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수현 청와대 빈부격차 완화와 차별시정 태스크포스팀 비서관
2003/2003년 09월 :
2003/09/01 00:00
'1차 분배 실패하면 사회안전망은 밑빠진 독'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역대 정부 사상 처음 구성된 ‘빈부격차 완화와 차별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이끌고 있는 청와대 김수현 비서관을 만났다. 김 비서관은 추석 전에 주택을 포함한 현행 부동산 보유세 제도를 대폭 개선한 종합대책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편집자 주
빈부격차 완화와 차별시정 태스크포스팀(이하 빈부격차TF팀)에서 조만간 종합대책 발표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있다. 발표할 정책의 핵심을 설명해 달라.
“자영업자 소득파악은 이미 발표됐고, 국무회의를 통과해 홍보에 들어갔다. 부동산 관련 대책은 종합적으로 나갈 것이다. 특히 보유세 문제는 늦어도 추석 전에 정책이 발표될 것이다. 주거안정대책도 추석 전에 발표된다. 이번 정책배경을 설명하자면, 빈부격차와 빈곤층은 생산영역에서 또는 재생산영역에서 일어난다. 일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거나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처럼 고용조건이 나빠져 빈곤에 빠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 쪽에서는 주거비 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가 빈곤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우리의 접근방법도 이 둘에 대한 접근이라야 한다. 세원투명성 문제라든가 부동산 보유과세는 빈부격차를 둘러싼 큰 틀에서의 정책과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자산재분배에만 관심이 있고 상대적으로 소득재분배는 소홀하다는 비판이 있다.
“1차적인 분배정책은 많이 버는 사람들에 대한 조세정책을 통해 부유층으로 부가 더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그 다음에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가지고 하위계층을 끌어올리는 것이 2차 분배정책이다. 따라서 1차 분배정책을 통해 재원이 마련돼야 2차 분배로 가는 거니까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1차 분배구조가 잘못된 것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세금이나 자영업자 소득파악은 과거로부터 거의 계승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부터 먼저 형평성을 갖추자는 것이다. 2차 분배정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예산상황을 보면서 추진해야 되니까 민간에서 보기에 화끈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1차 분배정책과 관련된 얘기를 더 구체적으로 해달라.
“제일 큰 게 부동산 보유과세다. 지난 20년 동안 개혁과제였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현정부가 근본적인 개혁을 할 것이다. 부동산 과다보유자에 대한 중과세와 강남과 강북의 재산세 역전은 반드시 개선할 것이다. 이것은 부처간 협의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서 조만간 발표될 것이다.”
부유층에 대한 중과세는 결국 기득권층의 저항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이것까지 예상하면서 추진하는 것인가?
“주택문제 해결과 부유층에 대한 중과세 없이 빈부격차 완화나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 현재 지니계수가 0.3 정도인데, 주택불평등 계수는 0.6에 가까워 소득불평등에 대해 2배나 더 불평등한 상태이다. 우리는 2차 분배정책보다 더 급한 게 이거라고 본다. 이게 안되면 사회안전망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부동산 보유세제도 개선에 최대 난관은 무엇인가?
“보유세는 지방세로 지방정부가 결정한다. 예를 들어 강남은 세수가 충분하니까 굳이 보유세 올려서 세수를 만들 이유가 없어 강남은 세율이 낮고, 강북이나 지방은 오히려 더 높다. 만약 보유세를 현실화하면 강남은 오히려 세수가 늘고, 다른 지역은 세수가 줄어든다. 따라서 그 중 일부를 국가가 걷어서 균등하게 나눠줘야 한다. 그런데 그걸 하는데 시차가 있다. 국민감정상 빨리 하라고 하지만 제도적으로 하려면 법개정 등 꽤 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꼭 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경제사회정책 기조가 기본적으로 성장주의 모델이고, 이는 분배정책 강화와는 논리적 모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런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경제가 이렇게 나쁘니까 참여정부의 성장 강조를 일종의 레토릭으로 보자는 주장도 있다. 분배냐 성장이냐 이분법적으로 볼 수는 없고, 어떤 때 성장이 강조되고, 분배가 조금 뒤쳐질 수도 있고, 그런 시차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양자가 균형을 맞추지 않고 함께 성장하기는 불가능하다.”
현 기초생활보장정책 제도에 대해 ‘일 적당히 해서 대상자에서 빠지느니 차라리 일 안하는 게 낫다’는 소리도 나온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그게 기초생활보장법이 처한 최대 고민이다. 응급지원(1차), 기초생활보장(2차), 사회보험(3차) 등의 안전망이 있다면, 1차와 2차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아 빈곤층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보다 1차 안전망으로서 사회보험이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그런데 이게 지난 정부 때 구축이 됐다. 그러다보니 이 사이의 사각이 어마어마하다. 건강보험 체납가구가 150만이고, 국민연금 비가입자가 600만이다. 이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전부 공공부조로 해결하려한다. 공공부조는 결국 생계비 지원이다. 복지부 예산 중 3조 원인 45%가 기초생활보장에 사용되고 있다.”
지난 번 복지부의 빈곤층 대책 발표가 실효성이 없다는 시민단체와 일부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좀 오해다. 복지부가 그것만 하겠다고 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는데, 단기적으로 그걸 하겠다는 것이다. 나도 참여연대 10대 과제 봤는데,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고, 그 과제들은 어느날 갑자기 하자고 해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복지부가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과제들을 몇 개 제시한 것이다”.
비정규 문제는 산업구조, 노동시장 구조 전체에 걸친 문제라 빈부격차 TF팀에서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 지 궁금하다.
“우리 팀은 특히 사회보험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경우 비정규직은 대개 기업가입을 하게 돼 있었는데, 직장가입을 확대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은 지난 7월 1일로 통과되어 1인 이하 영세기업도 사업주가 부담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개선됐다. 그 다음 고용보험 확대도 꾀하고 있다. 그렇게 사회보험 적용비율을 높임으로써 안정도는 높여주자는 것이다. 그건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다음 노동시장 정책 전반에 걸친 문제들, 이건 그야말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노사정 합의가 필요한 것이니까, 합의에 따라 순차적으로 해나간다는 것이다.”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이 곧 빈곤일 수밖에 없다. 실업문제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실업은 전체 노동시장, 산업구조, 일자리는 만들기 등과 연결돼 있다. 빈부격차TF팀은 일자리가 없어서 생기는 취약계층의 실업문제 해결에 우선 과제를 두고 있다. 여성, 장애인, 노인, 청년장기실업자 등은 노동시장에 아예 진입이 안돼서 생기는 실업문제로 공공이 개입해야 하는 문제다. 이런 계층을 위해 사회적 일자리를 적극 만들어야 한다. 사회적 일자리 재원은 공공이 부담하지만 일자리 자체는 민간에서 조달한다는 점에서 공공근로와는 다르다. 올해 시범사업 예산이 72억 원이고, 내년에 250억 원 정도가 만들어질 것이다. 시범사업 결과 유용한 한국형 모델이 나오면 예산을 몇천억 원 단위로 확대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대폭 확대할 수 없는 이유가 지역사회나 민간, 혹은 시민사회가 이걸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안됐다.”
올해 시범사업 통해서 어느 정도 규모의 일자리가 생길 수 있는가?
“우리 목표는 10만 개 일자리 창출이다. 그러나 올해는 1000∼2000명 수준일 것이다. 지금 우리 민간 역량상 그 정도 규모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조차 가능한가가 아직 검증이 안됐다. 사회적 일자리는 예산을 무작정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 한국형 모델이 가능한가를 봐야 한다. 또 하나 자활지원사업에 소위 차상위계층 참여를 늘리는 것이다. 이것은 내년에 법개정을 해서 지금은 기초법 수급대상자에 한정된 자활지원사업 대상을 차상위 계층으로 높일 것이다.”
예산 문제는 어떤가?
“우리가 직접 집행하는 예산은 없다. 부처 정책들 중에서 빈부격차 완화를 위한 중요한 정책들에 대해 우리가 과제를 챙기고 필요하면 예산확보나 추진방법을 연구하는데, 솔직히 예산은 굉장히 여건이 안 좋다. 경제여건상 내년도 우리 정부 전체 예산의 순증 자체가 3∼4조 원 내외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복지는 돈을 들여야 되는 것인데, 복지를 위한 여건이 참 안 좋은 셈이다. 그러면 없는 예산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이냐? 하나는 효율화해야 된다. 지난 정부 때 많이 늘리긴 했는데, 우선 순위가 조정될 필요가 있어 효율화의 여지가 있다. 꼭 필요한 것은 늘려야 한다. 몇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주택 같은 경우 국민연금기금을 집 짓는 데 좀 투자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복지는 제약된 조건에서 우선 순위를 잘 정해야 할 것이다.”
빈곤문제나 사회복지시스템 구축에 있어 국민의 정부 때와 참여정부의 과제는 어떻게 다른가?
“국민의 정부 때는 사회시스템 자체가 아무 것도 없었다. 성장이 곧 복지다, 이런 개념이었다. 그래서 IMF 터지니까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래서 노숙자대책 같은 응급지원에서부터 해 나갔고, 기초보장하고, 사회보장은 무늬만 갖췄다. 국민의 정부는 시급한 기초사회안전망 확보가 과제였다. 그래서 응급지원에 돈을 엄청 쏟았고, 기초생활보장 중심으로 짰다. 따라서 국민의 정부의 성과는 최저생계비 이하 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구축한 것이다.
이때, 빠진 것이 소위 ‘일하는 빈곤’ 또는 차상위 계층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일자리, 자활지원, 차상위 계층에 대한 의료 및 교육지원 등 일하는 빈곤층에 대한 정책이 노무현정부의 최대 과제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 바란다면?
“언론이 너무 보도를 안 해서 섭섭하다. 참여정부 들어서서 정책관련 쟁점이 부각되고 있지 않다. 정작 우리로선 상당한 개혁적 과제들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조중동이 대통령의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니까 논쟁이 안 붙고 아주 피상적으로만 다루는 것이 불만이다. 그리고 이런 언론의 보도태도가 시민단체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근거없는 비관론도 일정하게 언론의 영향이 있다고 본다. 주택 보유세 문제, 자영업자 소득파악 등 우리로선 상당히 획기적인 정책 아이디어를 던졌다고 보는데 그게 여론화되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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