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된 조국의 하늘아래 다시 만납시다
기타 :
2000/08/10 00:00
2년 동안 함께해 온 장기수 선생님들을 보내면서 드리는 환송사
[편집자주] 지난 7월 26일, 참여연대 2층 강당에서 우렁찬 풍물소리가 흘러나왔다. 참여연대 회원모임인 풍물패 막사발의 공연이 끝나자 강당을 가득메운 회원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앞쪽에 자리한 장기수 선생님들도 박수를 함께 쳤다. 지난 98년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36년동안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감옥안에 갇혀 있었던 김인수, 최하종 선생님. 이 분들이 다시 북으로 돌아갈 수 있게되자 출소 후 2년간 이분들을 후원 해왔던 회원모임인 '통일일꾼모임'을 중심으로 회원모임협의회에서 환송회를 준비한 자리였다. 통일일꾼모임 회장을 맡은 김현숙씨는 환송사를 낭독하며 눈물을 갖추지 못했지만 이날의 자리는 환송과 함께 통일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기도 하였다. 그 것이 헤어짐을 다시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길이기도 했던 것이다. 답사를 통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누누이 강조해마지않았던 장기수 선생님들은 다음과 같은 한마디로 말을 끝맺었다.
"통일된 조국의 하늘아래서 다시 만납시다."
이날 낭독된 환송사를 통해 장기수 선생님들과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통일에 대한 의미를 집어본다.

지난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는 '김정일 쇼크'로 표현되는, 문화적인 충격을 느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북쪽 사람들은 정말로 머리에 뿔 달린 동물들인줄로만 알았고,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불철저하면 당장 내일이라도 북괴군이 쳐들어와서 우리들 삶의 터전을 짓밟아 버릴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을 한번쯤은 느껴보기도 했을 우리로서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정상회담 이후 바로 당장 상호비방 방송이 중단되고, 이산가족 교환방문 등의 합의사항들이 현실적으로 이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열강들의 발빠른 움직임을 보면서 정말 통일이 우리 앞으로 한 걸음 성큼 다가온 것을 느낍니다.
반세기 동안의 분단….우리들 심성 속에 깊이 자리잡은 증오와 불신, 편견과 대결의 마음들, 분단은 이렇게 현재진행형이고 고통의 시대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비정상적인 분단의 역사 위에 평화와 통일, 인간의 상식으로 가는 정상적인 역사를 향한 조그만 주춧돌을 함께 놓고자 합니다.
김인수 최하종 선생님은 36년간 수감생활을 하셨습니다. 저희가 두 분 선생님을 뵈어온 지 만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드디어 꿈에도 그리시던 고향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 가시게 되었습니다.
그 2년여의 시간동안 참여연대 통일일꾼모임에서는 매달 북한영화를 관람하고, 선생님 댁에서 해방전후 공간의 근대사를 공부하고, 북한 소설을 선생님들과 함께 읽으면서 북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고 편견 없이 북한의 사회체제, 이념, 사람들이 가치관 등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 남한에서 사회적으로 논의되는 주제들- 군가산점문제, 호주제문제, 그리고 4월 총선때는 총선시민연대의 활동과 진보정당 건설운동 등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체체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이해와 긍정의 마음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애정과 신뢰를 키워온 그 2년은 지치고 힘든 과정이었지만 동시에 평화로운 남북이었고 무엇보다도, 소중한 통일연습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너무 쉽게 남북의 이념과 문화, 체제의 차이로 공존은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바로 저희들은 우리들의 모임에서부터 이해와 상호존중, 화해와 애정을 통해 이념, 체제, 경험, 문화,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으며, 통일 이후에도 두 체제가 발전적으로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선생님들께서 보여주신 인간적 풍모는 저희가 가지고 있었던 공산주의자에 대한 편견을 여지없이 깨뜨려 주었습니다. 진정한 휴머니스트이고 우리 역사 발전의 선각자이며,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포기하지 않는 믿음을 갖고 계신 분들입니다.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와 상호 존중의 태도를 견지하는 부단한 노력이 있을 때 평화로운 남북공존과 통일이 그만큼 다가온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록 참여연대 통일일꾼모임에서 최선을 다해서 선생님들을 돕고 평화나 통일을 위해 애쓰지는 못했지만, 오늘 북으로 가시는 선생님들 앞에서 저희들은 다짐해 봅니다. 선생님들이 안 계시더라도 항상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선생님들 안녕히 가십시오. 정말로 안녕히 가십시오.
감옥에서, 남북의 처절한 분단의 사선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오고 조국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아름다운 신념으로 수십년을 감옥에서 버텨오고, 생존해오신 선생님들께 저희가 느낀 바, 배움의 깊이는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로 고생하셨다는 말씀드리며,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어둠 속에서 살아오신 위대한 인간정신, 아름다운 신념에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다 되어서 청춘의 삶들이 한없이 안타깝기만 하실 선생님들께, 선생님들의 훌쩍 뛴 청춘의 세월이 바로 평화적 통일로 가는 민족의 역사적 세월을 단축시킨 살신성인의 공이 되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올라가셔서 꿈에서도 그리던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우선은 남북의 자유로운 왕래를 앞당기는 데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선생님들을 다시 뵙게 되기를 고대하고, 고대하겠습니다.
평화정착, 전면적인 민간교류, 상호이해와 존중, 드디어는 완전한 민족통일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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