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으로 온통 나라가 뒤숭숭한 속에도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파괴공사는 착착 진행되었다. 문화재청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잘못된 공사를 전면중단시키고 제대로 된 복원공사를 하도록 명령했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명박 시장과 양윤재 본부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청계천이 600년 역사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유적이 아니라 한낱 하수구에 불과하다는 완전히 잘못된 전제 위에서 '청계천복원공사'를 시작했다.



3월 9일에 미디어다음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명박 시장은 청계천에는 광교와 수표교를 빼고는 아무런 문화재도 없고 돌덩어리들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시장은 이렇게 해서 스스로 자신의 무식과 무지를 만천하에 과시했다. 정말로 큰 문제는 이명박 시장이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기는커녕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밝힌 '삼각체제' 구상에 따르면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잘못된 파괴공사를 즉각 중단하고 제대로 된 복원공사를 펼쳐야 하지만 이명박 시장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는 이명박 시장이 제출한 실시설계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심의거부를 결의했다. 하천의 폭이나 형태부터 석축, 다리의 복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이명박 시장이 사실상 '복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이명박 시장의 '파괴공사'에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오직 광교와 수표교라는 두 문화재뿐이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마침내 이 걸림돌들마저 없애 버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말로 무참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2004년 4월 5일, 화창한 식목일 오전에 청계천문화재보존전문가자문위원회(청계천자문위)는 광교터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이 위원회에는 한영우 위원장을 비롯해서 김동현 손영식 정재훈 정영화 조유전 장승필 송재우 최종현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결의내용은 다음과 같이 세가지이다.

1. 하랑교 효경교에서 발굴된 바닥석에 대한 복원설계시 높이를 낮춰 이전 복원하는 방안과 고수부지에 설치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여 본 위원회에 보고할 것.

2. 광교 및 광교지, 수표교지 및 오간수문지는 사적으로 지정 보존할 것을 문화재청(사적분과 위원회)에 건의(우선 사적 가지정을 건의)키로 함.

O 수표교지에서 발굴된 유구는 해체 이전하고 하부조사를 완료 후 공사를 시행하도록 하며, 복원 방법은 복원설계를 하여 본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받아 시행할 것.

3. 광교는 현 위치에 보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현재의 도로가 근대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점과 현재의 도시여건 및 복원 후 광교의 문화재적 기능 등을 고려하여 상류로 이전 복원하여 광교의 기능이 현대도시에서도 발휘될 수 있도록 할 것.

O 광교 원위치에 대한 실측도면 작성과 현위치 표지판을 설치하여 시민들이 원위치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할 것.

O 광교의 복원방안이 결정되었으므로 광교의 발굴 유구는 해체 이전하고 하부조사를 완료 후 공사를 시행하도록 하며, 복원방법은 복원설계를 하여 본 자문위원회의 검토를 받아 시행할 것.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세번째 항이다. 이 문제 때문에 서울시와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는 2002년 12월부터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서울시는 마치 역사문화분과만이 서울시와 대립했던 것처럼 우긴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시민단체의 대표들로 참여한 여러 위원들은 물론이고 노수홍 교수와 정동양 교수같은 공학자들도 모두 광교와 수표교의 복원이 청계천 복원의 문화적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공학적으로 그것이 완전히 가능하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1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무진 애를 썼다.



'광교의 복원'은 600년 전부터 광교가 있던 곳에 원래 모습 그대로 되살리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교통문제를 핑계로 광교를 상류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우스운 일이다. 하루에 몇 만대의 차량이 다니던 청계천고가도로를 없애고 청계천로를 줄이는 데도 심각한 교통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에 수천대의 차량이 다니는 길을 좁힌다고 심각한 교통문제가 일어나겠는가? 시정개발연구원의 조사에서도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는 광교를 원래의 자리에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해야 한다. 광교와 남대문로는 하나로 연결된 역사적 유구이다. 광교를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는 것은 이 유구를 파괴하고, 결국 600년 역사도시 서울의 역사적 정체성을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시장은 왜 600년 역사유적 청계천을 국적불명의 하천공원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이명박 시장은 어떻게 해서 600년 역사유적 청계천의 복원을 불과 2년만에 끝내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는가? 지금 청계천에서는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그 결과 우리의 소중한 역사와 문화가 파괴된다는 것이다. 지금 청계천에서 이명박 시장은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서울시의 잘못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울시는 단순히 광교를 상류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광교의 양쪽 끝을 길게 늘여서 광교를 완전히 훼손할 계획을 세웠다. 원래의 청계천과 달리 상류에서부터 하천폭을 넓히기 때문에 넓어진 하천에 맞게 광교의 양쪽 끝을 길게 이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엽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600년 역사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유물을 어떻게 이런 식으로 훼손할 계획을 세울 수가 있는가? 어떻게 이런 파괴계획을 광교의 복원이며 청계천의 복원이라고 제시할 수가 있는가?



청계천자문위는 '광교 파괴결의'를 즉각 파기해야 한다. 청계천자문위의 잘못된 결의에 대해 문화재청은 즉각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 이 역사적 잘못을 즉각 시정하지 않는다면, 청계천자문위와 문화재청은 이명박 시장과 함께 청계천문화재의 파괴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경과로 보자면, 청계천자문위가 스스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를 고치려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너무도 불행한 일이다. 문화재를 훼손하려는 세력에 맞서서 가장 헌신적으로 싸워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그 세력이 마음대로 문화재를 훼손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고 말았다.



아, 청계천자문위는 600년이나 광교가 자리잡고 있던 자리에 달랑 안내판 하나 설치해 놓고는 원래의 자리에 생생히 남아 있는 광교의 모든 유구들을 완전히 없애버리도록 허락해 주어 버렸다. 광교터 자체가 600년의 역사유적이라는 사실을 청계천자문위는 부정해 버렸다. 이로써 이명박 시장은 '파괴공사'의 큰 걸림돌을 없앨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것이 문화재 보호인가? 이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을 과연 문화재보호위원으로 존중해 주어야 하는가? 문화재청과 문화재보호위원회의 존재의의에 대해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제, 시민의 손으로 청계천을 살리는 수밖에 없다. 이명박 시장과 양윤재 본부장은 물론이고, 청계천의 파괴를 막아야 할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파괴를 용인해 버렸다. 아스팔트 아래서나마 보존되고 있던 청계천의 600년 역사가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청계천이 없어지도록 해야 하는가? 이대로 광교가 600년이나 지켜왔던 자리를 떠나 이상한 모습으로 변형되도록 해야 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결코 그렇게 할 수는 없다.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2004/04/07 14:16 2004/04/07 14:16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PSPD/trackback/1106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