의 행정마인드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전제하고 말하고 싶다. 1급 집단 사표는 분위기 반전을 위한 노력과 기존 인사적체의 해소라는 두 가지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 새로운 정부의 새로운 개혁정책을 위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내가 직접 용퇴를 권유하기도 했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자발적 용퇴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새 판을 짜 개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한다.”



지방분권화는 김대중정부에서도 추진됐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을텐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지방분권은 사실 엄청난 과제다. 권한 이양, 행정 개편, 재정 지원 등 여러 가지 것들을 고려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단순히 업무와 기능을 지방정부로 넘겨주는 문제가 아니다. 현 지방자치정부의 실정에 비춰볼 때 권한을 넘겨주면 지방정부의 업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지방정부의 예산과 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분권과 함께 인력과 예산 지원도 같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 인력 지원은 분권과 행정개혁에 관한 컨설팅 기능을 맡는 지방지원단을 구성할 구상을 하고 있고, 재정지원은 지방교부세율 인상이나 지방세 조정 및 신설 등의 수단을 사용하려고 한다. 그런데 교부세율 인상은 결국 국가 재정을 떼어주는 것으로 다른 부처와 협의가 쉽지만은 않다. 국민의 정부도 교부세율 인상을 추진했으나 목표치에는 크게 미흡했다.”



최근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했다. 국민 입장에서는 참여정부와 임기를 끝까지 하는 장관을 보고 싶다는 바람도 있다. 참여정부와 임기를 같이 할 욕심은 없는가?


“지방분권의 기초를 닦는 데 필요한 물리적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도 정책적 과오에 대한 책임지기가 아니라면 최소한 2∼3년은 장관직을 수행할 생각이다. 그런데 5년 동안 장관을 하는 건 노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농림부나 교육부 같은 부서는 사실 5년 임기도 짧다. 참여정부와 임기를 같이 할 장관이 두 세 명은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러나 행자부는 꼭 5년 임기를 채워야 할 것 같지는 않다.”

장흥배(참여사회 기자)
2003/05/01 00:00 2003/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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