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등 각종 규제의 사각지대


환경단체의 격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군 골프장 건설이 일사분란하게 추진되고 있다. 체력단련장이란 이름을 달고 건설되는 군 골프장은 일반 군인들의 체력단련보다는 대부분 민간인 대상 수익사업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용객이 대부분 민간인임에도 군 골프장은 군사시설이란 이름으로 환경 등 각종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아 여러 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 편집자 주

6월 16일 월요일 오후 3시 계룡산 육군본부 체력훈련장. 웬만한 학교의 운동장 크기의 주차장엔 수백대의 차량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다. 이 체력훈련장은 육군본부가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지난해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가 군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격렬한 투쟁을 전개했지만 군의 골프장 건설은 차질 없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육군본부는 9홀 규모의 자운대 골프장 건설은 물론 이미 운영중인 구룡코스에 9홀, 자운대 그린벨트 지역에 9홀 규모의 골프장을 추가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화성시 서봉산에는 해병대 군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국회 국방위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 재임기간인 1998년부터 2003년까지 건설됐거나 건설 예정인 군 골프장의 면적은 60만 평이다. 현재 국방부와 육해공 3군이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은 대략 25곳으로 면적으로는 300여만 평에 이른다. 이는 민간 운영을 포함한 전체 골프장 규모의 15%로 추정되는 규모다.

군이 민간을 대상으로 하는 수익사업을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어쨌거나 이 비즈니스는 제법 짭짤하다. 군사시설이란 미명 하에 인허가 과정, 국고지원, 환경규제, 세제 등에 있어 특혜에 가까운 편의를 누리기 때문이다. “군 골프장은 민간 골프장과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얘기가 한낱 우스갯소리는 아닌 것이다.

차리리 일반 기업이면 규제나 받지

골프장 건설에 소요되는 기금 마련부터 국고지원이 후하게 이뤄지고 있다. 건설 예정인 자운대 골프장과 화성 골프장에는 177억6000만 원이 국고 지원될 예정이다. 나머지 필요한 금액은 군복지기금법에 따른 기금에 의해 충당되는데, 이 법은 군 골프장 건설의 법적인 안정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법 4조는 ‘기금은 군 복지시설 및 체육시설의 운영에 의한 수입금으로 조성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골프장의 수익금으로 다시 골프장을 건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이 법에 대해 길복종 대전환경연 간사는 “군인의 체력증진, 복지향상 등을 위해 골프장이 필요하다면 국방비를 통해 투명하게 자금을 조달하면 될 것”이라며 “굳이 군복지기금법을 만들어 재원 통로를 여러 곳으로 만든 것은 군 예산 증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저항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골프장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수익사업에 활용하는 것도 군 골프장을 놓고 환경단체와 육군본부가 첨예하고 대립하는 지점이다. 이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군이 민간을 상대로 수익사업을 한다는 법적, 윤리적 문제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군 체력단련을 목적으로 건설된 시설이 목적에 부합하게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군 골프장의 최근 3년간 수익현황을 다루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99년에 139억 원의 순이익이 2001년에는 267억 원으로 대폭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군 골프장의 양적인 증가와 함께 골프장 별 민간인 이용률의 증가를 반영하고 있다. 실제로 군 골프장의 이용객 중에서 현역 군인의 비율은 4분의 1도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인 대상 군 골프장의 수익사업에 대해 길 간사는 “군이 영리목적의 군 골프장을 운영하려면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라 등록체육시설업에 등록하고, 행정기관 협의와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그러나 군은 골프장을 직장체육시설이라고 하면서 국방부장관의 승인만 받아 건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일반 골프장과 달리 부지면적이나 시설기준에 대한 제한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익사업하려면 세금도 내야”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해 육군본부는 지난해 8월 “체육시설의 설치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은 직장체육시설은 운영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지역주민들에게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 그러나 육군본부의 주장은 직장체육시설을 민간에게 개방토록 한 규정을 국가기관인 군이 민간을 상대로 수익사업을 해도 된다는 근거로 제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직장체육시설을 이유로 민간 골프장이 받는 각종 규제는 면제되면서, 직장체육시설의 비영리적 성격을 군복지기금법을 이용해 우회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민간을 상대로 짭짤한 수익사업을 하면서도 직장체육시설이라는 이유로 지방세를 내지 않는 것도 군 골프장 사업의 큰 매력이다.

대전환경연은 지난해 8월 논산세무서에 계룡대 군 골프장의 세금납부현황 자료를 요청했지만 논산세무서는 “국세기본법 제81조의 비밀유지 규정에 따라 세금납부 내역을 제공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또 2000년에 세법이 변경돼 군 골프장이 특별소비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것도 전했다. 수익사업을 하면서 세금 한 푼 안 내는 독점적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환경·문화재 보호의 사각 지대

환경단체 입장에서는 수익사업과 관련된 특혜가 군 골프장 반대의 본질은 아니다. 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농약살포, 습지 및 문화재 보호 등 각종 규제와 감시의 대상에서 제외됐고, 이로 인한 환경파괴가 환경단체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런 우려는 상당 부분 현실화되고 있다. 올초에는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 소유 야산에서 골프장 건설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이는 참나무 200여 그루의 벌목이 있었다. 지난해 국회 국방위는 군이 운영하는 25개 골프장의 1 헥타르 당 농약사용량이 6.17Kg으로 민간 골프장보다 44% 더 많이 사용한 것을 밝혀냈다. 또 자운대 골프장 건립을 반대하는 이 지역 시민단체들은 골프장 건설 예정부지가 고란초 자생 가능성이 높은 훌륭한 습지가 있다는 주장을 폈지만 군에 의해 묵살 당하는 실정이다.

농약사용량에 대한 시민단체의 문제제기에 대해 육군본부는 “군 골프장이 일반 골프장처럼 농약사용량 검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동안 농약사용량을 자체 조사해 보고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육군본부는 이와 함께 환경기준에 모두 합격한 농약사용량 조사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 조사자료는 공신력을 입증할 수 있는 어떤 서명이나 인증도 없어 환경단체는 이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돈 버는 재미가 쏠쏠한’ 군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골프장을 건설할 지 시민단체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장흥배(참여사회 기자)
2003/07/01 00:00 2003/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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