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장사망사건" 그후, 진 교사의 격정토로


"서교장사망사건" 이후 전교조와 교장단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본지는 사건의 본질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진 교사를 만났고 기간제 교사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도 꼼꼼이 따져봤다. 편집자 주

충남 보성초등학교 서 교장 사망사건으로 지난 4월 전국이 후끈 달아올랐다. 교장의 자살로 이어진 이번 사건에 대해 세상은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불꽃은 엉뚱하게 전교조로 튀었고 교육계 내부는 전교조와 교장단의 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이 됐던 진 교사는 이번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말하고자 했다. 고향인 예산을 떠나 천안에서 쉬고 있는 그를 만났다.



사건이 발생한지 한 달이 지났다. 어떻게 보내고 있나.


“머리가 많이 아프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인지 가슴이 답답하다. 그렇지만 병원에 갈 용기가 생기지 않는다. 요즘은 은행에 가도 내 이름이 불리면 사람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아 놀라곤 한다. 고향인 예산에는 내가 교장에게 돈을 요구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힘들어서 요즘은 천안에 있는 친구 집에서 쉬고 있다.”



기간제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중등 국어를 전공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초등학교는 교사가 부족해 중등 전공 교사들도 일정한 자격이 주어지면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게 했다. 학원에서 몇 년간 일하면서 정식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먼저 기간제교사를 시작했다. 교직을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이 기간제교사를 하면서 임용시험을 준비한다.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학교 현장에 대한 경험을 미리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기간제교사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인가.


“학교라는 사회가 이렇게 관료화되어 있는 줄 몰랐다. 출신학교 간의 파벌도 심하다. 나는 중등 전공자라 그게 더 심했다. 그래서 많이 답답했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는데 학교는 무척 느리다. 아마 졸업하고 바로 학교에서 근무했다면 이번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회생활을 하면 차 대접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하나 보다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원생활을 할 때도 이런 일은 없었다. 학원에서조차 최우선은 학생들의 수업이다.”



차 접대를 거부하고 사과까지 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차 접대도 교사의 업무에 포함된다면 해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예를 들어 공문작성 등은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사의 대표적 잡무 중 하나다. 그렇지만 그런 문제로 내가 지적을 받았다면 최선을 다해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했을 것이다. 차 접대는 다르다. 더구나 수업시간에 차 접대라니 거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차 접대를 강요했다는 증거는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발견되고 있다. 그동안 언론이 본질을 잊고 사건의 핵심을 파헤치지 못했다. 학부모들에게 묻고 싶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맞는가, 교장 선생님 등 학교의 어르신들을 접대하는 게 옳은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사과를 요구했을 뿐이다. 내가 사표를 낸 후에도 다른 기간제교사들이 이와 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보수언론이 본질 왜곡해 전교조 문제로”




이번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큰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동안 사람들이 조선일보 반대운동을 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깨달았다. 나는 한번도 『조선일보』나 『주간조선』, 『월간조선』 등과 인터뷰 한 적이 없는데 그들은 마치 나를 만난 것처럼 기사를 썼다. 전교조에 대한 비판기사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내게 대화로 해결해 보지 그랬냐고 묻는다. 그 문제로 끊임없이 교육청에 진정하며 노력했지만 아무도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내가 차 접대 문제로 힘들 때 도와준 곳은 전교조 밖에 없었다. 같은 동료교사의 입장으로 나를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는가. 사회적 약자를 도와준 게 왜 지탄받아야 할 사건인가. 사건의 앞뒤를 따져보지 않고 나와 전교조를 매장하는 글을 보면서 큰 분노를 느꼈다. 언론이 교장의 자살을 미화시킨 일이 아이들의 교육상 나빴던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좀더 객관적으로 이번 사건에 대해 판단하게 될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사건에 관련된 기사들을 모니터하고 있고 신뢰감이 있는 매체들과는 인터뷰도 종종 하고 있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1년 정도는 이번 일을 잊기 위해 쉬어야 할 것 같다. 나는 이제 스물여덟 살이다. 무엇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다시 잘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단지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 아쉽다. 아이들과 한창 정이 새록새록 들고 있을 때 헤어졌다.”

기간제교사들의 권리 선언

방중월급 지급·퇴직금 지급·신분보장 등 요구



인터넷 ‘기간제교사’ 카페에서 대구 모 중학교에 근무하는 한 기간제교사는 네이스(NISE)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 대부분의 학교들은 요즘 네이스 때문에 시끄럽다. 위에서는 네이스를 쓰라고 종용하고 젊은 교사들은 거부하는 분위기다. 나이든 교사들은 컴퓨터 관련 업무는 젊은 교사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래저래 업무가 이뤄지질 않는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기간제교사에게 네이스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 기간제교사의 입장에서 네이스를 쓰지 않겠다고 주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서 교장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끼리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 중에 상당수는 기간제교사는 정식교사도 아닌데 왜 전교조의 이름을 더럽히고 있냐며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교직 사회에서도 기간제교사는 비정규직일 뿐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학교 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기간제교사는 2000년 이후 교원유연화정책에 따라 급속도로 늘어 2002년 4월 현재 전국 초·중·고교 전체 교사 중 6.6%인 2만157명이며 그중 여성이 72%(1만4527명)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비정규직 문제와 마찬가지로 노동조건이 척박하고 신분보장이 안된다. 정교사와는 다르게 연월차를 사용할 수 없고 방학중 월급이 지급되지 않으며, 퇴직금도 없어 경제적으로도 곤란을 겪고 있다. 기간제교사라고해서 업무 부담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계약기간이 보장되지 못하므로 교사들의 업무지시가 부당해도 이를 거부할 수 없다. 특히 퇴직금 문제는 처음으로 기간제교사를 하는 경우 가장 당혹해 하는 부분이다. 계약기간이 365일, 즉 1년에서 하루만 모자라도 현행법상 퇴직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자신의 계약기간이 364일이라는 것을 알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기간제교사들이 당당하게 자기권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28일 현재 전국 비정규직 교사 547명은 비정규직 교사(기간제 교사, 시간강사) 실태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교육인적자원부에 ▲방중월급 지급 ▲퇴직금 미지급을 위한 계약기간 변형 및 일방적인 계약 강요 금지 ▲연가, 병가 및 특별 휴가 사용 의무화 ▲계약 기간 중 해임 불가 ▲시간강사의 4대보험 가입 의무화 ▲지역별·시기별 보수 차이 해결 ▲기간제 여교사 성희롱 및 성추행 관련 신고센터 운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기간제교사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도 교육인적자원부에 요구할 방침이다.

국가인권위는 2003년 3월 24일 전원위원회에서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게 기간제교사와 관련한 지침을 개정하고 향후 기간제교사가 차별받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2003/06/01 00:00 200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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