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자구노력에 따라 하반기 금융안정 좌우


한때 호황을 누렸던 신용카드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잇다. 지난 3월 카드대란 사태까지 갔던 이들 카드사들에 대한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스스로 자초한 부실이라는 것이다. "건전성 강화"를 위한 3개월의 유예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카드사의 위기극복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신용카드사들은 건전성 회복에 성공할 것인가. 4월에 연장한 카드채의 만기시점인 7월 위기설이 공공연히 나도는 상황에서 시장은 신용카드사들의 자구노력 결과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이던 카드사별 신규 연체액이 4월 들어 다시 증가세로 접어들자 카드사들은 물론 시장참여자들도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6월 15일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카드사별 신규 연체액은 2003년 1월말 2조6054억 원이던 것이 3월말 1조9837억 원까지 줄었다가 4월말에는 다시 2조3182억 원까지 늘어났다. 전월 대비 16.9%나 증가한 것이다. 이는 3월 카드대란 때, 자구노력을 통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카드사의 계획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금융당국이 ‘예외없이 적기시정조치를 발동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연체율과 자본비율을 적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하는 카드사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신규 연체율은 적기시정조치 항목에서는 예외지만 현 상황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상환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결국 기존의 연체율에 더해지게 되는 것이다. 1개월 연체율이 10%(자기자본비율 8% 미만도 해당된다)를 넘으면 카드사들은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되는데 불안정한 경영상황에서의 이런 조치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미 연체대금 규모가 자기자본을 위협하고 카드사들은 정부제재와는 별도로 ‘연체와의 전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무분별한 카드발급 연체율의 부메랑으로

한때는 호황을 구가하던 신용카드사들이 어떻게 생존을 고민할 처지까지 이른 것일까. 1990년대 후반부터 신용카드 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의 일환으로 가계소비가 확대되고 카드사용에 대한 세제지원이 마련된 것이 그 배경이었다. 그러나 신용카드사들의 시장확장경쟁은 지나쳤다. 길거리에서까지 카드모집을 할 정도로 맹목적인 시장확대를 시도한 것이다. 소득조차 확인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했고 이 과정에서 미성년자와 실직자들에게까지 카드가 발급되었다. 그에 따른 위험관리는 고려조차 되지 않았다. 경제인구당 카드 수도 1993년에는 1.0개에서 2000년 2.7개, 2002년에는 4.6개까지 늘었다. 그에 따른 카드이용액은 1993년 26조8000억 원, 2000년에 224조9000억 원, 2002년 678조 원으로 급상승했다.

경기가 나빠지자 상황은 급변했다. 무분별하게 발급했던 카드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카드 이용내역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대출부분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1999년에 비해 2000년에는 현금서비스 이용이 200.8%나 늘었고 여기에서 다음 해인 2001년까지 84.2%가 늘었다. 카드론도 2000년에서 2001년까지 210.1%가 늘었다. 이런 과정이 쌓여 2003년 4월 현재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186만9000명, 전체 신용불량자의 61%에 해당된다.

악순환은 계속 이어졌다. 현금서비스 등 론 형태의 대출급증은 카드사에 대한 자금압박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다 카드사의 실책도 계속됐다. 카드사들은 국내 금리의 하향안정화 추세에 따라 비용절감을 위해 단기차입금 위주로만 자금조달을 한 것이다. 그 결과 전업카드사들의 단기차입금은 1999년 5조9000억 원이던 것이 2001년에는 15조 원대로, 2002년에는 30조 원을 웃도는 정도까지 이르게 되었다. 무리한 단기자금조달은 회원확대를 더욱 부추겼다. 회원모집과 판매관리비가 매년 배 이상 증가했고, 시장 선점을 위해 제공하는 무료할인서비스와 경품지급으로 인한 비용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러한 악순환으로 카드사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쌓여갔고 SK글로벌이라는 외적 요인에 의해 지난 3월 카드대란으로 폭발한 것이다.

금융당국도 카드부실 부추겨

정부도 카드사 부실의 책임을 면키 어렵다. 특히 1999년 5월에 여신전문업법 시행규칙 개정은 카드이용 행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70만 원이던 현금서비스의 월 이용한도를 폐지한 이 조치로 1998년 32조7000억 원이던 현금서비스는 2000년에는 145조3000억 원, 2002년 357억7000억 원으로 급속히 늘었다. 길거리 카드모집이 가장 성행했던 2000년을 보내고 금융당국은 뒤늦게 모집규제에 나서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이 2002년 4월과 10월에 카드사의 가두회원 모집규제에 나섰으나, ‘영업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총리실의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에 부딪쳐 실패했다. 그러나 신용불량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자, 2003년 3월부터 모집규제에 다시 나섰으나, 이미 신용불량자는 300만 명을 넘어 버렸다.

그러나 정말 심각한 것은 이번 카드대란이 카드사의 무책임한 경영에 기인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패널티없이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4·3정부대책으로 조성한 유동성 자금의 65.7%가 삼성카드(31.6%)와 LG카드(33.5%)로 집중되었다.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무리한 경쟁을 촉발시켰던 재벌계 카드사에 오히려 특혜를 준 것을 두고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훤일 교수(경희대 법과대학)도 지난 4월 29일 한국신용카드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무분별한 시장확대전략, 취약한 재정구조, 시장불안감 팽배’와 함께 ‘일관성 없는 정부대책’을 부실원인으로 지적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5월 12일 낸 의견서에 따르면 올 7월부터 9월 사이에 카드사들이 상환해야 할 부채총액은 25조8340억 원에 달한다. 참여연대 측은 4·3정부대책은 문제해결이 아니라 단순히 3개월 후로 문제를 연기한 것뿐이며, 6월말 이후 카드사들이 독자적인 신용에 의해 만기 도래하는 카드채와 CP의 만기연장에 성공하느냐에 시장의 안정 여부가 달려있다고 주장한다. 신용카드사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까지 4조6000억 원으로 6월중에 2조1000억 원을 확충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추진되면 2003년 3월 10.2%인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올해 말이 되면 15.47%가 된다. 그러나 이 역시 지표산정에 있어 금융당국의 이중잣대 논란이 있어, 적기시정조치 기준이 되는 8%를 선회한다고 해서 카드사가 건전하다고 판단하기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카드채를 인수해야할 투신사에 대한 시장의 불안도 카드사의 정상화를 가로막는 주요한 원인이다. 일각에서는 대내외적 충격으로 투신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경우 카드채에 대한 차환 중단으로 카드사 위기가 다시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제 7월이다. 3개월의 유예기간동안 신용카드사들은 어떠한 자구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의 건전성을 회복했을까. 6월말 카드사별 경영실적보고서가 나오면 1차적인 결과가 시장에 공개된다. 그 결과에 따라 하반기 한국금융시장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최현주(참여사회 기자)
2003/07/01 00:00 200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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