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정의 일상만상> 다시 광우병이다
칼럼과 기고 :
2003/12/30 15:23

그때도 영국내 시장이나 수퍼마켓의 육류코너에는 휑하니 찬바람이 돌았다. 소를 경매하던 우시장에도 사람들은 모이지 않았다. 바로 옆 대륙에서도 당연히 영국쇠고기에 대한 수입을 중단했다.
평소 고기를 즐겨먹지 않던 터라 우리 집에서는 고기를 먹지 않기란 쉬운 일이었다. 먹음직한 스코틀랜드산 스테이크용 살코기를 가끔씩 흘낏 쳐다보던 일도 없어졌다. 한국에 비하면 값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싼값의 소뼈를 사다가 사골국물을 우려내 먹던 유학생들도 주춤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소고기나 뼈에 대한 것으로만 문제는 끝나는 게 아니었다. 소의 부산물 즉, 우지나 젤라틴, 황소의 정액 등등에 관한 문제는 쉽게 구분되지도 않았고 먹거나 먹지 않거나 하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생필품이나 의약품 화장품등의 모습으로 소는 우리생활 전반에 개입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마 적어도 내 집에서는 광우병 그림자를 몰아내겠다는 각오였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소의 그림자가 조금이라도 있는 음식은 모조리 가려내 버릴 요량으로 찬장을 뒤졌다.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을 분류해서 나누었는데 버릴게 산더미 같았다. 버리지 않아도 될 것은 아마 한국에서 보내온 고춧가루나 참기름 정도였던 것 같다. 대충 눈감고 넘어가도 될 양념들을 모조리 버리기로 한 것은 가난한 유학생 아내로서는 대단한 결단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마음의 평화는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우유나 치즈까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말에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그 광우병 사태 이후 우리식단에서 고기가 올라오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다. 딸아이는 채식주의자로 완전히 돌아섰다. 소고기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죄 없이 죽어가는 소가 너무 불쌍해서라고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요즘 조류독감으로 오리나 닭들을 도축하는 장면처럼, 소들을 도축하고 불태우는 장면은 연일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자식처럼 키우던 동물을 죽여야 한다는 사실에 목메어 하는 농부의 모습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슴 아픈 것이었다. 그러나 더욱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것은 광우병을 통해서 자연이 인간에게 주려는 메시지였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가 일다시피 소는 채식동물이다. 인간처럼 잡식성이 아니다. 그런데 그 소에게 사람들이 고기를 먹인 것이다. 병든 양고기를 갈아서 사료에 섞어 먹게 한 것이 광우병의 화근이다. 스크래피라는 병은 원래 양에게만 걸리는 병인데 그 양을 도축하여 육분으로 만들어 소의 사료에 섞어 넣어 먹인 것이다. 집중식 축산업에서 사용한 방식이다. 더 빠른 시간에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한 욕심이 화를 자초하였다. 자연의 고리를 인간이 인위적으로 끊고 들어가 간섭을 하면 그 결과가 어떠한지 광우병은 유감없이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강제에 대한 근본적인 결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그걸 믿고 사람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무조건 긍정적이고 효과적이라고 자만한다. 강의 흐름을 차단하고, 산을 깎고, 개펄을 시멘트로 메우고,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건물을 높이높이 올린다.
올 한해는 우리나라에서 환경에 대한 이슈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던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새만금이나 부안, 사패산, 그 어느 쪽도 해결되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인간적인 행위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자연은 오래오래 말을 한다. 자연은 결코 끝나지 말을 인간에게 건넨다. 다만 인간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을 뿐이다. 다시 나타난 광우병을 보면서 자연이 우리에게 하는 말을 부디 새겨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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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편지를 받아보는 것..
사람에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일 일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