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이라크 추가파병문제 꼽아



대통령 비서실에 사회갈등 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시민사회수석실이 신설됐다. 정무, 민정, 참여혁신수석실 등에 흩어져 있던 사회갈등 조정 업무를 총괄하게 된 것. 청와대는 이를 통해 시민사회와 협력·조정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참여정부 출범 첫 해, 부안 핵폐기장과 새만금, 화물연대 파업 등 유난히 큰 사회적 갈등이 많았던 탓에, 시민사회는 청와대의 사회갈등 조정을 위한 다소 진전된 시도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우선 사회갈등 조정을 전담하는 별도의 수석실을 신설한 조직개편과 실권과 개혁성을 지닌 인사로 평가받는 문재인 변호사를 수석으로 임명한 것을 의미 있는 신호로 보는 것.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은 "개혁적 인사로 알려진 문재인 씨가 시민사회수석이 된 것부터가 의미있는 배치"라며 별도 조직구성과 함께 인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박 위원장은 참여혁신수석을 두는 등 나름대로 시도를 했지만 지난 1년은 여러가지 한계로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해 형식적인 차원에 그쳤다고 평가하며 "걸개그림과 같은 상황"이었다고 비유했다.

이어 기구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더 중요하다면서 문재인 수석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문수석이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개혁적 요구를 정부 내 개혁정책으로 매개해주는 역할을 해 낼 것으로 본다"며 문수석에게 "시민사회의 정책을 정책화, 현실화하는 다리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했다. 동시에 이익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우리사회 갈등을 해결하는 "결정적 고리역할"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어느 분야보다 정부와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던 노동계도 정부의 갈등해결을 위한 시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단지 '시도'로만 끝나지 않도록 갈등 중재나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침이 뒤따라야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김정근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새롭게 구성된 시민사회수석실이 당당하게 본연의 역할을 다 해달라"고 격려한 뒤 "갈등해결을 위한 대화 뿐만 아니라, 사회갈등 해소가 구체적인 제도적 보완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를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우려도 제기됐다. 하승창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사회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알 수 없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함과 동시에 "행정부 각 분야의 고유한 역할에 대해 시민사회수석실을 통해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이 꼭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로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행정부가 제대로 조정을 못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이후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로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라크 파병을 비롯해 부안, 새만금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정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수석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갈등 조정'이 아닌 '시민사회 설득'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환경운동진영은 냉담한 반응이다. 서주원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시민사회수석실을 신설한다고 하지만, 현재 가장 첨예한 쟁점인 부안, 새만금, 이라크 파병 문제 등에 대한 정부정책은 변함없다고 하고 있다.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무슨 대화를 하자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서 사무총장은 "취지는 좋지만, 갈등을 야기해 온 기존 방식과 태도를 변함없이 고수한다면 기대할 것이 없다"며 "갈등조정을 위해 귀를 열고 대화를 하겠다면 그를 위한 자세부터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시민사회수석실 신설과 문재인 수석의 임명에 대해 시민사회내에는 긍정적인 평가와 회의를 보이는 시각이 교차하고 있다. 앞으로 시민사회수석실이 신설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 지는 두고보아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시민사회수석실이 시급하게 다뤄야 할 현안은 무엇일까. 문재인 수석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안과 새만금, 그리고 용산기지 이전 문제 등을 시급한 현안으로 언급한 상태. 시민사회 인사들은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으로 이라크추가파병 문제를 꼽았고, 이 외에 집시법 개정, 국가보안법 폐지, 비정규노동자 문제 등이 시급한 현안으로 제기됐다.

최현주 기자
2004/05/18 23:03 2004/05/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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