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 생명공학 특허심사기준 개정에 부쳐



1. 특허청은 지난해(2000년) 8월 생명공학심사기준 개정안을 발표하고 10월말까지 이에 관한 의견수렴 기간을 두었다. 우리, 공유적지적재산권모임 IP Left, 다른과학편집위원회,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이 기간에 맞춰 특허청에 아래와 같은 요지의 의견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특허청은 우리의 의견서에 대해서 어떤한 입장 표명과 설명도 없이, 지난해 12월 29일에 우리 의견서의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새로운 생명공학심사기준을 확정·발표했다. 이런 모습은 특허청이 생명공학 분야의 특허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는 닫힌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라 여겨지며, 이에 우리는 크게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2. 우리가 지난해 제출한 의견서의 요지는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연상태로부터 분리확인된 생명체 및 생명체의 일부에 특허주는 것은 특허법 제2조에서 발명으로 규정하지 않은 것에 특허주는 것이므로, 엄연히 현행법 위반이다. 특히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인간 유전자의 일부인 EST(Expressed Sequence Tag), SNP(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에 대한 특허 허용은 비교적 엄격한 심사기준하에 특허준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발명이 아닌 발견에 대해 특허주는 것이다.

또한 EST 및 SNP 특허는 생명공학의 기초 연구 성과를 조기에 독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생명공학 연구발전 및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는 기술진흥에 이바지해야 할 특허법의 목적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둘째, 인위적으로 유전자조작된 생명체 및 그 일부 또는 이를 이용하는 방법 발명의 경우, 유전자조작기술의 안전성 및 윤리적 문제가 혼란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특허주는 것은 올바른 공공정책이라 볼 수 없다.

따라서 환경적 위해성과 인간의 존엄성 등을 해할 우려가 있는 유전자조작기술의 산물에 관한 특허출원에 대해서는 특허청이 이를 심사할 수 있는 특별한 법적 제도적 틀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 내에서 설치가 논의되고 있는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할 수 있다.

셋째, 특허청은 전통적 지식(Traditional Knowledge)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한 가지 방법으로서 우리는 발명자가 발명을 완성하는 데 사용한 생물학적 물질을 채취한 장소에 관해 특허출원 명세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규정할 것을 제안했다. 전통적 지식의 보호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세계무역기구(WTO), 유엔환경개발계획(UNCTAD) 등이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는 주제이다.

현대과학 실험실의 연구 성과만이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각국의 토착민 공통체가 만들고 발전시켜 온 전통적 지식과 혁신의 방식을 보호하는 것이 인류보편적 정의에 부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식 체계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으로 현행 지적재산권 제도로부터 배제하는 것은 엄연한 차별이다(자세한 내용은 2000년 10월 31일의 의견서 참조)

우리는 특허청에게 빠른 시일 안에, 위의 3가지 의견을 생명공학분야 특허심사기준, 그리고 나아가서는 특허법을 개정하여 반영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하는 바이다.

3. 한편 특허청의 이번 생명공학 특허심사기준은 여전히 생명공학기술의 진흥에만 초점이 맞추어, 외국의 특허 정책을 충분한 검토없이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특별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특허청은 특허 정책의 수혜자가 폭넓은 공공이 될 수 있도록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현재 특허청은 미국, 일본, 유럽이 주도하는 생명공학 분야 특허심사기준을 수입하기 급급하여, 우리 사회의 상황에 대한 파악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를 이루어내고 있지 못하다.

아무런 실증적 연구 결과도 제시하지 않은 채 미국, 일본, 유럽의 제도의 단순한 소개만으로 국제적 환경에 부합하는 제도적 기준을 만들겠다는 특허청의 주장이 이를 입증한다. 특허청은 무원칙하게 시류에 휩쓸리기보다는 실증적 연구의 토대 위에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특허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이에 따라 생명공학분야의 심사기준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공유적 지적재산권모임 IP Left

다른과학편집위원회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시민과학센터
2001/01/09 00:00 2001/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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