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확보 미명아래 전국민을 도박중독자로?
2003/2003년 06월 :
2003/06/01 00:00
한 시민운동가의 이유있는 문제제기
경마장 경륜장 경정장… 사행성 도박산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도박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11조5539억 원을 차지했고 15세 이상 성인 1인당 연간 34만 원을 "도박비용"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경마·경륜·경정·카지노의 연간 이용객 수는 모두 2313만8000명. 자치단체는 세수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도박장"을 유치하려 혈안이고,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관계당국은 "레저스포츠"라고 포장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국민들은 서서히 신용불량자로 전락해가고 있었다. 국가가 만든 공인된 도박장에서 희망을 잃은 국민들. 그들은 "잃어버린 본전"을 찾아 전국을 떠돌며 "한탕"을 위해 경견, 소싸움장까지 찾아다니게 생겼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편집자 주
경륜장, 경마장 등 레저산업을 통한 지방세수 확보라는 미명 아래 추진되고 있는 도박시설이 각 자치단체간의 유치경쟁으로 비화되는 등 무분별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인생역전!” 또는 “대박!” 이런 단어들은 어느 새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지난해말부터 열풍을 몰고 온 로또복권 이외에도, 우리 국민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전국 곳곳에 자리잡은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등의 업소를 경험했다고 한다.
2003년 5월 현재 전국에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등 도박시설은 총 50개에 이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몰려있지만, 몇 해 전부터는 부산, 대구, 대전 등 지방도시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2∼3년 내에 8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민의 절반이 사행업소 경험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공동으로 용역 의뢰한 ‘병적 도박 실태조사 및 치료프로그램’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박 중독자는 300만 명(성인인구의 9.3%)에 이르고 도박중독 비율은 미국, 캐나다, 호주보다 무려 3.6∼4.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륜, 경마, 경정, 카지노 등 합법적인 사행성 산업에 대한 도박중독자의 사회적 비용이 최대 10조 원(2001년 기준)으로 추정돼, 같은 기간 사행산업 총매출 8조6350억 원을 상회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002년 사행산업의 총 매출은 11조3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과 대비해(8조 6350억) 31.1%나 증가한 것이며 국민의 절반에 해당되는 2400만 명이 이들 사행업소를 이용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각종 사행시설의 1인당 1일 평균 배팅금액은 카지노가 224만 원으로 가장 높으며, 다음으로 경륜이 55만9000원, 경마가 47만 원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국가 전체 레저시장(2001년 17조 원)에서 차지하는 총 사행산업 비율도 51.4%로 일본의 26.5%의 2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행산업이 급속히 전국으로 확산되고, 그 폐해가 커지자 이들 시설의 설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행성 시설의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도박산업의 전국화로 지역간, 업종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지역주민들의 도박중독률이 더욱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적정공급 계획조차 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방정부에 의한 도박산업 전국화는 경쟁적인 유치운동에 따른 행정기관과 주민, 지역과 지역의 뜨거운 찬반논쟁을 부추겨 지역사회의 심각한 갈등요소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중독은 물론 지역사회 갈등요소로
이런 예로 대전광역시를 비롯해 광주·전남 등 주요 지방도시는 경륜장, 경마장 등 대형사행시설의 유치는 물론, 각종 장외발매소까지 유치경쟁에 뛰어 들고 있으며 광역자치단체 안에서도 기초단체 간의 무분별한 유치경쟁이 지역주민들의 화합을 깨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자치단체들이 이처럼 경쟁적으로 도박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것은 손쉽게 재정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은 “국세 위주의 중앙집권적 조세체제 때문에 열악한 지방재정을 극복할 방법을 찾을 수 없다”면서 “이런 시설들은 새로운 경영행정 수단”이라고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가시간과 소득의 증가로 늘어나는 레저문화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도 이 같은 산업은 꼭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의 이런 주장은 세수확대를 위해 사행시설을 통해 지역주민의 호주머니를 노린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그나마 자치단체가 내세우는 세수확대조차 자치단체간 치열한 경쟁에 의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각종 도박시설의 난립으로 지역 간 경쟁 내지 업종간 경쟁으로 매출목표 달성이 어려운 것은 물론, 해당지역 주민들의 이용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어 도박중독자 양산 등 사회적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는 반론을 펴고 있다.
대전경륜장 건립을 반대하고 있는 경륜장충청권건립저지공동대책위원회의 이충재 운영위원장은 “지금은 창원경륜장이 지방도시 유일한 대형도박시설이지만 대전경륜장이 개장하는 2006년이 되면 부산, 경북 청도, 광주, 대전, 경기도 광명, 강원 정선 등 권역별로 1∼2개의 대형 도박시설과 각종 장외발매소 등 총 80여 개의 도박장이 전국 주요도시마다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이런 공급과잉 상태에서는 대전경륜장을 통한 지방세원 1500억 원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충재 위원장은 “설령 지방세원 확보가 가능하더라도 대전·충남북 시도민들의 사행산업 참여율이 과도하게 높아져, 도박중독자 양산 등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레저시설이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장도 허구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조사에 따르면, 경륜장 고객 가운데 가족과 함께 경륜장을 찾는 고객은 5.9%밖에 안되며, 매월 12일 개장일 가운데 10일 이상 경륜장을 찾는다는 고객이 55.2%에 이르고 있다. 이 수치는 이들 시설이 가족이 즐기는 레저시설이 아니라 도박적 특성을 갖는 사행시설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자치단체가 지방세수의 확보라는 미명아래 공공성을 저버리고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것은 대표적인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필요한 행정낭비와 주민들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도박산업의 추진은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이러한 시설들이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크다는 것이 각종 통계와 수치를 통해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는 국세위주 조세체계 개혁 요구부터
시민단체들은 “만일 재정난이 문제가 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국세 위주로 짜여진 조세체계의 개혁을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자구노력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역시 도박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규모 등 입체적인 분석과 더불어 전체 레저산업에서 도박산업의 비중을 적정 선에서 묶는 체계적인 관리계획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올바른 기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박시설에서 나오는 기금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모두 지원하는 방식이 아닌 교부세 개념으로 지원할 있도록 관련법의 개정작업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박시설의 무분별한 설립을 막기 위해 일본 등 선진국 사례처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감독위원회를 만들어 사행산업의 규제가 이뤄질 필요도 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