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전직 대통령의 졸부 행각
2003/2003년 06월 :
2003/06/01 00:00
정치부 기자 시절, 데스크로부터 특명을 받았다. 백담사에 머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절집을 찾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희한한 설법을 하고 있다는데, 신도를 가장하고 들어가 그 내용을 소상히 듣고 오라는 것이었다. 취재진이 끼여들세라 입구에서 필기도구와 녹음기, 카메라를 다 압수하는 바람에 순전히 기억에만 의존해 1시간 여의 ‘법문’을 복기해내느라 엄청 끙끙거렸다. 그 뒤 데스크는 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취재는 무조건 내게 떨어뜨렸고, 덕분에 그의 화려한 생활을 편린이나마 엿보게 되었다.
이듬해 여름이던가, 칩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전씨가 측근 십수 명과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사진기자와 함께 전 전 대통령보다 한 발 앞서 제주에 내려가 길목을 지켰다. 일행은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최고급 호텔까지 자가용으로 이동했고, 그 뒤를 대형 승합차가 따랐다. 일행의 짐, 골프장비를 실은 차였다. 호텔 입구에서 그 짐을 부리는 걸 보노라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정작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우리는 밀착 취재를 위해 무리해서라도 그 일행이 묵는 층에 방을 얻을 요량이었다. 허나 호텔 측에서는 전씨 측에서 그 층의 객실을 다 예약해 놓았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사람 수보다 훨씬 많은 방을 오로지 번거로운 시선을 피할 목적으로 모조리 찜해 버린 것이었다. 취재중 장애물에 맞닥뜨린 것도 화가 나려니와, 그가 호기롭게 쓰는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온 것일까 생각하니 더 기가 막혔다.
몇 달 뒤 전씨가 왕년에 자신이 거느렸던 막료들을 부부 동반으로 초청해 오페라를 관람한다는 짤막한 단신이 나왔다. 아는 선배에게 당장 전화를 걸어 표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찌감치 표는 매진되었고, 삼십 명도 넘는 그들 일행의 표를 급히 만들어내느라 공연을 후원한 모 신문사 고위 간부들의 초대권까지 총동원되었다나. 제주도 사건에 이어 또 한번 그들의 특권적 행태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결재하든, 주위 사람들이 대신 결재해 주든, 전씨는 한결같이 제왕적 소비생활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전씨가 돈 문제로 다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번엔 많아서가 아니라 가진 게 너무 없어서이다. 추징금 2204억 원 중 1900여 억 원을 내지 않은 채 질질 끌어온 그는 법정에서 추궁받자 “내 전 재산은 29만1000원뿐”이라고 천연덕스럽게 응수했다. 그의 당당한 진술에 감명(?)받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수밖에. 얼마 전 학계의 살아있는 양심으로 불리면서 군사정권 내내 여러 번 고초를 당한 한 지식인을 모시고 점심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전씨 이야기가 화제로 떠오르자 “아, 그 양반 혹 만나게 되면 꼭 좀 전해주시구려. 그리 가난하시다니 이 000가 돈 좀 보태드리겠노라고.”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나왔음은 물론이다.
전씨 자신은 이처럼 형편이 불우한데도 전씨의 아들 손주 며느리들은 공교롭게도, 한결같이 재산가이다. 잘 나가는 출판사로도 성에 안 차 대형 서점을 인수한 아들이 있는가 하면, 월 임대 수입만 몇천만 원씩 올리는 아들도 있단다. 아버지는 재테크 실력이 꽝인데 아들과 손주 며느리는 재테크 귀재들만 모인 건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듬해 여름이던가, 칩거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전씨가 측근 십수 명과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는 소문이 돌았다.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사진기자와 함께 전 전 대통령보다 한 발 앞서 제주에 내려가 길목을 지켰다. 일행은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최고급 호텔까지 자가용으로 이동했고, 그 뒤를 대형 승합차가 따랐다. 일행의 짐, 골프장비를 실은 차였다. 호텔 입구에서 그 짐을 부리는 걸 보노라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절로 입이 벌어졌다.
하지만 정작 놀랄 일은 따로 있었다. 우리는 밀착 취재를 위해 무리해서라도 그 일행이 묵는 층에 방을 얻을 요량이었다. 허나 호텔 측에서는 전씨 측에서 그 층의 객실을 다 예약해 놓았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사람 수보다 훨씬 많은 방을 오로지 번거로운 시선을 피할 목적으로 모조리 찜해 버린 것이었다. 취재중 장애물에 맞닥뜨린 것도 화가 나려니와, 그가 호기롭게 쓰는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온 것일까 생각하니 더 기가 막혔다.
몇 달 뒤 전씨가 왕년에 자신이 거느렸던 막료들을 부부 동반으로 초청해 오페라를 관람한다는 짤막한 단신이 나왔다. 아는 선배에게 당장 전화를 걸어 표를 구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찌감치 표는 매진되었고, 삼십 명도 넘는 그들 일행의 표를 급히 만들어내느라 공연을 후원한 모 신문사 고위 간부들의 초대권까지 총동원되었다나. 제주도 사건에 이어 또 한번 그들의 특권적 행태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자신이 결재하든, 주위 사람들이 대신 결재해 주든, 전씨는 한결같이 제왕적 소비생활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전씨가 돈 문제로 다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번엔 많아서가 아니라 가진 게 너무 없어서이다. 추징금 2204억 원 중 1900여 억 원을 내지 않은 채 질질 끌어온 그는 법정에서 추궁받자 “내 전 재산은 29만1000원뿐”이라고 천연덕스럽게 응수했다. 그의 당당한 진술에 감명(?)받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수밖에. 얼마 전 학계의 살아있는 양심으로 불리면서 군사정권 내내 여러 번 고초를 당한 한 지식인을 모시고 점심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전씨 이야기가 화제로 떠오르자 “아, 그 양반 혹 만나게 되면 꼭 좀 전해주시구려. 그리 가난하시다니 이 000가 돈 좀 보태드리겠노라고.”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나왔음은 물론이다.
전씨 자신은 이처럼 형편이 불우한데도 전씨의 아들 손주 며느리들은 공교롭게도, 한결같이 재산가이다. 잘 나가는 출판사로도 성에 안 차 대형 서점을 인수한 아들이 있는가 하면, 월 임대 수입만 몇천만 원씩 올리는 아들도 있단다. 아버지는 재테크 실력이 꽝인데 아들과 손주 며느리는 재테크 귀재들만 모인 건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