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전할 국가 기관들이 발표되더니, 바로 이어서 그 후보지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전할 것으로 발표된 청와대, 국회, 대법원이 모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돈을 써서 새건물을 짓는단다. 신행정수도 건설 자체가 커다란 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이전할 국가 기관들이 막대한 돈을 들여 새건물을 짓는 것을 둘러싸고 새로운 논란이 시작되었다.



특히 국회에서 새건물을 짓는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6대 국회가 얼마나 못된 짓을 많이 했는가? 그런데 또 이런 예산낭비에 해당하는 일을 벌이고 있으니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국회에서 지금 짓고 있는 건물은 지하 4층, 지상 6층의 13,654평 규모이고, 2005년말에 1차 완공되는 지하층은 '보존 서고동 건물'로, 2007년 최종 완공되는 지상층은 예산정책처 등의 사무실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건물의 건축에 무려 880억원이 든다고 한다.



이렇게 여러 국가 기관이 새건물을 짓는 것을 보노라니 어쩐지 신행정수도는 건설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이미 국회를 통과했으니 이 법을 없애지 않는 한 신행정수도가 건설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 법은 작년 7월에 국회에 상정되고 10월 말에서 12월 초에 걸쳐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한나라당은 이제 와서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아우성이지만, 정녕 이 법이 잘못된 것이라면, 먼저 작년에 이 법을 술술 통과시킨 것을 반성해야 옳을 것이다.



아무튼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따라 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전할 국가 기관의 새건물 짓기는 모두 재고해야 옳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서 국회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 45조원이니 130조원이니 하는 감잡기조차 어려운 수치 앞에서 880억원쯤은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880억원은 엄청난 금액이다. 국회는 이렇게 막대한 돈을 곧 쓰지 않게 될 새 건물 짓기에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새 시대를 여는 데 써야 한다. 그 시대는 다름아닌 '햇빛시대'이다.



얼마 전에 또 다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는 유가에 달려 있다'는 진단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어디 한국 경제뿐인가? 현대 공업문명 자체가 사실은 석유에 달려 있고, 따라서 모든 나라의 경제가 유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귀한 석유를 아껴 쓸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햇빛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은 핵발전을 둘러싼 숱한 갈등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국회가 이 길을 활짝 열 수 있다.



'햇빛시대'로 나아가는 데서 가장 앞선 나라는 다름아닌 독일이다. 독일은 시멘트로 뒤덮인 물가를 생태적으로 되살리는 데서도 가장 앞선 나라이기도 하다. 사회적으로도, 생태적으로도, 우리가 독일에서 배울 것은 너무나 많다. 독일에서 공부한 이필렬 교수는 독일을 본받아 이 나라를 '햇빛시대'로 이끌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의 {에너지 전환의 현장을 찾아서}라는 책은 독일의 대안에너지 개발 현장을 두루 찾아보고 쓴 귀중한 탐방기이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독일 연방 의회의 변신이다.



히틀러의 제3제국을 등장시킨 독일 연방 의회는 독일 통일 이후에야 비로소 다시금 독일 연방 의회로 사용될 수 있게 되었다. 대대적인 개조사업이 벌어졌다. 가장 유명한 것은 지붕의 가운데를 뚫고 설치한 유리돔이다. 이것은 자연채광시설이면서,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상징시설이면서, 낡은 건물을 새롭고 아름답게 바꿔놓은 장식시설이면서, 따라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시설이다. 실용성과 상징성을 모두 갖춘 것이다.



또한 독일 연방 의회의 남쪽 지붕에는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옆에 들어서 있는 의원회관 지붕에도 '햇빛발전소'를 설치했다. 그리고 지하 기계실에는 식물성 연료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를 설치해서 의회 건물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기와 난방 에너지를 자급하고 있다. 참으로 멋지지 않은가? 독일이 앞서서 실현한 것이니 우리가 따라 하기는 훨씬 더 쉽지 않겠는가?



우리 국회도 이렇게 바뀔 수 있다. 아니, 바뀌어야 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이니 핵발전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착한 국민들을 괴롭히지 말고 '햇빛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17대 국회가 그 길을 앞장서서 열어야 한다. '로보트 태권V의 격납고 지붕'이라는 농담이 나돌 정도로 볼썽사나운 청동돔을 없애고 대신에 독일 연방 의회처럼 유리돔을 얹으면 우리 국회의 모습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우선 늘 침침한 국회 안이 한결 밝아질 것이고, 전기값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널찍한 지붕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면 국회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상당 부분을 자급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완전자급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독일보다 '햇빛자원'의 양이 무려 세배나 더 많기 때문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독일은 '햇빛자원'이 양이 우리보다 훨씬 적으면서도 그것을 이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독일보다 훨씬 많은 '햇빛자원'이 있으면서도 그것을 도무지 사용하려고 하지 않는다. 17대 국회가 이런 상황을 확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국회가 이전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새 국회에도 자연채광시설과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도록 하고, 옛 국회는 '햇빛발전박물관'으로 소중하게 재활용할 수 있을테니.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2004/06/17 11:48 2004/06/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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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난또 ㅡㅡ;;
    햇빛발전소가 뭔가 했다..
    한자를 쓰려면 끝까지 한자를 한글을 쓰려면 끝까지 쓰는게.
    한국 물리학회 표준안입니다.
    웬만큼 배웠다고 생각하시면 표준안을 따르시지요?

    그냥 다들 이해하기 쉽게 태양광발전소던가 아니면 태양전지던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