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자이툰 부대는 이라크를 향해 떠났다. 자이툰은 아랍어로 올리브나무를 뜻한다고 한다. 부대 이름을 이렇게 지은 까닭은 자이툰이 아랍인들에게 좋은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인들에게 좋은 인상으로 기억되도록 이라크파병부대의 이름을 자이툰으로 지은 것이다. 그러나 정부도 그럴듯한 작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이툰 부대는 지난 2월 23일에 창설되었다. 그리고 8월 3일에 이라크를 향해 떠났다. 3600명의 병력으로 이루어졌으며, 2000억원의 예산을 쓰게 된다. 잘 알다시피 이 부대의 정식 이름은 '이라크 평화재건 사단'이다. 오랫동안 사담 후세인의 학정에 시달린 이라크의 '평화재건'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사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자이툰 부대는 과연 그렇게 좋은 일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대인가?



자이툰 부대의 파병을 둘러싸고 지난 3월의 '탄핵정국' 때처럼 또 다시 국론이 크게 나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탄핵정국'과는 아주 다른 형태의 전선이 만들어졌다. 원수들이 갑자기 동지가 된 것이다. 놀랍게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모두 '참전파'로 뭉쳤다. 반면에 대통령 탄핵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싸웠던 시민사회세력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그렇다고 해서 '한·조중동 연합'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정말 '동지'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적극적으로 '한·조중동 연합'의 동지가 되고자 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를테면 적어도 이라크 파병에 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한·조중동 연합'에 투항해 버린 것이다. 이런 것이 정치인가? 이런 정치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가?



물론 이런 투항의 이면에는 유일 초강대국, 유일 깡패제국 미국의 압력이 있다. 미국의 노골적인 협박에 맞설 의지와 능력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김선일씨의 처참한 죽음이 있었고, 수많은 국민의 간절한 파병반대의 의지가 있었으나,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결국 미국의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아니,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태도는 무기력을 넘어선 비굴함 그 자체였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비판에 맞서 '국익론'을 펼쳤다. 도대체 무슨 국익이 있다는 것인가? 2000억원의 돈을 써가며 이라크인들의 원수가 되는 것이 국익인가? 미치광이 부시의 재선을 돕기 위해 3600명의 젊은이들이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 국익인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어설픈 국익론을 펼치며 파병을 강행한 것은 너무도 치명적인, 그리고 치욕적인 역사적 과오로 기억될 것이다.



이라크전쟁은 석유를 노린 부시의 침략전쟁이다. 이라크는 '9·11 공격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또한 어떤 대량살상무기도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부시는 그저 전범일 뿐이다. 이런 침략전쟁에 군대를 보내서 동참한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이 잘못된 것이다. 많은 이라크인들이 우리를 원수로 여기고 있으며, 이제 자이툰 부대의 파병과 함께 더 많은 이라크인들이 그렇게 될 것이다.



정부는 테러의 위험 때문에 자이툰 부대의 파병과 관련된 사항을 일체 보도하지 말도록 언론사에 요구했다. 헌법을 어기고 파병을 하면서, 다시 헌법을 어기고 포괄적인 보도통제를 시도한 것이다. 하나의 중대한 잘못이 또 하나의 중대한 잘못을 낳게 된다는 것을 여기서 쉽게 알 수 있다. 이라크 파병이라는 잘못된 정책을 강행하면서 헌법을 지켜준 자랑스러운 국민을 노골적으로 속이고 억압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테러의 위험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스스로도 부끄러웠던 것이 아닐까? '한·조중동 연합'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몰아치고 나섰다. 왜 대대적인 환송식을 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평화재건'을 위해 떠나는 자랑스러운 파병에 대대적인 환송식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녕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 도착적 수구세력과 한 패가 되고 말 것인가?

홍성태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상지대 교수)
2004/08/06 10:28 2004/08/06 10:28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PSPD/trackback/11918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홍성태 교수는 지켜보는 이 2004/08/06 11:02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홍성태 교수 화이팅
    참여연대 인사로는 오랜만에 시원한 글을 보는 것 같습니다.
    파병에 반대하는 마음은 다들 비슷한 거 같습니다만, 파병반대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는 것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홍성태 교수 글에는 그런 얕은 잔머리가 보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글발, 말발 내세워 노무현과 열우당에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부정직한 사람들보다 정직한 글을 쓰는 홍성태 교수가 마음에 듭니다.

  2. 하.
    "2000억원의 돈을 써가며 이라크인들의 원수가 되는 것이 국익인가?"

    "미치광이 부시의 재선을 돕기 위해 3600명의 젊은이들이 사지로 몰아넣는 것이 국익인가? "


    한국이 파병을 한다는것이 왜 이라크인들과 원수가 된다는건지?
    한국 파병이 미치광이 부시의 재선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가?


    아마 파병일자를 밝히고 자이툰 부대를 보냈다면 지금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들이 생겨났을듯 한데..

    한총련 이나 기타 시민단체들이 전경의 저지선을 뚫으려고
    별 짓을 다 할것이고 당연히 전경과 시민단체들이 충돌을
    일으킬 것이고 선만 넘지 않으면 되는것을 억지로 넘으려다
    다쳐서 피 흘리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서 시민단체를 폭행한
    어쩌구 저쩌구.. 는 이제 닳아빠질 정도로 흔한 스토리가
    아니던가?

  3. 노무핸 2004/08/17 11:53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주소

    우리군인의 생명을 책임져라
    어느무식한 사람들은 월남전참전이 우리경제를 살렸고 등등의 말을한다.그러나 봐라. 월남전에서 게릴라의 공격에 도저히 늘어나는 미군의 희생을 피하고자 만만한 우리를.쿠데타로 집권한 박소장은 미국에 잘보이고 쿠데타의 원죄를 벗고자 우리군을 파병했다.수천의 우리군이 우리완 아무런 관계없는 무더운 월남에서 죽어갔다.자기자식이 죽고 우리가 잘살수있다 자식을 보내라한다면 보낼 부모는 없을것이다.얼마나 죽었나?시체는 다찾았나?그런데 또 생명의 안전 보장이없는 천하의 무법자 미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으킨 전쟁에 또우리보고 파병해란다. 우리가 미국의 밥인가?제발좀 국민의 생명을 중히 여겨라.대통령,총리,장차관,열우당의원 아들조카친척을 먼저 보내라.언제까지 미군을 대신해서 우리국민을 죽여야하나? 미국이하라면 하는 나라가 이세상에 몇나라나되나?우리의 생명이 미국에의해 조정되야하나?자기나라 청년이 사지로 가야되는데 아무말도 못하고 찬성한 국회의원 아들과 대통령의 친인척을 먼저 보내고 국민에게 참전하라고 해라. 우리국방이 그렇게 안전한가?우리나라 지키기도 버거운데 왜 남의나라를 지키려가나?세게200여나라가 있는데 몇나라가 이랔에가나?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능력이없으면 대통령 사임해야 안되나?집권이후 도대체 나라와 겨레를 위해 뭘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