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窓> 옛 안기부 터를 점거하자
칼럼과 기고 :
2005/01/03 14:42
폴란드 남부의 도시 ‘크라쿠푸’ 인근에는 인류역사상 최초로 산업적 수단을 활용한 체계적인 인종학살이 자행된 현장이 자리하고 있다.
‘아우슈비츠’, 1943년 11월부터 세워지기 시작하여 총 400만명이 희생된 야만적인 인종학살의 현장을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의 하나로 지정해 보존의 필요성과 가치를 공인해오고 있다. 역사를 보전하는 것은 기념하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서임을 아우슈비츠는 웅변하고 있다.
풀리지 않은 과거속 진실의 매듭을 풀고,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 구시대의 유물들을 철거하기 위한 노력이 지난 한해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급기야는 지난 시대 억압과 공포의 상징이었던 정보기관이 스스로의 과거를 규명하는 자구행동에 들어간 마당이니, 그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거 정보기관이 조작했던 사건들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 하나가 빠져있다. 아우슈비츠가 그러하듯, 남산 옛 안기부터를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유산으로 보존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지금 자리로 이전한 직후 그 같은 목소리가 시민사회로부터 제기되지 않았던 바 아니나, 재산의 처분권을 가진 서울시는 그자리에 국제적인 유스호스텔을 세우겠다는 야심찬 몰역사성을 보여주었다.
오는 7월 옛 안기부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그 망령이 떠돌아다니는 ‘용공조작’과 ‘고문’, 그 비인간적 유린의 현장이 사라질 판이다.
옛 안기부터의 역사를 이대로 사라지게 해서는 안된다. 그곳을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에 대한 기억의 공간으로 상징화하기 위한 사회환수운동은 너무 때늦은 제안인가.
그렇다면, 최소한 그 야만의 현장이 사라지기 전에 그곳을 점거하여 민주주의 인권의 한 판 축제라도 열어야 한다. 얼마전 제 기능을 못하는 예술인 회관을 점거했던 일군의 문화예술가들이 보여준 우아한 스쿼팅(squatting)처럼, 단 며칠만이라도 말이다.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더불어라면 새해 그보다 멋진 축하연도 흔치 않을 것이다.
지금도 매년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아우슈비츠를 찾는다고 한다.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 때로는 어떤 기록보다도 진실과 교훈에 다가서는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먼 이국땅의 아우슈비츠는 말하고 있다.
* 이 글은 <내일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아우슈비츠’, 1943년 11월부터 세워지기 시작하여 총 400만명이 희생된 야만적인 인종학살의 현장을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의 하나로 지정해 보존의 필요성과 가치를 공인해오고 있다. 역사를 보전하는 것은 기념하기 위해서일 뿐 아니라, 잊지 않기 위해서임을 아우슈비츠는 웅변하고 있다.
풀리지 않은 과거속 진실의 매듭을 풀고,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 구시대의 유물들을 철거하기 위한 노력이 지난 한해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다.
급기야는 지난 시대 억압과 공포의 상징이었던 정보기관이 스스로의 과거를 규명하는 자구행동에 들어간 마당이니, 그 노력이 작은 결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거 정보기관이 조작했던 사건들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 하나가 빠져있다. 아우슈비츠가 그러하듯, 남산 옛 안기부터를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 유산으로 보존하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지금 자리로 이전한 직후 그 같은 목소리가 시민사회로부터 제기되지 않았던 바 아니나, 재산의 처분권을 가진 서울시는 그자리에 국제적인 유스호스텔을 세우겠다는 야심찬 몰역사성을 보여주었다.
오는 7월 옛 안기부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그 망령이 떠돌아다니는 ‘용공조작’과 ‘고문’, 그 비인간적 유린의 현장이 사라질 판이다.
옛 안기부터의 역사를 이대로 사라지게 해서는 안된다. 그곳을 민주주의와 인권의 소중함에 대한 기억의 공간으로 상징화하기 위한 사회환수운동은 너무 때늦은 제안인가.
그렇다면, 최소한 그 야만의 현장이 사라지기 전에 그곳을 점거하여 민주주의 인권의 한 판 축제라도 열어야 한다. 얼마전 제 기능을 못하는 예술인 회관을 점거했던 일군의 문화예술가들이 보여준 우아한 스쿼팅(squatting)처럼, 단 며칠만이라도 말이다.
국가보안법의 폐지와 더불어라면 새해 그보다 멋진 축하연도 흔치 않을 것이다.
지금도 매년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아우슈비츠를 찾는다고 한다.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는 것이 때로는 어떤 기록보다도 진실과 교훈에 다가서는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먼 이국땅의 아우슈비츠는 말하고 있다.
* 이 글은 <내일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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