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국민정부와 참여정부는 자유주의 정권 시기라고 할 수 있다. 87년 이전 시기는 극우보수주의적 정치세력들이 주도하던 권위주의 정권 시기라고 할 수 있으며, 노태우정부 시기와 문민정부 시기는 변형된 보수주의 정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자유주의 정부들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의 유산을 개혁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떠맡고 있다는 점에서, '개혁자유주의' 정부로서의 성격을 띤다.

진보적ㆍ급진적 입장에서 보면, 이 개혁자유주의 정부는 분명히 한계를 갖는다. 그러나 민주주의 이행 과정이 과거 보수주의ㆍ권위주의 정권 시대의 유산을 척결한다는 점에서 개혁자유주의 정부가 자신의 한계 내에서도 가능한 최대의 개혁성을 발휘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역시 시대적 의미를 갖는다. 시민사회운동 입장에서는 개혁자유주의 정부의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그 개혁적 가능성을 극대화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추동해야 할 과제를 짊어지게 된다.

그런데 개혁자유주의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의 과정은 일정 시점에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개혁추진과 위기의 징후는 이미 국민정부에서 드러났으며, 참여정부에서는 너무도 빨리 나타났다. 개혁자유주의 정부의 위기적 양상의 원인은 무엇인가. 필자는 몇가지로 제기한다.

먼저 개혁주체의 자체 내적 조건에 의한 것이다. 개혁주체가 명확한 개혁플랜을 갖고 있지 않다거나 부패와 연루된다거나 하는 등으로 인해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이다. 둘째는 자유주의적 개혁정책으로 인해 기득권이 침식되게 되는 보수주의세력의 도전이다. 셋째는 진보세력의 비판과 도전이다. 자유주의적 개혁정책의 불철저성과 그것이 이른바 지닌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진보세력은 비판하고 도전한다.

개혁자유주의 정부는 한편에서는 개혁 그 자체에 저항하는 보수세력들의 저항을 받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개혁의 불철저성을 비판하는 급진적ㆍ진보적 세력들의 도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양면적인 도전 속에서, 개혁자유주의 정권은 개혁을 추진해가게 된다. 참여정부 1년차를 보내는 지금, 우리는 국민정부와 동일한 도전에 참여정부가 직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한계 속에서도 개혁자유주의 정부가 그 개혁적 가능성을 극대화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이를 위해서는 시민사회운동의 양면전략(兩面戰略)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참여정부의 개혁을 촉진하기 위하여 개혁적ㆍ진보적 세력들의 개혁추구운동은 양면적인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편에서는 개혁자유주의 정부로서 참여정부의 불철저한 자세, 정체성의 혼란, 개혁의 후퇴에 대해서 비판하고 추동하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참여정부의 개혁을 후퇴시키고 개혁성향마저도 제대로 발현되지 못하도록 하는 보수세력들을 비판하면서 그들의 보수적 저항을 약화시키는 활동이다.

국민정부와 참여정부를 개혁자유주의 정부라고 하는 것은 이들이 진보적인 정부가 아니라는 것은 의미하며, 구조적 한계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집권세력의 식견 부족, 역량 부족, 부패연루 등 여러 가지 내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러한 한계 내에서도 참여정부가 갖는 개혁의 가능성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보수적 저항이 약화되어야 한다. 보수세력들의 저항을 약화시키는 노력없이는 소기의 개혁조차 성취할 수 없다는 점에서 후자의 전략이 중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민운동진영에게는 이중전략이 필요하다.

그런데 개혁자유주의 정부의 개혁이 진행되는 시기에 시민사회운동은 전자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즉 개혁자유주의 정부가 철저한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을 주로 개혁주체들의 불철저성으로 ‘환원’하면서 주로 개혁자유주의 정부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개혁을 추동하려는 접근법이다. 물론 60-70%는 개혁주체들의 내적 문제들에 기인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참여정부의 경우를 보자. 예컨대 노동자들의 분신사건을 촉발한 손배소와 가압류 등의 노동문제를 떠올려 보자. 참여정부 초기에 대통령과 노동부장관 등이 나름대로 이전 정부보다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노동정책을 취하려 한 흔적이 있었다. 노사정위원회를 노동운동의 대표적인 김금수 선생을 임명한 것도 이런 점에서 초기에는 전향적인 자세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참여정부 초기에 나타난 노동운동의 능동화와 각종 노사분규의 발생은 참여정부의 개혁주체들이 후퇴하도록 만들었다. 초기의 전향적인 자세를 제대로 견지하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후퇴의 징후를 역력히 읽을 수 있다. 후보시절에 비해, 국정을 상당기간 운영하고 나서 대통령의 인식은 달라졌다.

손배소 가압류가 한창일 때, 대통령은 노동자를 옹호하기 보다는 노동자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혼란스러운 노동현안 원인에 대해 대통령은 '노동운동을 비롯한 급진세력의 무책임한 집단이기주의'로 인식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의 이런 점들에서 가차없는 비판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참여정부 노동정책의 후퇴의 과정에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정치적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의 대대적인 공세가 큰 작용을 했다. 친재벌적인 성향을 갖는 중앙일보의 경우 ‘지금은 친(親)노조시대’라는 대대적인 기획물을 통해 참여정부가 마치 엄청나게 친노동적인 진보적 정부인 것처럼 왜곡하고 이를 통해 노동문제에 대한 전향성이 후퇴하도록 유도하고 그런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하여 갔다. 정치적 보수세력이나 재계들도 총단결하여 참여정부의 전향적인 노동정책이 나오지 못하도록 무력화시키고자 했다.

개혁자유주의 정부의 제한된 개혁성마저도 무력화시키는 우리사회의 보수적 힘과의 대결을 동시에 병행하지 않는다면, 우리사회의 개혁은 진전될 수 없는 것이다. 보수세력의 경우 그 구성은 다양하다. 보수적 정치세력도 있을 수 있으며, 보수적 시민사회세력도 존재할 수 있다. 과거 개발독재 하에서는 군부세력이나 재벌, 사법부 등 각종 제도권력 속에 존재하는 보수세력이나 보수언론 등도 포함될 수 있다. 개발독재 시기에는 군부세력이 보수세력의 헤게모니 분파로 존재하고 있었으며, 87년 이후 90년대 중반까지는 재벌분파가 상당히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국민정부 즉 개혁자유주의 정권 이후에는 보수언론이 보수세력의 전면에 나와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는 개혁자유주의 정권의 보수세력이 균열하고 재편하는 시기에는 이데올로기적 매개기구가 보수세력의 통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는 보수언론이 보수세력의 결집과 동원화에 중요한 매개적 역할하고 있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시민사회운동이 보수적 언론에 대한 비판을 병행해야 한다.

이러한 사정은 참여정부에 대한 비판적 공격만으로 참여정부의 전향성을 끌어낼 수 없게 만든다. 보수세력들의 총공세에 굴복하여 자신의 제한된 개혁성 마저도 후퇴시킨 참여정부 집권주체들에 대한 공격은 당연하다. 그러나 동시에 보수적 세력, 그 일부로서의 보수언론의 보수화 공세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운동이나 노동운동이 이루려는 정당한 개혁은 성취될 수 없다.

다시한번 강조하면 시민사회운동에게는 개혁자유주의 정부의 불철저성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보수세력에 대한 비판을 동시에 전개하는 병행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병행전략은 노동문제 뿐만 아니라 모든 이슈들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시민사회운동이 이제 이러한 전략적 고민을 진지하게 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조희연(성공회대 NGO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운영부위원장)
2004/01/04 04:15 2004/01/04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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