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하는 여성들의 아름다운 공동체 "김포여성민우회"


이젠 김포공항이 아니라 김포아줌마들을 만나기 위해 김포로 가야할 지도 모른다. 사회참여에 가장 소극적이라는 "아줌마"들이 스스로 모임을 꾸려가며 적극적인 활동에 나섰다. 그녀들의 특별한 비법은 무엇일까. "공주회","두목회","생강모임" 그리고 "야자"까지 듣는 순간 참여하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거리게 만드는 "김포여성민우회"를 찾았다. 편집자주

달밤에 아줌마들이 뭉쳤다. 밤 10시경, 10명의 아줌마들은 손에 뭔가들 들고서 하나둘 모여 들었다. 김포 아줌마 오한숙희 씨 마당한켠에 있는 작업실에 불을 밝히고 가져온 것들을 하나둘 풀기 시작했다. 집에서 만들어 온 도토리묵과 골뱅이 무침. 통닭과 케익, 딸기와 포도주, 여기에 노란 카네이션 한다발까지 더해지자 작업실은 어느새 파티장이 되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던가. 아줌마 10명이 모이면 지붕이 들썩거릴 정도다. 신바람, 캔디, 바람둥이, 띵깡마녀 이름만으로도 그녀들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사는 듯이 보였다. 여성학공부를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야밤모임을 시작한지 벌써 1년, ‘화려한 외출 1주년’을 기념하는 ‘조촐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이날만큼은 책도 잠시 덮어두었다. 지난 1년을 돌아 보는 얼굴에는 ‘뿌듯함’과 ‘대견함’이 가득하다.

예전에는 이랬던 그녀가?

본격적인 ‘야자(야간자율학습의 줄임말)’가 시작되었다. 담임선생은 오한숙희 씨, 여성운동판에서는 알아주는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김포여성민우회에서는 고문을 맡고 있다. 아줌마 학생들이 담임 선생에게 보내는 존경과 사랑은 굉장했다.

담임은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1년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봅시다'라며 개그코너의 유행어인 ”예전에는 이랬던 그녀가!“라고 말문을 열자, 학생들은 집이 떠나갈 듯 웃어댔다.

‘낮에는 떡 팔고 밤에는 공부하러 오는 학생’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눈물없이는 들을 수 없다는 이야기’라면서 사람들은 그저 웃어대기만 한다. 솔직히 살림에 소질도 없고, 재미도 없고. 게다가 똑같이 가게에서 종일 일하고는 집에 가서 남편은 손가락까딱 안하고 나는 퉁퉁 부은 다리로 밥하고 설거지하고. 남편이 너무 미웠어요. 그런데 ‘야자’공부를 하고부터는“ 순간 그녀의 눈에서 광채가 돌았다.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죠. 남편은 우리집이 아니라 세상속이 있었거든요. 가부장적 사회에서 성장한 구성원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인식하게 된 것이죠. 성인식을 하고부터는 내 문제의 근본원인을 사회구조에서 발견할 수 있었어요. 사회 속의 나, 여성인 나를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문제는 달라보이더군요. 해결법도 보이고“ 라면서 마지막으로 자신있게 주장한다. ”세상 모든 여성들의 전공 필수예요!“

‘야자’모임은 김포여성민우회의 여성학 공부모임인 ‘공주회’로부터 출발했다. 공주들의 모임이 아니라 ‘공부하는 주부들의 모임’이다. 여성학을 좀더 깊게 공부해보자는 뜻을 가진 몇몇의 주부들이 제안해 2002년 4월경에 첫 ‘야자’모임을 갖게 되었다. ‘신바람’ 학생의 제안한 ‘야간시간대’에 대한 주부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처음에는 밤에 나오는게 너무 이상했어요. 일단 해가 저물면 그건 나의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들 재우고 버스를 타기까지는 심장이 두근두근해요. 그런데 일단 차를 타면서부터 느껴지는 그 해방감이란...” 이렇게 10여명의 아줌마 학생과 아줌마 선생은 매주 수요일 밤 9시에 만나 새벽까지 공부해왔다. 지난 1년 동안 이들의 교재는 『여성운동의 이론과 현실』, 이론을 배우고 본인의 현실과 빗대어 가며 한국여성운동의 원전인 이 책을 독파했다. 사회구조적 상황을 인식하면서부터 더 이상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그녀들에게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어 보였다. 차편 때문에 먼저 일어나는 기자에게 ‘행복한 학생’들은 한목소리로 외친다. “‘야자’는 계속될 거예요. 쭈욱~”

공주회, 두목회, 생강모임 그리고 야자

김포여성민우회는 1997년 12월 5일 ‘남녀평등한 민주사회를 위하여, 여성들의 참여와 연대’를 내걸고 문을 열었다. 대표 2인을 포함해 5명의 상근자가 운영하고 있다. ‘참여하고 함께가고 생활속의 여성운동’을 위해 갖가지 참여행사와 교육사업이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생활협동조합은 가입한 회원만도 300여명, 최대 회원참여 사업분야다. 사무실 입구에는 ‘가족과 성 상담소’라는 명패가 ‘김포여성민우회’와 함께 걸려있다. ‘가족과 성 상담소’를 운영하며 성상담과 교육,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딸캠프’를 마련해 예비중학생 자녀를 위한 성교육도 진행한다. 다른 시민단체처럼 김포여성민우회도 재정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대표 2인을 포함해 5명의 상근자가 아끼고 아껴가며 운영해가고 있다. 4월 25일에는 재정마련을 위한 큰 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가수 양희은씨 콘서트를 준비하느라 한창이다. 이번에는 대박예감이다. 회원과 인근 주민들에게 인기도 많아 공연 열흘전인데 2만원석은 벌써 매진이다.

김포여성민우회에는 ‘야자’와 같은 모임이 여럿이다. 이들에게 회원참여 고민은 두 번째다. 각 모임들은 회원의 참여와 자발적 운영으로 원활히 꾸려지고 있다. ‘공주회’, ‘두목회’, ‘생강모임’ 그리고 앞에 소개한 ‘야자’까지. 듣는 순간 참여하러 뛰어가고플 만큼 재미있는 이름들이다.

‘공주회’는 ‘공부하는 주부들의 모임’이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 모여 교재를 도시락 삼아 ‘여성학’을 공부한다. ‘생강모임’은 ‘생활정치를 건강하게 하는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 회원들은 시정감시활동을 펼친다. 시의회의 여러 정책 등을 연구하고 구체적으로 시행되는 과정까지 참여하고 감시함으로써 정치가 바로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체화시켜 나가고 있다.

‘두목회’는 상담사례연구모임이다. 둘째 넷째 목요일에 만난다고 이런 이름을 붙였단다. 각 모임들은 10-20명 가량의 회원들이 참여한다. 시민단체들은 너나 할것없이 ‘시민 또는 회원’ 참여가 가장 어려운 숙제이다. 그중에서도 주부는 가장 사회참여에 소극적인 계층이다. 김포여성민우회만의 특별한 비결은 무엇일까.

임현자 공동대표는 “우리가 무슨 행사를 할때는 놀이방은 필수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이런 세심한 배려들이 여성참여를 이끌어 내는 주춧돌이 된다”고 답해주었다. 꼭 놀이방 뿐이랴. 주부이자 여성인 활동가들은 이미 회원과 같은 눈높이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되다. 이런 수평적 소통이 참여의 물꼬를 터줄 것이다. 최은미 공동대표는 말한다. “어디에서든지 일단은 참여하고 보자. 참여가 의식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바꾼다. 여성들이여, 문밖을 나서라!”
2003/05/01 00:00 2003/05/01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8588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