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이용한 사익추구 막기 위해 공직자윤리법 개정 절실


참여연대는 지난 4월 29일부터 광화문 정보통신부 청사 앞에서 진대제 정통부장관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9194주)과 스톡옵션(7만주)의 매각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계속 벌이고 있다. 진 장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고위공직자의 사적인 이해가 공익과 충돌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참여연대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이해충돌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편집자 주

참여연대가 진대제 정통부장관의 삼성전자 주식 매각을 촉구한 뒤 많은 논란이 있었다. 참여연대의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정당하게 취득한 재산까지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심하지 않은가?”라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그러나 참여연대의 진 장관 주식 매각 요구는, 단말기 생산업체의 이해가 달려 있는 ‘보조금 허용 기종’과 ‘보조금 한도액’의 범위가 정통부 장관의 고시(告示)에 의해 결정되고, ‘보조금 허용 범위’를 결정해야 하는 장관의 권한과 삼성전자 주식 보유와는 전형적인 이해충돌이 발생한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참여연대의 주장은 진 장관의 재산형성의 공정성과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제기다. 또 단말기보조금 정책이 삼성전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냐의 문제제기가 아니라, 미치는 영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제기다. 진 장관의 삼성전자 주식보유 논란은 아직 우리사회에서 공론화되지 않은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시급함을 함축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공직을 사적 이익의 도구로 이용한 사례


참여연대가 공직자들의 이해충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공론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회의장을 상대로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10여 명의 상임위 배정 처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 대부분 약사와 의사출신인 이들 의원들은 법 시행 연기를 주장하는 대한의사회와 약사회의 청원을 소개하고 약사법 부칙 조항을 개정하려는 등 의약분업의 시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그 이유였다.

99년 8월에는 사학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교육관련법안을 심사하던 교육위에서는 오히려 학교 운영의 민주화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항들이 대거 삭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역시 사학을 운영하고 있는 의원들이 주도한 일이다.

2001년에는 당시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이었던 한나라당 주진우 의원이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를 위해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 국정감사과정에서 경쟁 상대업체인 수협으로 하여금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를 포기하도록 종용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다. 그는 해양수산부 국감에서 노량진 수산시장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으나 수협이 인수 포기를 선언한 직후 애초의 공언을 어기고 수의계약서 제출 마감시간 10분전 전격적으로 의향서를 제출하였다.

한 가지 특이할 만한 것은 참여연대가 98년 12월 당시 헌법소원을 제출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농림해양수산위의 주진우 의원이 이권 관련 상임위 선임을 이유로 재조정되어야 할 인물로 지목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이해충돌의 발생 그 자체가 부패행위와 직결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법과 제도를 통해 이를 규제해야 하는 이유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직수행에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 할 수 있는 공정성과 공평성의 상실이 부패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이다.

2002년에는 정몽준 후보의 현대중공업 지분처리가 문제가 되었다. 정 의원은 2002년 9월 17일 대선출마선언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의 지분처리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대해 “출마 및 공직임기동안 지분을 금융기관에 위탁, 모든 권리를 수탁은행이 행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이 답변은 이해충돌을 근본적으로 해소시키지 못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언론의 혹독한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부패 못 막는 공직자윤리법


이처럼 공직자의 주식보유와 관련된 이해충돌의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고위공직자의 부패방지 관련 법과 제도가 공직자의 주식투자와 같은, 이해충돌 발생 가능성이 높은 재산, 권리의 보유와 관련해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증권거래법상 내부거래 금지조항이 있지만 이 조항은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투자라는 특수한 형태만을 규제하는 것으로 이해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조항과는 거리가 멀다. 이해충돌 문제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법률인 공직자윤리법 역시 공직자의 주식거래 내역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기는 하나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이해충돌을 찾아낼 수 있는 규정이 없으며 설사 찾아낸다 하더라도 이를 해소할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 않다.

외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의 정부윤리법(78년)과 윤리개혁법(98년)은 연방공무원에게 세세한 재산의 등록 및 보고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며 등록된 재산을 심사해 소득과 담당업무간의 이해충돌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심사 결과 등록의무자가 법령을 위배하고 있다고 인정할 경우에는 등록의무자에게 법률준수에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기한 내에 하라고 요구한다.

이런 요구에는 “권리박탈, 반환(손해배상), 백지위임신탁의 설정, 자발적인 전직, 전임, 재배치, 해임요구 등 적절한 조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조치를 합리적 이유없이 거부할 경우에는 형사처벌에 처해지기도 한다. 그 실례로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수석고문의 경우를 들 수 있다.

그는 2001년 3·4월 자신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인텔, 엔론, 제너널 일렉트릭 등의 임원들과 만나 에너지 정책 등의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칼 로브가 윤리규정을 위반하였다며 법무부의 조사를 요구한 바 있다. 내부 정보를 유출한 것도 아닌 단순한 논의만으로 문제가 되냐는 백악관의 반론에 대해 웩스만 의원은 “95년 새뮤얼 버거가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안보담당 부보좌관으로 있을 때 주식보유와 관련된 이해상충문제가 발생해 법무부로 이관돼 조사가 이루어져 결국 23000달러의 벌금을 낸 사실”을 상기하며 “조사 요구는 이러한 전례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하였다.

제도적인 차원의 이해충돌 해소는 아니지만 우리도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진 장관에 앞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던 이상철 전 장관은 정통부 취임 직후인 2002년 3월 KT사장 재직 시절 매입하였던 8억 원 상당의 KT와 KTF 주식을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며 매각하였다. 민주당 김효석 의원 역시 조흥은행의 주식 보유가 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의 직위와 이해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참여연대의 지적을 받아들여 조흥은행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흔히 경영능력과 실적만으로 평가한다는 월가도 ‘엔론(Enron) 사태’를 겪으면서 도덕성을 갖추지 않은 전문경영진이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다고 한다. 이런 여파로 국내 기업들 역시 앞다투어 ‘윤리경영’을 선포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진 장관은 요지부동이다.

참여연대는 삼성전자 주식매각을 거부한 진 장관이 업무를 공정히 수행할 도덕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정부가 공직자윤리법에 이해충돌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최한수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
2003/06/01 00:00 200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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