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시간에 교장의 차시중을 들어야하는가?'
2003/2003년 06월 :
2003/06/01 00:00
"서교장사망사건" 그후, 진 교사의 격정토로
"서교장사망사건" 이후 전교조와 교장단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본지는 사건의 본질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진 교사를 만났고 기간제 교사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도 꼼꼼이 따져봤다. 편집자 주
충남 보성초등학교 서 교장 사망사건으로 지난 4월 전국이 후끈 달아올랐다. 교장의 자살로 이어진 이번 사건에 대해 세상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불꽃은 엉뚱하게 전교조로 튀었고 교육계 내부는 전교조와 교장단의 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이 됐던 진 교사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말하고자 했다. 고향인 예산을 떠나 천안에서 쉬고 있는 그를 만났다.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다. 어떻게 보내고 있나.
“머리가 많이 아프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인지 가슴이 답답하다. 그렇지만 병원에 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요즘은 은행에 가도 내 이름이 불리면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놀라곤 한다. 고향인 예산에는 내가 교장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힘들어서 요즘은 천안에 있는 친구 집에서 쉬고 있다.”
기간제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중등 국어를 전공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는 교사가 부족해 중등 전공 교사들도 일정한 자격이 주어지면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게 했다. 학원에서 몇 년간 일하면서 정식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먼저 기간제교사를 시작했다. 교직을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간제교사를 하면서 임용시험을 준비한다.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학교 현장에 대한 경험을 미리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학교라는 사회가 이렇게 관료화되어 있는 줄 몰랐다. 출신학교 간의 파벌도 심하다. 나는 중등 전공자라 그게 더 심했다. 그래서 많이 답답했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는데 학교는 무척 느리다. 아마 졸업하고 바로 학교에서 근무했다면 이번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회생활을 하면 차 대접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나 보다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원생활을 할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학원에서조차 최우선은 학생들의 수업이다.”
차 접대를 거부하고 사과까지 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차 접대도 교사의 업무에 포함된다면 해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예를 들어 공문작성 등은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사의 대표적 잡무 중 하나다. 그렇지만 그런 문제로 내가 지적을 받았다면 최선을 다해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차 접대는 다르다. 더구나 수업시간에 차 접대라니 거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차 접대를 강요했다는 증거는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발견되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 본질을 잊고 사건의 핵심을 파헤치지 못했다. 학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맞는가, 교장 선생님 등 학교의 어르신들을 접대하는 게 옳은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사과를 요구했을 뿐이다. 내가 사표를 낸 후에도 다른 기간제교사들이 이와 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보수언론이 본질 왜곡해 전교조 문제로”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사람들이 조선일보 반대운동을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나는 한번도 『조선일보』나 『주간조선』, 『월간조선』 등과 인터뷰 한 적이 없는데 그들은 마치 나를 만난 것처럼 기사를 썼다. 전교조에 대한 비판기사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내게 대화로 해결해 보지 그랬냐고 묻는다. 그 문제로 끊임없이 교육청에 진정하며 노력했지만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내가 차 접대 문제로 힘들 때 도와준 곳은 전교조 밖에 없었다. 같은 동료교사의 입장으로 나를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사회적 약자를 도와준 게 왜 지탄받아야 할 사건인가. 사건의 앞뒤를 따져보지 않고 나와 전교조를 매장하는 글을 보면서 큰 분노를 느꼈다. 언론이 교장의 자살을 미화시킨 일이 아이들의 교육상 나빴던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좀더 객관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사건에 관련된 기사들을 모니터하고 있고 신뢰감이 있는 매체들과는 인터뷰도 종종 하고 있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1년 정도는 이번 일을 잊기 위해 쉬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이제 스물여덟 살이다.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시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단지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 아쉽다. 아이들과 한창 정이 새록새록 들고 있을 때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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