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자 동의없는 유전자 샘플의 사용를 규제해야
시민과학센터(사업종료)/생명공학 :
2001/03/20 11:54
서울의대 법의학과의 이정빈 교수 사건에 대한 성명서
- 유전자 샘플과 유전정보의 남용을 방지할 인간유전정보보호법을 조속히 제정하라.
- 현재 아무런 규제없이 진행되고 있는 국내 <유전자검사>의 실태를 파악하고, 유전자 샘플의 수집 및 관리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라
지난 3월 14일 KBS의 보도(KBS2TV 뉴스투데이)는 서울의대 법의학과의 이정빈 교수가 지난 10년 동안 3500여 명의 친자 확인을 위한 유전자검사를 실시했으며 그 수익으로 12억원을 얻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언론은 이 교수가 국립대학의 기자재를 이용하여 세금 한푼 내지 않고 개인적으로 수익을 챙겨 왔다고 비난하고 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국립대학의 교수가 국유재산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수익을 얻으면서 탈세를 하였다는 점에 대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이에 대해서는 국세청 등이 엄중한 조사와 이에 따른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한다.
그러나 이 교수의 탈세 사실보다 더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우리 시민과학센터는 이 교수가 3500여 명이나 되는 유전자검사 의뢰자의 유전자샘플을 아무런 사전동의 없이 다른 목적의 연구에 마음대로 이용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주지하다시피 유전자샘플은 함부로 누출이 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과 인권에 치명적일 수 있는 사적인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엄격히 관리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3500 여명의 유전자검사 의뢰자들은 친자확인 목적으로만 유전자샘플을 제공하였던 것이므로, 이것은 검사가 끝난 즉시 폐기되어야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것을 마음대로 보관하고 있다가 의뢰자의 아무런 동의없이 개인적인 연구에 이용했는데, 이는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의료윤리를 저버린 비도덕적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또 이정빈 교수는 1991년과 92년에 태아 257명의 태반에서 부모의 동의없이 DNA샘플을 추출하여 사용하였다고 보도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개인 유전정보들이 당사자도 모르는 사이에 유출 및 남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의 하나다.
이미 작년 12월경에는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이 수혈 목적으로 헌혈한 피를 연구 목적으로 각종 연구소 및 바이오벤처에 판매했다는 점이 밝혀졌는데, 이 중 일부는 유전자검사 기술과 관련된 연구에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혈액 또한 당사자 모르게 유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병원에서 의사들이 각종 검사용으로 채혈된 혈액이나 세포 조직 등을 환자의 동의없이 다른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서울의대 법의학과 이정빈 교수 개인의 행위 뿐만 아니라, 현재 아무런 규제없이 진행되고 있는 개인 유전자샘플의 수집 및 관리의 실태를 조사하여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촉구한다. 아울러 유전자샘플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주장하며, 유전정보의 남용을 근본적으로 방지할 <인간유전정보보호법>의 제정을 다시 한번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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