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2기가 시작되었다. '반쪽짜리 대통령' '직무정지된 대통령'을 벗어나 이제야 노무현 대통령은 진짜 대통령이 되었다. 지금 국민들의 관심은 새로 '임기 4년'을 시작하는 노 대통령의 국정기조가 어디로 향할 지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경제정책에 대해.

중국의 긴축정책, 미국의 금리인상 움직임, 유가의 고공행진 등으로 인해 경제위기론이 난무하는, 따라서 '이제는 경제다'라는 슬로건에 모두가 동의하는 현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경제관련 발언 하나하나가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그러나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참여정부 1기의 경제정책 원칙과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 한마디로, 경제정책의 정체성은 실종되었다.

물론 참여정부는 항변의 근거를 갖고 있다. 거대야당과 보수언론의 흔들기 때문에 그리고 국내외 경제환경의 악화 때문에 참여정부의 정체성에 걸맞는 경제정책을 펼칠 수 없었다거나, 지난 1년은 장기 국정과제의 로드맵을 준비하는 시기였고 따라서 허송세월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 등등. 억울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소명이 안된다. 시장안정대책은 과거 정부의 관치금융 관행을 답습한 것이었고, 로드맵은 핵심을 비켜가고 원칙을 훼손한 타협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제 진짜 대통령으로서 진짜 제대로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난 토요일 대국민담화에서 노 대통령이 "조급한 마음에 원칙을 무너뜨려서는 안된다"며 개혁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 의지를 실천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이제 그만 좀 질책했으면 좋겠다고 할지 모르지만, 노 대통령은 지난 1년간의 실패를 되짚어보면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두 가지다.

첫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위기론의 이데올로기부터 극복해야 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한국경제는 심각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으며 따라서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있다. 그러나, 대통령 스스로 지적했듯이, 개혁저지를 위한 기득권세력의 위기론은 안정은커녕 새로운 위기를 불러올 뿐이다. 80년대 말이래 우리 사회에 주기적으로 유포된 경제위기론의 주창자가 누구였는지 돌이켜보아야 한다. 여기에 매몰됨으로써 김영삼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도 경제적으로 실패한 대통령이 되었으며, 지난 1년간의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개혁을 성장의 대립물로 보는 것 자체가 기득권세력의 이데올로기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다. 출자총액제한 및 계열금융사 의결권제한 등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경제위기론을 무기로 격렬히 저항하고 있는 재벌들에 대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가를 보면 된다. 6월 임시국회는 참여정부 2기 경제정책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둘째, 경제팀을 개편해야 한다. 경제 비전문가인 노 대통령이 경제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각료와 청와대 참모진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충실한 하나의 팀이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참여정부 1기는 철저히 실패하였다. 의사소통 자체가 힘든 이질적인 사람들로 구성되었으며, 그나마도 보수적 관료집단에 대한 의존도가 점점 심화되었다. 이래서는 대통령의 개혁의지가 정책으로 구체화될 수 없다.

최선의 방편은 동질적 지향의 사람들로 경제팀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정부 내에서부터 견제와 균형이 가능하도록, 즉 재계의 일방적 요구만이 아니라 시장과 노동시민사회의 요구도 정책결정과정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경제팀을 짜야 한다. 요컨대, 재경부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 노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대화와 타협 그리고 합의를 강조했다. 노사정위원회 등의 사회적 협의기구가 작동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 내 정책결정자들간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의 경제팀 구성은 균형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곧 있을 청와대 개편과 개각은 참여정부 2기 경제정책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또 다른 시험대가 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경제적 운은 별로다. 노 대통령의 경제개혁은 본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차기 대통령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불운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로 노 대통령의 책임이다. 멀리 보고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김상조(한성대 교수, 경제개혁센터 소장)
2004/05/17 02:56 2004/05/17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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