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窓> 로카쇼무라와 일본 핵위협
칼럼과 기고/홍성태칼럼 :
2005/07/15 10:00
올해는 ‘광복 60주년’의 해이다. 그리고 그에 조금 앞서서 ‘핵폭탄 투하 6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1945년 8월 6일과 8월 9일 미국은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각각 ‘꼬마’와 ‘뚱보’라는 이름이 붙은 핵폭탄을 투하했다. 핵폭탄은 핵분열반응을 이용한 것으로 우라늄 폭탄과 플루토늄 폭탄으로 나뉜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것은 우라늄 폭탄이었고,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은 플루토늄 폭탄이었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우리는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일본 제국주의와 조선 수구파의 문제를 되새겨야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이끌어낸 핵폭탄의 위력에 대해서도 되새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북한 핵위협으로 얼마나 시달렸던가? 그런데 북한 핵위협이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이는 지금, 누구보다 그 문제를 강조했던 일본이 새로운 핵위협의 당사자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초에 거대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10년이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일본 동북부 아오모리현의 로카쇼무라라는 작은 마을에 무려 250만평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 시설은 ‘세계 최대의 플루토늄 생산공장’으로서 환경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설이 올해 12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한다. 이로써 일본은 어떤 외국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실질적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게 된다. 세계 유일의 ‘핵폭탄 피해국’이 무서운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핵발전은 ‘천천히 터지는 핵폭탄’이라고 한다. 위험성이라는 면에서 핵발전소와 핵폭탄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핵폭탄은 전쟁을 위한 것이고, 핵발전소는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찬핵세력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이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이다.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핵연료는 예컨대 연탄재와 같은 식의 단순한 핵폐기물이 아니라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으로 재생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이다. 플루토늄은 이른바 ‘고속증식로’의 연료로 사용될 수 있지만, 더 흔하게는 핵폭탄의 원료로 사용된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재처리시설의 가동과 플루토늄의 생산은 핵무장으로 이어지는 문을 활짝 열게 된다.
IAEA 기준에 따르면, 8kg의 플루토늄으로 하나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에서는 매년 8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일본은 1000개 이상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플루토늄을 로카쇼무라에서 매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던 플루토늄 폭탄은 불과 6kg의 플루토늄으로 만든 것이었다. 일본은 이미 45톤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는 ‘플루토늄 보유 대국’이다. 2005년 12월부터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을 시험가동하기 시작해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업가동하게 되면 일본은 단순한 ‘플루토늄 보유 대국’을 넘어서 ‘세계 최대의 플루토늄 생산국이자 보유국’이 된다. 일본 정부의 목표는 분명히 고속증식로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보다 훨씬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보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 동안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은 주로 환경문제에 촛점을 맞추었다. 이것은 한국 정부가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을 성공한 핵폐기물정책의 표본처럼 왜곡해서 홍보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다른 핵발전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라는 너무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는 없고, 다만 영구저장소를 갖춰서 저장할 수는 있다. 한국 정부는 사용후핵연료저장소가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며 그 예로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을 들었다. 1990년대 초에도 그랬고, 2003년에도 그랬다. 특히 부안핵폐기장반대투쟁으로 온나라가 끓어올랐던 2003년에는 로카쇼무라를 마치 ‘낙원’처럼 묘사한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냈다가 로카쇼무라 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사태가 빚어졌다. 심지어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三澤)에서 <핵연사이클 저지 1만인 소송원고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야마다 기요히꼬(山田淸彦, 46세)씨가 한국으로 와서 로카쇼무라의 문제를 증언하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이 환경문제의 차원에만 국한되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시민사회는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군사적 차원에도 주의를 기울여왔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플루토늄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한국 시민사회는 이제는 로카쇼무라의 군사적 차원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는 당연히 역사적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보수 지배세력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침략과 파괴와 약탈로 점철된 군국주의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가장 영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고자 하고 있다. 일본의 보수 지배세력은 일본은 오직 ‘패전’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다시는 ‘패전’하지 않도록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시민사회는 일본의 지배세력이 한편으로 세계 유일의 핵폭탄 피폭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다른 한편으로 핵무장을 위해 집요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시민사회는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가동계획에 깊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핵무장의 야망을 바탕에 깔고 핵발전경제와 토건국가의 내적 요구가 작용해서 빚어낸 괴물이다. 이 괴물은 군사적으로 일본의 위협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일본의 한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이렇듯 복합적 문제를 안고 있다. 재처리공장이라는 이름으로 그 본질을 속이려 해도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온몸을 흉칙하게 무장하고 있으며 괴성을 질러내는 고질라를 키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키티가 될 수 있겠는가?
로카쇼무라는 그 자체로 거대한 군사적 위험의 원천이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명확히 확인되는 일본 지배세력의 집요한 핵무장계획을 고려하면, 로카쇼무라는 일본은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에 일본 핵위협의 먹구름을 드리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본의 질적 성숙을 위해서,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가동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이 괴물의 수명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그 동안 한국의 평화운동은 북한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평화운동은 일본 정부에 대해 큰 의문을 품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불행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극히 위험한 일본 정부의 이중적 핵정책이다.
공식적으로 일본은 여전히 ‘비핵 3원칙’을 지키는 핵무기 비보유국, 즉 공식적으로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들여오지도 않는 나라이다. 그러나 일본은 여느 핵무기 비보유국과는 사뭇 다르다. 일본은 현재 상업용 핵발전소 54기가 가동 중인 세계 3위의 핵발전소 대국(미국, 프랑스, 일본)이며, 핵융합로, 고속증식로, 레이저 농축시설, 대규모 재처리 및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40톤이 넘는 양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곧 매년 8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계획이고, 나아가 핵폭탄의 제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완벽하게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국제핵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의미이다. 일본은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라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을 보유하는 유일한 ‘핵무기 비보유국’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은 자체적으로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대량생산하는 유일한 ‘핵무기 비보유국’이 되는 것이며, 이로써 일본은 ‘핵무기 비보유국’에서 ‘실질적 핵무기 보유국’으로 대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핵무기 비보유국’ 사이에서 IAEA체제의 불공평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것이며,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 전역에서 재처리공장의 보유를 일차적 목표로 하는 격렬한 핵경쟁에 불을 붙이게 될 것이다.
또한 일본의 이런 막강한 능력에 비추어 겉과 속이 다른 일본 정부의 이중성은 국제 사회에서 더욱 더 커다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동북아에서 이런 의심은 남북한을 자극하여 심각한 핵군비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건설이 시작될 때부터 ‘핵주권론’을 표면적으로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으며, 이제 그 가동을 앞두고 다시금 주권의 이름으로 위험천만한 충동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엇보다 이 점에 큰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동북아 핵군비경쟁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의 이중성이 아니더라도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그 자체로 커다란 핵위협의 원천일 수밖에 없다.
1967년의 일본 비핵 3원칙과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일본의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의 보수세력을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런 상황에 맞서서 평화운동의 연대를 통한 동북아 평화의 길을 여는 것은 이미 목전의 과제가 되었다. 일본의 시민사회는 이미 세계의 시민사회를 향해 절실한 평화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 누구보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 일차적 목표는 일본 정부가 로카쇼무라를 가동해서 동북아 핵격쟁을 촉발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곧 열릴 ‘6자회담’에서도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 그것이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 가동되는 한,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의 핵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동북아 비핵지대화구상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생생한 생존의 요청이다.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 핵위협뿐만 아니라 일본 핵위협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매년 1000개 이상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하게 될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일본 핵위협의 원천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일본 정부는 자체 연구를 통해서도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된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가동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일본 정부가 비핵 3원칙을 진정으로 준수하고자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이다.
‘광복 60주년’을 맞아 우리는 조선을 식민지로 만든 일본 제국주의와 조선 수구파의 문제를 되새겨야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이끌어낸 핵폭탄의 위력에 대해서도 되새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북한 핵위협으로 얼마나 시달렸던가? 그런데 북한 핵위협이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이는 지금, 누구보다 그 문제를 강조했던 일본이 새로운 핵위협의 당사자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80년대 초에 거대한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을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10년이 지난 1990년대 초부터 일본 동북부 아오모리현의 로카쇼무라라는 작은 마을에 무려 250만평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이 시설은 ‘세계 최대의 플루토늄 생산공장’으로서 환경적으로나 군사적으로나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설이 올해 12월부터 가동되기 시작한다. 이로써 일본은 어떤 외국의 도움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힘만으로 ‘실질적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게 된다. 세계 유일의 ‘핵폭탄 피해국’이 무서운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핵발전은 ‘천천히 터지는 핵폭탄’이라고 한다. 위험성이라는 면에서 핵발전소와 핵폭탄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핵폭탄은 전쟁을 위한 것이고, 핵발전소는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찬핵세력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다. 이 사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이다. 핵발전소에서 사용한 핵연료는 예컨대 연탄재와 같은 식의 단순한 핵폐기물이 아니라 재처리를 통해 플루토늄으로 재생할 수 있는 사용후핵연료이다. 플루토늄은 이른바 ‘고속증식로’의 연료로 사용될 수 있지만, 더 흔하게는 핵폭탄의 원료로 사용된다. 따라서 사용후핵연료재처리시설의 가동과 플루토늄의 생산은 핵무장으로 이어지는 문을 활짝 열게 된다.
IAEA 기준에 따르면, 8kg의 플루토늄으로 하나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에서는 매년 8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일본은 1000개 이상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플루토늄을 로카쇼무라에서 매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나가사키에 투하되었던 플루토늄 폭탄은 불과 6kg의 플루토늄으로 만든 것이었다. 일본은 이미 45톤의 플루토늄을 확보하고 있는 ‘플루토늄 보유 대국’이다. 2005년 12월부터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을 시험가동하기 시작해서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업가동하게 되면 일본은 단순한 ‘플루토늄 보유 대국’을 넘어서 ‘세계 최대의 플루토늄 생산국이자 보유국’이 된다. 일본 정부의 목표는 분명히 고속증식로의 원료로 사용될 수 있는 플루토늄보다 훨씬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하고 보유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그 동안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은 주로 환경문제에 촛점을 맞추었다. 이것은 한국 정부가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을 성공한 핵폐기물정책의 표본처럼 왜곡해서 홍보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다른 핵발전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라는 너무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할 수는 없고, 다만 영구저장소를 갖춰서 저장할 수는 있다. 한국 정부는 사용후핵연료저장소가 지역발전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며 그 예로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을 들었다. 1990년대 초에도 그랬고, 2003년에도 그랬다. 특히 부안핵폐기장반대투쟁으로 온나라가 끓어올랐던 2003년에는 로카쇼무라를 마치 ‘낙원’처럼 묘사한 텔레비전 광고를 내보냈다가 로카쇼무라 주민들의 항의를 받는 사태가 빚어졌다. 심지어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三澤)에서 <핵연사이클 저지 1만인 소송원고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야마다 기요히꼬(山田淸彦, 46세)씨가 한국으로 와서 로카쇼무라의 문제를 증언하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에 대한 한국 시민사회의 관심이 환경문제의 차원에만 국한되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시민사회는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군사적 차원에도 주의를 기울여왔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은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플루토늄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것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한국 시민사회는 이제는 로카쇼무라의 군사적 차원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여기에는 당연히 역사적 사실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의 보수 지배세력은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침략과 파괴와 약탈로 점철된 군국주의의 역사를 반성하기는커녕 가장 영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고자 하고 있다. 일본의 보수 지배세력은 일본은 오직 ‘패전’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다시는 ‘패전’하지 않도록 힘을 기르는 것이 중요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시민사회는 일본의 지배세력이 한편으로 세계 유일의 핵폭탄 피폭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다른 한편으로 핵무장을 위해 집요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 시민사회는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가동계획에 깊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핵무장의 야망을 바탕에 깔고 핵발전경제와 토건국가의 내적 요구가 작용해서 빚어낸 괴물이다. 이 괴물은 군사적으로 일본의 위협을 상징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일본의 한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이렇듯 복합적 문제를 안고 있다. 재처리공장이라는 이름으로 그 본질을 속이려 해도 그렇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온몸을 흉칙하게 무장하고 있으며 괴성을 질러내는 고질라를 키티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키티가 될 수 있겠는가?
로카쇼무라는 그 자체로 거대한 군사적 위험의 원천이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명확히 확인되는 일본 지배세력의 집요한 핵무장계획을 고려하면, 로카쇼무라는 일본은 물론이고 동북아 전체에 일본 핵위협의 먹구름을 드리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일본의 질적 성숙을 위해서,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서,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가동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이 괴물의 수명은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그 동안 한국의 평화운동은 북한 핵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북한의 핵무장은 북한의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전쟁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평화운동은 일본 정부에 대해 큰 의문을 품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불행한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극히 위험한 일본 정부의 이중적 핵정책이다.
공식적으로 일본은 여전히 ‘비핵 3원칙’을 지키는 핵무기 비보유국, 즉 공식적으로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만들지도, 들여오지도 않는 나라이다. 그러나 일본은 여느 핵무기 비보유국과는 사뭇 다르다. 일본은 현재 상업용 핵발전소 54기가 가동 중인 세계 3위의 핵발전소 대국(미국, 프랑스, 일본)이며, 핵융합로, 고속증식로, 레이저 농축시설, 대규모 재처리 및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40톤이 넘는 양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곧 매년 8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계획이고, 나아가 핵폭탄의 제조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완벽하게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국제핵정치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의미이다. 일본은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라는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시설을 보유하는 유일한 ‘핵무기 비보유국’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은 자체적으로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대량생산하는 유일한 ‘핵무기 비보유국’이 되는 것이며, 이로써 일본은 ‘핵무기 비보유국’에서 ‘실질적 핵무기 보유국’으로 대변신하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핵무기 비보유국’ 사이에서 IAEA체제의 불공평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가 될 것이며,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 전역에서 재처리공장의 보유를 일차적 목표로 하는 격렬한 핵경쟁에 불을 붙이게 될 것이다.
또한 일본의 이런 막강한 능력에 비추어 겉과 속이 다른 일본 정부의 이중성은 국제 사회에서 더욱 더 커다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동북아에서 이런 의심은 남북한을 자극하여 심각한 핵군비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건설이 시작될 때부터 ‘핵주권론’을 표면적으로 강하게 주장하기 시작했으며, 이제 그 가동을 앞두고 다시금 주권의 이름으로 위험천만한 충동질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무엇보다 이 점에 큰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동북아 핵군비경쟁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의 이중성이 아니더라도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그 자체로 커다란 핵위협의 원천일 수밖에 없다.
1967년의 일본 비핵 3원칙과 1992년의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다. 일본의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의 보수세력을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런 상황에 맞서서 평화운동의 연대를 통한 동북아 평화의 길을 여는 것은 이미 목전의 과제가 되었다. 일본의 시민사회는 이미 세계의 시민사회를 향해 절실한 평화의 손길을 요청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 누구보다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 일차적 목표는 일본 정부가 로카쇼무라를 가동해서 동북아 핵격쟁을 촉발하는 잘못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곧 열릴 ‘6자회담’에서도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야 한다. 그것이 일본 정부의 계획대로 가동되는 한, 동북아는 물론이고 세계의 핵경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동북아 비핵지대화구상은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생생한 생존의 요청이다. 동북아 비핵지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 핵위협뿐만 아니라 일본 핵위협에 대해서도 정당하게 대처해야 한다. 매년 1000개 이상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하게 될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일본 핵위협의 원천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일본 정부는 자체 연구를 통해서도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된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가동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일본 정부가 비핵 3원칙을 진정으로 준수하고자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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