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3년 6월 16일 오후4시

장소 : 참여연대 2층 강당

토론 :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한성대 교수

원승연 신한BNP파리바 투자신탁운용 상무 (가나다 순)

정리 : 최현주 본지 기자

김상조 : 지난 3월 카드채로 인한 금융혼란이 있었고 정부대책으로 유동성 위기는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3개월 만기 연장한 카드채가 돌아오는 6월말∼7월초에 다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오늘 좌담은 카드발 금융위기 원인진단, 정부의 금융정책을 평가하고 현재 시장에서 논의되는 방안 등 해법을 모색해보도록 하자. 먼저 카드대란의 원인을 짚어보자. 카드사, 이용자 그리고 금융당국 이렇게 세 주체 각각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김병덕 : 카드사가 원인제공자다. 전혀 위험관리가 없었다. 개념조차 없었다고 본다. 카드업계에 관련한 연구를 하면서 우리의 카드사들을 방문해 위험관리시스템을 보았는데, 외국의 발달된 금융기관의 20∼30%에도 미치지 못하더라. 고객관리만해도 1인당 얼마가 이익이니 무조건 모집한다는 식이었다. 이런 행태가 위험을 가중시켜왔음은 물론이다. 카드사들은 수익에 대한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 다행히 여러 카드사들이 노력 중이다. 그런데 최근 모 재벌 카드회사가 더욱 공격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보 경쟁에 나선 것을 보니 아직 정신 못 차렸다는 생각이 든다.

원승연 : 위기원인으로 자금관리 측면을 지적한다. 카드사 문제는 외환위기 직후 1998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도 지금의 카드위기와 비슷했다. 외환위기로 개인신용도가 떨어지고 실직자들이 늘어 연체 비율이 높아지자, 카드사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결국 하루짜리 콜자금으로 조달했다. 15일이 3개월로 길어졌을 뿐 그때와 지금의 자금조달 방식은 동일하다. 위험관리가 전혀 안 되는 것이다. 그럼 왜 지금 이 문제가 부각된 것일까. 그때와 무엇이 다른가. 그것은 카드가 전체경제와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카드의 위기는 전체 시장을 붕괴시킬 정도다. 그러나 자금의 내부적 관리방식이나 과잉영업 등 문제의 본질이 변하지 않는 걸 보면, 한 마디로 어린애가 갑자기 커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외환위기와 금융조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행태가 나타나는 것이 유감스럽다.

재벌카드사가 주도한 시장점유율 경쟁

김상조 : 자산운영과 자금조달 양 측면에서의 위험관리 실패, 카드사의 문제를 각각 잘 지적했다고 본다. 카드사들이 금융기관의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한국의 카드사들은 이들 양 측면에서 왜 위험관리를 못했는가. 현재 한국 금융산업의 중요한 특징을 반영하는 지점이다. 지난 몇 년간, 9개의 카드사 중 누가 시장점유율 경쟁을 주도했었나. 재벌계 카드사였다. 특히 삼성카드와 LG카드가 2000년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심한 과당경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위험이 가중되었다. 결국 금융기관을 산업자본처럼 경영한 행태가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다시 체크해봐야 한다. 더 나아가 최근 이뤄지는 카드사들의 자구노력 과정도 문제투성이다. 재벌의 일반적 문제, 즉 총수와 구조조정본부 차원의 의사결정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시장진입, 영업전략, 부실시 회생방안까지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다른 금융업종에서 문제가 재발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김병덕 : 카드산업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카드발급과 매출전표 구매 등 다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뭉뚱그려 ‘카드업’이라고 정의한다. 포괄적인 업무는 많은 고정비용을 요구한다. 또한 진입기준도 엄격하다. 이런 특징이 일정규모 이상의 회원 수를 요구해 결국 회원경쟁을 만든다. 차제에 카드산업구조를 어떻게 정상적으로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비전도 고민해야 한다. 나의 주장은 업무를 세분화해 업무별 신규 진입과 퇴출 그리고 아웃소싱을 자유롭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조 : 경쟁의 효율화를 위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퇴출을 엄격하게 하자는 원칙에 동의한다. 그러나 퇴출의 엄격성과 건전성 감독을 갖추기 전에 진입장벽부터 낮추면 결국 진입자는 언제나 재벌계 회사가 될 것이다. 일례로 지난 2∼3년간 카드사들이 엄청나게 돈 벌 때, 카드진출 검토 안 한 재벌이 없다.

김병덕 : 동의한다. 그러나 카드발급업무는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지역밀착 금융기관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으로 시장이 다변화되면 재벌카드사의 독점력도 줄 것이다.

금융당국의 사전감독 실패

원승연 : 카드업의 본질에는 금융업이 갖는 독과점적 신용도가 있다. 1998년에는 삼성과 LG카드 시장점유율이 크지 않았으나 이후 재벌계 대기업 신용도가 높아지면서 점유율이 커졌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구분하기 보다는 양자 모두가 외환위기 이전과 똑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것이 재벌카드든 은행카드든 맹목적인 성장은 본질적으로 같다. 그러므로 재벌문제라고 규정짓기는 어렵다.

김상조 : 토론자간 차이가 점차 부각되는 것 같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그리고 대주주가 누구이든 간에 결국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이 얼마나 철저히 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김병덕 박사 주장처럼 진입장벽을 낮춘다면 감독기관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해진다. 우리 카드사들이 고객관리나 자금조달 위험관리가 전혀 안된 상태에서 지난 몇 년간의 과당경쟁이 원인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그럼 카드이용자는 어떤가. 이미 신용사회라고 하면서, 왜 우리나라의 카드이용자들은 자신의 신용관리에 이토록 소홀한가.

김병덕 : 신용사회 초창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신용사회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정부가 제도로 뒷받침해야하는데, 그간의 정책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 면도 있다. 특히 정권 바뀔 때 일괄 사면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 신용사회 정착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신용정보에 시장논리를 도입하는 것이다. 소비자 개개인도 신용정보가 어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젊어서부터 자신의 신용을 관리하는 습성을 키워야 한다.

원상연 : 카드이용자에게 도덕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금융업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용자에 비해 카드사가 정보의 우월성을 가진 것은 자명하고 그에 의해 개인의 신용한도를 결정한다. 문제는 카드사가 개인신용한도를 설정하는데 제대로 심사평가했느냐는 것이다. 전혀 없었다고 본다. 무리한 확장정책으로 무분별하게 발급한 카드는 결국 현금서비스 등의 론 형태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이는 전적으로 카드사가 해결할 문제다.

김상조 : 경제발전을 거듭했던 지난 30∼40년 동안, 희소한 국내자금 대부분은 기업자금이 되었다. 그로 인해 정부나 가계의 자금사용은 억압된 구조의 불균형적인 상태였다. 앞으로 한국경제가 더 성장하기 위해 사회보장제도 등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자금운영도 증가돼야 하고 그와 동시에 가계소비를 위한 자금운영도 늘어나야 한다. 문제는 제도마련이 안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급증하면서 카드사와 카드이용자가 자기제어를 못하는 상황에 빠진 것이다. 과도기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본다. 가계부분이 제도금융권을 이용해 자원사용을 확대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아서는 안 된다. 신용정보를 시장활성화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우리사회가 개인정보의 악용에 대한 합리적 기준과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김병덕 : 물론이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장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무슨 기준으로 판단하겠나. 당연히 정보다. 정부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김상조 : 따지면 하나하나 쉬운 것이 없다. 결국은 정부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검토하고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우리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이 엉망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여신전문기관의 감독 수준은 심각하다.

김병덕 : 이번 카드위기는 금융당국의 사전감독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다. 무디스사의 금융회사 평가지표를 금감위의 적기시정조치 기준과 비교해 보았다. 연체기준, 당기 순이익, 조정자기자본비율 경영실태 평가등급까지는 금감위와 무디스 항목이 비슷한데 금감위가 한 가지 놓친 것이 자금조달과 유동성 항목이다. 이 기준으로 사전조치를 취했더라면 지난 3월 위기는 없었을지 모른다.

인위적 경기부양의 후가

원승연 : 감독당국보다 정책당국이 문제다. 경제성장과 함께 소비부분의 확대는 당연하다. 2000년 경기불황 때, 정부대책은 소비를 진작해 경기회복을 시도했다. 이런 정부정책들이 최근 카드사와 은행들의 팽창경영과 맞물려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정책적 판단의 실수 아닌가.

김상조 : 오늘날처럼 가계부채와 카드문제가 심각해진 주요 이유는 정부의 경기부양 의도와 관련 있다. 즉 경직적인 저금리 정책을 펴 과잉유동성을 만들어냈던 과거 정부정책에 근본책임이 있다. 2000년부터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들어서자 정부는 저이자율 정책을 폈는데, 이때 과잉유동성이 생겼다. 그러나 이러한 자금은 기업금융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결국 가계금융이 금융기관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과잉유동성은 있고 적절한 규제기준은 없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끊임없이 카드채와 CP(commercial paper 기업어음) 등으로 자금조달을 한 것이다. 그러니 무리한 시장점유율 경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단기적 경기부양을 위해 금융시스템을 잘못 다루면 어떤 비용을 치러야하는지 이번 사태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병덕 : 정책적으로 경기부양을 한 것이 이번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경기조절, 구조조정과 건전성 확보 등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4월 3일 정부대책은 적정했는가. 정부는 최종대부자의 역할로 개입했다고 하지만 그렇게 위급한 상황이었나. 둘 다 판단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명백히 문제는 있다. 지난 3월 카드채 문제는 상당부분 투신사와 연결되어 있다. 불법적인 옵션CP 등 투신사의 도덕적 해이들에 아무런 패널티도 가해지지 않고 오히려 은행권의 돈으로 투신사를 도와주는 형식이었다.

김상조 : 투신쪽이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원승연 : 오히려 당사자니 할 말이 없는데(웃음). 이번 정부정책은 타당했다. 시장에서 보면 도저히 해결될 수 없었다. 그러나 문제점은 있었다. 미리 지적한대로 부실기업과 건전한 기업을 차별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행태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지적과 적절한 조치가 있었어야 했다.

김상조: 카드문제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런데 왜 갑자기 3월에 터진 것일까. 엉뚱하게도 촉발 지점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이었다. ‘건실해 보이던 SK글로벌이 이런 지경이니, 문제 있다던 카드사는 얼마나 심각하겠느냐’며 불똥이 카드채로 튄 것. 검찰수사 발표 이틀 후인 3월 13일에는 만기 하루 남은 삼성카드 CP조차도 거래가 안될 지경이었다. 시장의 과잉반응은 ‘정보부재’가 만든 것이다. 시장참여자들이 갑작스런 충격에 9개 카드사를 차별화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정보가 전혀 없었다. 결국 정보제공을 안한 감독당국의 직무유기가 지난 대란을 불러온 것이다.

김병덕 : 동의한다. 이제 6월말 7월초면 3개월 연장한 카드채 만기시점이다. 정부 주장처럼 시장기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그에 합당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카드사는 대부분 공시의무가 없는 비상장기업이다. 감독당국이 수시로 회계감사 등을 해 시장이 작동할 수 있게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문제는 다시 발생한다.

최현주(참여사회 기자)
2003/07/01 00:00 200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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