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5월 6일 새벽, 양윤재 서울시 행정부시장이 자기 집에서 검찰 수사관들에게 연행되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5월 7일, 그는 감옥에 갇혀서 수사를 받는 범죄 피의자가 되고 말았다. 그의 범죄혐의는 뇌물수수이다.

청계천.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개울’이라는 뜻이다. 이 개울이 일본 제국주의와 그 후예인 박정희에 의해 두터운 시멘트관에 갇힌 채 우리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청계천의 부활을 꿈꾸게 되었다. 이명박 시장은 이런 변화를 잘 파악해서 결국 시장이 될 수 있었다.

청계천복원사업은 분명히 역사적 사업이다. 그것은 식민과 독재의 역사를 거치며 망가질 대로 망가진 서울의 역사를 되살리는 사업이며, 그 결과 삭막하기 짝이 없는 서울의 자연과 문화를 되살리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시장은 이 역사적 사업을 시민과 함께 훌륭히 수행하겠노라고 맹세했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의 맹세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의 청계천복원사업은 복원을 빙자한 개발이며 파괴이다. 청계천은 600년 역사도시 서울을 대표하는 역사유적이다. 태종 때에 놓은 광통교와 영조 때에 완성한 양안석축은 가장 중요한 유물이다. 그런데 이명박 시장은 2004년 2월에 어렵사리 남은 양안석축을 모두 없애도록 했으며, 다시 2005년 3월에는 광통교의 바닥석을 훼손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시장은 2004년 3월에 문화재 파괴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당했으며, 조만간 같은 이유로 다시 고발당할 상황에 놓였다.

이명박 시장은 시민의 뜻을 받들어 청계천복원사업을 하겠다고 맹세했다. 이를 위해 그는 조례를 제정해서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를 구성했다. 조례에 따르면 청계천복원사업은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는 청계천복원사업의 실시설계에 대해 심의를 거부했다. 잘못된 기본설계를 바로잡겠다는 약속을 서울시가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시장은 잘못된 기본설계를 바로잡기는커녕 멋대로 실시설계를 확정하고 사실상의 불법공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명박 시장이 이렇게 청계천파괴공사를 밀어붙이는 데서 가장 큰 구실을 한 전문가가 바로 구속된 양윤재 부시장이다. 2004년 6월 29일에 문화연대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윤재 당시 청계천복원추진단장을 부시장에 앉히겠다는 이명박 시장의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문화연대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시민단체들이 같은 요구를 밝힌 상태였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2004년 7월에 청계천복원시민위원회는 기본설계안을 심의하기 위해 멀리 속초까지 가야 했다. 그런데 설계안을 설명해야 할 설계사가 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위원들이 강력히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 소동은 결국 양윤재 당시 추진단장이 빚은 것이었다. 그런데 양윤재 부시장은 2004년 9월에 열린 서울시의회에서 속초까지 가야 했던 시민위원들을 ‘목욕이나 하러 간 사람들’이라고 발언했다. 시민위원들을 노골적으로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질을 여지없이 드러내 보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위원회는 그 뒤 파행을 거듭했고, 2004년 5월에 위원장이 항의사퇴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게 되었다.

또한 양윤재 부시장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비리에 관한 소문이 무성했다. 2001년에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분당 파크뷰 용도변경사건은 소문의 일각을 확인해 준 것이었다. 이 사건은 ꡔ신동아ꡕ 2003년 7월호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끝나기는 했지만, 이로써 양윤재 부시장에 관한 의혹은 더욱 더 증폭되었다.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그가 어떤 비리도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은 도무지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이런 점에서 청계천복원사업과 주변부 재개발사업에서 양윤재 부시장이 더욱 커다란 부패와 비리의 의혹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청계천의 복원에 따라 기존의 도심 재개발계획을 대대적으로 변경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 핵심은 새로 들어설 건물의 높이를 대폭 올리는 것이었다. 이런 변경을 주도한 것은 청계천복원추진단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경은 도심의 역사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면서 그 생태성도 역시 크게 훼손하는 것이었다. 이 계획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들 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을 비롯해서 심지어 서울시정개발연구원과 서울시 담당부서에서도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런데도 이 무리한 계획은 강행되었다.

이명박 시장은 시장이기에 앞서서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업자다. 그는 양윤재 부시장이 주도한 사업의 내용과 방식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어떤 연유로 시민단체의 지적에 완전히 귀를 막고 양윤재 추진단장을 부시장에 임명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그가 아니라면 청계천파괴사업이 완료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한가지 사실만은 분명한 듯하다. 이명박-양윤재 체제가 복원을 빙자해서 청계천을 파괴했으며, 나아가 잘못된 재개발을 강행하여 돈썩는 냄새가 온 장안에 진동하고 있다는 것.

홍성태 (정책위원장,상지대 교수)
2005/05/13 09:43 2005/05/1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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