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보수진영' 과의 전선 긋기에 주력할 것



“기자회견을 열면 취재하러 오는 기자들이 없었어요. 그리고 찍어간다고 해서 다 뉴스에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요(웃음). 지금은 50명 상근자보다 더 많은 출입기자들이 있어요.”

민주노동당 노회찬 당선자의 말이다. 민주노동당 창당 당시만해도, 역사 속에서 진보정당이 실패했던 기억을 상기하는 이들은 격려보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당 지지율도 쉽게 오르지 않았고 언론으로부터도 철저히 소외당했다. 그랬던 민주노동당이 이번 4.15총선에서 원내진출은 물론 자그마치 10석을 차지해 제 3당의 자리를 당당히 거머쥐었다. “2008년 총선을 거쳐 2012년에는 대선승리의 욕심도 내볼만하지 않겠나”라고 말하는 노 당선자. 17일 저녁 참여연대 회원들을 위해 강연을 하러 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열린우리당을 포함한 ‘범보수진영’과의 전선 긋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국정치가 왼쪽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에 노 당선자는 단호히 ‘NO’라며 소위 ‘말짱’의 입담을 풀어놨다.

“한국의 정치지형이 그동안 워낙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약간 왼쪽으로 이동한 것이지 아직 중간도 넘지 않았다. 사실 우리나라는 정치 뿐만 아니라 사회운영 원리, 문화까지도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았었나. 냉탕에 더운 물 한 바가지 부은 걸로 뜨겁다고 말하는 것은 오버다.”



노 당선자는 4.15총선의 의미를 진보정당의 진출과 보수정당의 쇠퇴로 규정했다.

“44년만에 서민을 대변하는 진보정당이 출현한 것은 적은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크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한나라당의 전신을 민주공화당으로 볼 때, 당의 얼굴들이 바뀌긴 했지만 영남을 기반으로 한 강경보수진영이 제 1당을 내 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열린우리당은 앞으로 안정을 취하는 쪽으로 향할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은 절벽만이 기다리고 있는 우측으로 더는 갈 수 없어 좌측으로 움직일 것이다. 두 당의 차별성이 점점 더 옅어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이 당들을 ‘범보수진영’이라 칭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제 1당을 차지하면서 ‘범보수진영’내 주류와 비주류의 위치가 바뀐 것 뿐이다. ‘범보수진영’과 민주노동당과의 전선은 (현재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의 분명한 전선처럼) 아직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이후 이 전선긋기에 주력할 것이다.”

복지제도 재원마련은 부유세 도입과 무기비용 감소로

노 당선자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복지 문제를 꼽았는데, 한 달에 사교육비로 2만원을 투자하는 가정과 200만원을 투자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과연 ‘기회의 평등’이 있는지를 묻는다.

“이것은 막대기를 쥐어주고 수류탄이나 M16을 가진 적과 싸우라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이렇게 부와 빈곤이 세습되는 상황에서 얼마 전 식물인간인 딸의 산소호흡기를 뽑은 아버지를 과연 우리는 살인자라고 부를 수 있나. 사회가 죽인 것이다.”

그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재원으로 부유세 도입과 무기비용 감소를 내놓았다.

“며칠째 굶고 있는 사람 옆에서 자장면 먹는 것은 어디 쉽나. 수십억 대의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사람으로서 기본적인 생활도 영위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아랍권에서 무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는 바로 다름 아닌 이라크였다. 그래서 이라크가 자신의 나라를 지킬 수 있었는가. 무기는 이라크를 지켜주지 못했다. 오리혀 무기를 없애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무기가 없는 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오히려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건설기’에 있는 민주노동당. 진성당원과 국민과 함께

민주노동당의 가장 큰 자랑은 뭐니뭐니 해도 바로 100%의 진성당원이다. 진성당원이란 당비를 내거나 무급 자원보상를 하는 당원을 일컫는데, 현재 민노당의 진성당원은 5만 명이 넘어섰다. 반면 다른 당들은 수만 많았지 실제로 당비를 내는 이들은 거의 없다. 노 당선자는 “아마 자신이 당원인지 조차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 정당들의 '선거 용 당원늘리기'를 꼬집었다.

“민주노동당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건설기’에 있고 여전히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당이다. 더디 가더라도 적은 성과를 내더라도 국민들과 더불어 가는 것이 바로 민주노동당의 싸움 방식이다. 활동하면서 내용을 검증하는 길을 걸을 것이다. 더불어 가는 한 걸음이 민주노동당의 제 1 야당 그리고 언젠가는 집권도 가능하게 만들 것이다.”

노 당선자는 요즘 지난 11일 조선일보 노동조합 초청에 응해 강연을 하던 중 ‘조선일보 30년 독자’ ‘품질 좋은 신문’ 이라고 발언한 것 때문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 날 강연회에서도 그에 대한 청중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노 당선자는 “조선일보의 논조를 알고자 집에서 아버지때부터 구독한 신문을 끊지 않고 본 것”이라며, “정보량에서 품질이 좋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나, 강연의 주된 내용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조선일보도 바뀌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고 담담하게 답했으나, 말 한마디 발걸음 하나에 쏠리는 관심의 무게를 실감했을 듯하다.

세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된 민주노동당. 노 당선자는 민주노동당을 그렇게 만들어 낸 주역이다. 보수정당들에 대한 '촌철살인'의 말 한마디로 대중적 인기도 구가(?)하고 있는 그가 국회에서도 '제대로 정곡을 찌르는' 의정활동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홍성희 기자
2004/05/18 11:33 2004/05/18 11:33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PSPD/trackback/11430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