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웅두 전농 정책위원장
인터뷰 :
2004/07/21 17:28
"식량주권투쟁은 우리 모두의 과제!"
미래 사회의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돌과 쇠부터 시작해서 최첨단 미사일 무기까지 동원한 전쟁을 우리는 겪고 보아왔다. 지구상에 얼마 남지 않은 석유를 위해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며 벌이는 파렴치한 에너지 전쟁을 지금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먹거리를 틀어쥐고 상대적 약자들을 무릎 꿇고 빌게 만드는 식량 전쟁이 바로 우리 눈 앞에 와 있다.
농민들은 더 이상 정부를 믿지 않는다. 그렇기에 헌법 72조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 투표에 붙일 수 있다' 는 내용에 근거하여 외친다. "식량주권확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국민 전체의 문제! 국민들이 결정하자"고.

박웅두 전국농민회총연합회(이하 전농) 정책위원장은 일분일초가 아까운 사람이다. 쌀 개방에 대한 농민 찬반투표를 비롯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식량주권을 지켜기 위한 선전전등을 앞두고 있다. 그는 농민대행진의 일정을 따라 농민회 간부를 만나고 새벽이 되어서야 서울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밤 기차를 타는 것이 시간절약에 참 좋아요"라고 하면서.
7월 23일 서울에서의 농민대투쟁을 비롯하여 9월 10일 식량주권선언대회를 위해 전국을 다니고 있는 박 위원장의 쌀 이야기를 들어봤다.
"쌀 개방 저지 ,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 WTO 회원국 중 일시적이나마 식량안보 등을 이유로 관세화 유예 적용을 받았던 5개국 중 일본, 대만, 이스라엘 등은 이미 관세화 전환을 마쳤다. 필리핀하고 우리나라만 남아 쌀 개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하는데.
"개방을 원하는 사람들이 자꾸 이런 논리를 펼치는데 그런 단순한 비교를 이제 더 이상 그만 뒀음 한다.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대만과 같은가. 처지와 조건이 다르다. 다른 나라들은 정부에서 소득보존정책을 펴 왔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쌀에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 의무도입량의 차이, 관세 유예 기간 등의 차이를 무시하고 '어느 나라가 했으니까 우리도 하자'는 식은 말도 안 된다. 일본과 같은 경우는 국민들의 합의도 있었고 식량자급의 목표치를 법으로 정하는 과정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제대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 않나. 먹는 문제 만큼은 자급자족을 지키는 것이 세계적 대세이다.
- 식량주권선언운동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것 아닌가? 또한 먹거리를 살 수 있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이러한 여건이 흔들리면
국가적으로 전쟁, 약탈이 일어난다. 때문에 식량자급은 국가의 안보와 주권에 관련하여 어떤 국제적 규약보다도 우선한다. 이러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세계화의 가면 속에 숨겨져 있는 식량주권 침탈에 대해 당당히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정부가 찾지 않는다면, 바로 우리 국민이 만들어 나가야 한다.
- 식량주권선언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널리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얼마 전 비아캄페시아(Via campesina)라는 국제농민조직에 전농이 참가했는데 국제연대활동을 어떻게 벌이고 있나?
"지난 6월 14일 아시아 경제정상회담 때 우리도 쌀 주권에 대한 토론회를 했었는데 우리가 쌀 주권에 대한 개념이 늦었다는 것에 놀랐다. 이미 세계에서는 식량주권에 대한 개념이 널리 형성되어 왔다. 2004년은 유엔이 정한 '쌀의 해'이다. 전세계 인구 중 30억명이 주식으로 이용하고 있는 쌀은 일반적인 상품과 다르다. 그렇기에 세계적으로 국제농민조직이 꾸려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식량주권에 대한 개념이 약해서 부끄럽다. 전농이 올해 가입했는데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늦었다. 늦은 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하고, 올해도 다른 나라 농민들과 만나면서 활발한 국제연대활동을 펼쳤다."

- 식량주권선언을 위해 어떠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가?
"농민대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7월 8일 제주도에서 시작됐다.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어서 전국을 돌며 농민회 간부들을 만나 교류하고 시장과 거리에서 쌀의 소중함을 설명하는 선전전을 한다. 이는 오는 7월 23일 서울에서 있을 농민대투쟁 이전까지 진행되며, 전국 농민의 여론을 수렴할 '농민투표'를 함께 진행한다."
- 농민투표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달라.
"농민투표는 쌀 수입에 대해 우리 농민들에게 찬반을 묻는 것이다. 현재 95%의 농민이 쌀 개방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는 절대 많은 수치가 아니다. 정부가 쌀개방을 한다며 감언이설을 한다면 그 수치는 급격히 떨어질지 모른다. 농민투표는 왜 쌀을 지켜야 우리 농민이 살고 우리나라가 사는 지에대해 논의하는 자리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의사 참여가 이루어질 것이므로 지역 사회의 갈등 해소를 위한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도시와 농촌은 상생해야 한다 "

"농촌에서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대학교 총학생회에서 식량주권선언에 함께 하겠다고 했고, 도심의 거리에서 학교에서 식량주권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안전한 먹거리,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이슈와 결합시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도시민도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가을에 서울에서 대규모 장터를 계획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 만나는 자리들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면 여러 사회적 비용들이 발생한다. 살기 좋은 농촌은 곧 살기 좋은 도시인 것이다."
- 농민대행진의 핵심구호에 '이라크파병저지'도 들어가 있다. '쌀 개방 저지'라는 단일 목표가 낫지 않겠는가?
"농업문제는 우리나라가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군사적인 문제와 우리 식량을 지키는 문제는 결코 다르지 않다. 사회적 요구에 우리 농민들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 "
-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 농민과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얘기하던 박 위원장이 시민단체들에 대해서도 요구하는 것이 없을 리 만무하다.
"예를 들어 전농과 참여연대가 함께 생활협동조합 등을 꾸려 소비와 생산을 하나로 만드는 그런 사업도 좋은 예가 되지 않겠나? 단순히 생산물을 소비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농촌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단계적으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저번에 참여연대에서 쌀의 중요성에 대한 시민강좌 자리를 마련했었다. 뜻 깊은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직접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 이야기 들어봐야 한다. 공감을 나눌 수 있는 여지를 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 번이라면 크게 걸고 싸우겠어요. 하지만 빚은 쌓여 가는 데, 계속 일을 접어두고 투쟁하는 것이 힘들죠."라고 말하는 한 지역 농민 간부의 맘 모르는 것 아닐터. 10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 속에서 박위원장은 지쳐가는 동료들을 일으켜 세우며 쌀 투쟁을 그려나간다. 9월 10일 전국 시, 군별로 백만인이 모여 식량주권선언을 외치는 날을 위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