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 보장? 정보공개법 개정부터


국민의 참여를 제도화하고, 행정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정보공개법 개정에 대해 해당 정부부처의 의지가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의사결정과정의 공개, 정보공개위원회 설치 등 현행 정보공개법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한 몇가지 핵심적인 개선책을 제시한다. 이런 핵심 개선안의 수용이 없는 정보공개법 개정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이다. 편집자 주

정보비공개법’이란 행정기관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을 수 있도록 온갖 ‘구멍’을 만들어 놓은 현행 정보공개법을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한마디로 현행 정보공개법 아래에서는 정부부처가 국민의 공개청구에 따라 당연히 해야 할 정보공개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대선후보 시절 여러 차례 정보공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최근 국무총리실이나 행자부에서 시민단체의 개정안을 받아들여 혁신적인 정보공개제도를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상당한 기대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고건 국무총리 역시 최근 시민단체의 주장을 일부 수용한 국무총리훈령의 형태로 정보공개법 개선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정 의지는 여전히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7일 시민단체가 개최한 정보공개워크숍에 참가한 행자부는 정보공개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시민단체가 주장해온 핵심적인 개선안에 대해 여전히 자기방어적 논리를 펼쳐 정부의 정보공개법 개정 의지를 의심케 했다. 대통령의 공약(公約)이 일선에서는 여전히 공약(空約)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정보공개법 개정이다.

워크숍에서 행자부와 시민단체가 가장 첨예하게 논쟁을 했던 부분은 ▲의사결정과정의 공개문제 ▲정보공개위원회 도입문제 ▲벌칙조항 삽입문제 ▲비공개조항 정리문제 등이다.

의사결정과정의 공개가 행정투명성 높여

의사결정과정의 공개문제는 이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이다. 행자부는 논의 과정에 있는 정보가 공개되면 관련 공무원들의 발언이 위축될 수 있고 의사결정의 중립성이 훼손되므로 비공개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결재가 나지 않은 문서는 정보공개 대상이 아니라는 대통령사무규정도 의사결정과정의 비공개 근거로 들고 있다.

사실 의사결정과정의 공개는 공무원들이 도입을 가장 껄끄러워 하는 부분이다. 의사결정과정이 국민들에게 공개되면 잘못된 정책결정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오히려 행정기관의 의사결정과정이 공개되면 밀실행정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책임성 있고 신중한 정책조율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각종 이권개입 등을 방지할 수 있고, 고의적이거나 중과실에 해당하는 잘못된 정책결정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어 행정투명성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통령사무규정에 따라 최종 결재를 얻지 않은 문서는 정보공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행자부의 주장 역시 문제가 있다. 최고법인 헌법은 알권리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고 그것을 제한하는 것은 구체적인 법률로써만 가능하다.

따라서 대통령사무규정은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이 아니라 단순한 사무규정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대통령산하에 독립적인 정보공개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행자부는 현재 정보공개에 대한 행정심판건수가 1년에 100여건이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심판 기능을 부여한 상설적인 정보공개위원회는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진실을 수치로 왜곡한 것이다.

정보공개 실효성 늘이려면 정보공개위원회 설치 필수적

일반 시민들이나 시민단체는 수많은 정보공개청구를 하고 있지만 비공개처분에 대하여 행정심판을 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그 이유는 그간 정보공개에 대한 행정심판을 통해 정부부처의 잘못된 비공개처분이 시정된 경우가 거의 없어, 해봤자 안된다는 불신이 일반정서로 깔려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공개소송 역시 법원의 최종 판결까지 보통 3∼4년이 소요되고 있어 재판이 끝난 후에 행정기관의 정보공개가 이미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에서는 댐건설 반대 운동을 벌이기 위해 시민단체가 댐 건설 정책결정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였지만 비공개처분으로 인해 행정소송으로 10년간 다투다가 결국 공개를 받았다. 하지만 댐은 이미 완공돼 소송 자체가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린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신속한 정보공개를 위해 독립적이고 행정심판 기능이 부여된 상설적 정보공개위원회의 마련이 왜 필요한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행자부는 정보공개법에 벌칙조항을 삽입할 경우 공무원들이 정보공개를 더욱 꺼릴 것이고 정보공개법제상으로도 맞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경험으로는 정부부처가 의도적으로 정보공개 대상 문서를 비공개문서로 규정해 놓는다든지, 해당 정보가 있음에도 없다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음을 알고 있다. 이는 처벌조항이 있어야 정보공개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비공개조항 정리 문제다. 행자부는 3만 3000개나 되는 정보공개대상기관을 몇 개 조항이나 규정으로 통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대신 각 기관별로 내부지침을 만들어 공개하면 정보공개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행정에 대해 알아야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비공개조항은 표현의 모호성으로 인해 행정기관마다 처분의 기준이 다르고 해석도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장의 판공비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청구건별로 정보공개기준이 다르게 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내역까지 공개하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악의적 비공개만 남발하고 있는 단체도 있다. 이런 것이 가능한 것은 현재의 비공개 조항이 애매 모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각 기관별 내부 지침만으로 규정하게 한다는 것도 정보공개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많다. 지침은 언제든지 변경이 가능하고 또한 악의적으로 정보공개를 축소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개정안대로 최대한 비공개조항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비공개사유의 한계를 적시해줄 때 이런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국민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 정책은 요원해 보인다. 참여정부가 이름에 걸맞는 정책을 펴나가기 위해서는 국민의 실질적 참여를 가능케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정보공개법 개정은 참여정부가 국민참여를 정말 제도적으로 정착시킬 의지가 있는 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지 중 하나다.

전진한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 간사
2003/07/01 00:00 200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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