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수단체 소속 회원,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기자회견
17대 국회 개원시점에 맞춰 사회각계에서 개혁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28일부터 개악 집시법에 대한 불복종 운동이 시작된 것에 이어 31일에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전국 교수단체 소속 회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와 전국교수노조 등 전국 교수단체 소속 회원들은 31일 오전 11시 안국동 느티나무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문사상의 자유와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는 노무현정부 2기가 시작되는 현 시점부터 국가보안법 존치 조건은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수구세력이 다수라며 국가보안법 존치를 설명해 왔으나 이제 헌정 사상 최초로 자유주의자가 의회 다수를 구성하는 노무현정부 2기가 시작"됨으로써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국가보안법은 노무현정부 2기의 정체성을 보여줄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예고하며 한나라당도 이 판단에서 예외일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합리적 보수가 되기 위해서는 근대적 사상의 자유와 결사표현의 자유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으로 표현될 수 있다"며 "꼴보수, 수구보수라고 비난받아 온 한나라당이 그들의 주장대로 근대적, 합리적 보수로 되어가는지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이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여전히 득세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폐해로 지난 3월 30일 1심 선고공판에서 7년형을 구형받은 송두율 교수 건과 국가기밀 누설을 비롯해 반국가단체 찬양, 고무, 선전 등을 죄목으로 5월 24일 징역 4년, 자격정지 3년의 실형을 받은 통일연대 민경우 사무처장의 사건개요 및 현재 진행과정이 보고되었다.
송두율대책위원회 상임대표인 김세균 서울대 교수는 "송교수의 유죄근거들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견강부회다. 저술활동을 통해 북한을 위한 지도적 임무를 수행했다는 판결은 학문-사상의 자유를 가장 심대하게 침해당한, 국가보안법 판결 사상 최초의 사례로 꼽을만 하다"라고 개탄했다.
전국 교수단체 소속 회원들은 17대 국회가 개원하고 송두율 교수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시기가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정부와 국회에 국가보안법 폐지 압박을 본격적으로 가할 예정이다. 김세균 교수는 법학교수 및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을 중심으로 국가보안법의 위헌성을 검토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가장 무거운 처벌을 가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 3조에 대해서는 이미 위헌소송을 냈고 다른 조항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오는 9일에는 '국가보안법 철폐를 위한 연대' 구성을 위한 시민사회 각계 대표자 모임이 열릴 예정이다. 한상렬 통일연대 공동대표는 "이미 구성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의 외연을 확장하고 활동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열리는 파병철회 촛불행사에서도 이 같은 개혁요구가 자연스럽게 터져나올 것으로 보인다. 손호철 교수는 12일 집회는 "노무현정부 2기에 대한 '개혁 촉구 및 경고' 성격을 띠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17대 국회 개원 시기에 맞춰 열리는 대규모 집회에서 우리사회 진보진영은 "파병문제를 포함해 노무현정부 1기 동안 개악되었던 사안의 정상화와 미뤄진 개혁의제의 전면화 등을 촉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저해하고 남북통일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 |
21세기에 당면한 우리의 민족적 과제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서구·백인·남성 중심주의의 근대적 학문과 사상에서 벗어나 다문화주의적 공존과 생태주의적 학문과 사상을 통한 인류의 공영에 이바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족의 숙우너인 남북통일을 달성하여 대립과 갈등, 그리고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진 근대 제국주의의 사슬에서 우리 한반도를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21세기에 당면한 이 두가지 민족적 과제를 가로막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국가보안법은 오직 대결과 갈등, 그리고 폭력과 억압을 조장하는 악법이지 대화와 타협, 그리고 상생과 평화를 통한 미래의 번영을 약속하는 법이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통한 인류공영에 이바지하는 것과 남북통일을 달성하여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이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 모든 지식인들의 임무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조선통감부 보안법'과 미군정 치하의 '치안유지법'을 "태생적 모태"로 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은 오직 친일과 친미를 통한 사대주의와 아류 제국주의 국가를 조장할 뿐이다. 그리고 부패하고 타락한 이승만 자유당 정권 말기의 "4차 개정", 박정희 쿠데타 정권의 "5차 개정", 5.18 광주민주화항쟁을 아비규환의 학살로 평정하고 권력을 부둥켜안은 전두환 독재정권의 "6차 개정", 그리고 민정·민주·공화 3당 야합으로 이루어진 노태우 정권의 "7차 개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늘날의 국가보안법은 부패와 타락을 조장하고 독재와 폭력을 부추기는 친부패, 친타락, 친독재의 악법이며, 반국가, 반민족, 반통일의 악법 중의 악법이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일제 식민지 시대와 미군정 치하의 망령들은 우리의 국가 주의를 끊임없이 맴돌 것이며,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는 한 부패와 타락, 그리고 군사독재의 두려움과 공포와 사슬은 영원히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박정희 정권하의 국가보안법으로 투옥되고 강제추방당한 윤이상 선생의 고향에서 열리는 '2004 통영 국제음악제'를 보기 위하여 전세계의 음악인들이 대한민국을 찾고 있다. 그의 음악은 동양과 서양을 화합하는 곡조이고 남과 북을 하나로 연결하는 선율이다. 국가보안법이 없는 대한민국의 하늘 위로 그의 음악이 퍼져나가도록 해야한다. 전두환 군사정권 하의 국가보안법으로 투옥되고 망명생활을 했던 황석영씨와 조정래씨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들로 전세계의 독자들의 그의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린다. 국가보안법으로 투옥되고 수배생활을 했던 수많은 과거의 민주투사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교수가 되고, 법관이 되어 화합과 상생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37년 만에 조국의 품에 안겨 노년의 학문적 열정을 같은 민족의 학자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고자 하는 송두율 교수를 감옥에 가두고, 통일의 열망으로 남과 북을 호합하고자 했던 "통일연대"의 민경우씨를 법정에 세우고, 수많은 수배자들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연인과 헤어져 어둠 속을 헤매게 만들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일제 식민지의 국가도 아니고 미군정 치하의 무법천지도 아니며, 독재와 파쇼로 이루어진 억압과 폭력의 국가도 아니다. 지난 2002 월드컵 경기와 대통령 탄핵국면의 촛불문화제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21세기의 대한민국은 성숙한 국민의 민주주의 인식을 토대로 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의 각 분야가 스스로 더욱 민주화되고 상호조화와 상생의 미래를 이룩하려는 의지와 자정의 힘을 갖추고 있는 세계의 모델이 되고 있는 나라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국가와 민족을 대립과 갈등의 과거로 내모는 것이 국가보안법이다.
중세의 신학처럼 국가보안법은 모든 학문과 사상을 범죄시하여 지식인과 국민들이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지 못하도록 가로막는다. 하루라도 빨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과거의 식민지와 독재의 사슬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학문과 사상의 토론을 통한 아름다운 미래의 인류공영에 이바지하고 남과 북이 서로 상생하고 조화를 이루는 남북통일을 달성하여 세계의 모범이 되는 나라가 되어야만 한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 교수노동조합, 한국 비정규직 교수노동조합, 그리고 학술단체협의회 회원들로 구성된 우리 일만 여 전국 교수들과 학자, 연구자들은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남북통일의 달성과 인류의 평화로운 미래를 선도하는 아름다운 나라를 위하여 매진할 것이다.
2004년 5월 31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 교수노동조합, 한국 비정규직 교수노동조합, 그리고 학술단체협의회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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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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