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경 회장 선임으로 또다시 위기 직면한 서울YMCA
2003/2003년 05월 :
2003/05/01 00:00
"표용은 체제"는 개혁 발목잡기용
표용은 전 이사장의 사퇴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 하던 서울YMCA 사태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김수규 전 회장의 사퇴와 관련된 진실 공방과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촉발된 서울YMCA사태는 임시 이사회에서 권호경 전 CBS 사장이 서울YMCA의 새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표용은 전 이사장의 사퇴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 하던 서울YMCA 사태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김수규 전 회장의 사퇴와 관련된 진실 공방과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촉발된 서울 Y사태는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된 표용은 이사장이 지난 2월 100회 총회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고, 개혁기구 구성이 결의되면서 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4월 14일 충남 온양에서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권호경 전 CBS 사장이 서울YMCA의 새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권호경 회장은 표 전 이사장의 최측근으로 CBS 사장으로 있을 때에도 ‘총선 승리’ 화환 사건, YS 충성편지 논란 등 갖가지 문제를 일으켜 CBS 장기 파업사태를 야기한 장본인이다. 그는 CBS 사장 재직 당시 업무상 횡령을 저질렀다는 혐의로 지난 1월 서울지검에 고발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러한 이력을 가진 권 목사가 새 회장으로 선임되자 서울YMCA 회원들과 실무자들은 즉각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고 서울YMCA 개혁과 재건을 위한 회원 비상회의(공동대표 노종호 외 6인, 이하 재건회의)는 박우승 현 이사장과 이사회의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전히 이사회는 ‘표용은 체제"
권호경 목사의 회장 선임으로 극적으로 불거지긴 했지만 서울YMCA 사태의 재연은 이미 예견된 바였다. 표용은 전 이사장의 사퇴로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긴 했지만 박우승 이사장이 표 전 이사장의 측근 중 측근이고, 이사회 역시 상당수가 ‘표용은 사람’으로 이루어진 상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100회 총회를 통해 이사장 사퇴와 헌장개정특별위원회, 개혁특별위원회, 여성특별위원회 등 개혁기구 구성이 결의되긴 했지만 실제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개혁작업이 재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자 재건회의는 3월 하순부터 이사회에 결의사항의 이행을 요구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4월 10일 박우승 이사장은 실무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사회를 소집해 총회 결의 사항인 개혁기구 구성을 논의하고, 이사회와 재건회의가 반반으로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4월 14일 관례적으로 참여하던 국장들을 배제한 채 온양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권호경 목사의 새 회장 선임이 이뤄지자 그동안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사태를 지켜보던 회원들과 실무자들은 허탈한 심정을 넘어서 분개하고 있다.
“박우승 이사장이 비록 개혁성이 부족하지만 이사회가 총회 의결사항과 안팎의 개혁여론을 완전히 외면하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는 재건회의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불거진 문제들로 서울Y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설상가상으로 터져 나온 권 목사의 회장 선임은 서울YMCA를 아예 세상의 조롱거리로 만드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표용은과 권호경의 특별한 관계
권호경 목사의 회장 선임을 두고 재건회의는 사퇴한 표 전 이사장이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인 권 목사를 데려다 앉힌 것으로 보고 있다. 표 전 이사장과 권 목사의 관계는 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독교 연합기관의 요직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 자리가 기독교 내부 갈등으로 인해 8개월 동안 비어있을 때 표 목사는 홍콩에 머물러 있는 권 목사를 총무로 적극 추천했고, 권 목사가 KNCC 총무로 부임하면서 두 사람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이후 94년 권 목사가 CBS 사장을 맡을 때에도 표용은 목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98년 사장 연임을 이끌어 내면서 권 목사는 확실한 표 전 이사장의 사람이 되었다.
CBS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일으키고 갖가지 문제를 야기해 CBS 사장 3선을 포기한 권 목사가 회원들과 실무자들의 거센 반발을 무릅쓰고 서울YMCA 회장에 선임된 데에도 표 전 이사장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음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서울YMCA 22년 회원이자 현재 재건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임건묵 씨(53세)가 박우승 이사장과 권호경 회장을 가리켜 ‘표용은 체제’라고 단언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임 사무국장은 “표용은 목사가 이사장 직에서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박우승 이사장과 권호경 회장을 통해 여전히 서울 YMCA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호경 회장의 선임으로 YMCA사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재건회의 실무자들은 권호경 회장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고, 최근 열린 전체 친교회에서 회원들과 실무자들은 권호경 목사의 회장 선임에 반대하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21일 기자가 서울 YMCA를 찾았을 때 권호경 회장은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을 끊고 있었다. 표 전 이사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우승 이사장도 17일 전체 친교회 참석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피하고 있다.
표용은 아닌 ‘표용은 체제’가 물러나야
재건회의는 서울 YMCA의 재건과 개혁을 위해서는 박우승 현 이사장과 보수적인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물러나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재건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YMCA의 한 원로 회원은 “서울YMCA가 회원운동체로 역할을 회복하고 시민운동의 중심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박우승 이사장을 비롯하여 이사회 전체가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까지 서울 YMCA 이사직을 맡았던 함덕호 숭의여자대학 학장은 이사회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표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안 이사회의 결정이 이사장과 몇몇 인사들의 논의를 통해 이루어지고, 사안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는 이사들은 그 결정을 따르는 식으로 이사회가 운영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서울YMCA 같은 회원단체에서는 이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뚜렷하고 중요한데 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부끄럽다”고 말했다.
한국 청년운동의 효시로 100년 동안 한국 시민운동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던 서울 YMCA의 권위는 표용은 전 이사장의 ‘교계정치’로 얼룩진 채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표 이사장의 사퇴로 서울YMCA의 재건과 개혁을 위한 활동이 탄력을 받는 듯 했지만 권호경 회장 선임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표용은의 그림자는 여전히 서울 YMCA에 짙게 드리워져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서울YMCA가 ‘표용은 체제’를 청산하고 진정한 회원운동체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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