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정보은행 구축 중단 촉구 193인 공동성명 발표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와 검찰이 시설에 보호되고 있는 미아를 대상으로 '유전정보은행'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해 반대하는 각계 193인의 공동성명이 27일 발표됐다.

이번 공동성명은 유전정보문제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나온 각계의 공동 목소리이기도해 그간 방치되어왔던 유전정보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 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성명 참여자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박순희 상임대표,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대표,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우석균 정책실장,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김환석 소장 등 인권, 의료, 과학계, 종교계, 노동계, 환경운동, 법조계 인사들이 망라되어 있다.

이들 인사들은 성명을 통해 "'미아찾기'라는 인도주의적 명분을 가진 사업의 추진 자체는 일면 긍정적이지만, 인권침해와 관련된 많은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정보은행 설립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충분한 인권보호를 받을 수 없는 '미아'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성명서 전문이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아'들의 유전정보은행 설립을 강력히 반대한다.

정부와 국회는 <인간유전정보보호법>을 시급히 제정하라

이번 공동 성명에 참가한 우리는,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유전정보 검색을 통한 가족찾기사업'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미아찾기'라는 인도주의적 명분을 가진 사업의 추진 자체는 일면 긍정적이지만, 인권침해와 관련된 많은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전정보은행 설립을 강행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심지어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현재 유전정보보호관련 법령(생명과학보건안전윤리법) 제정을 위한 작업이 한창 진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법이 마련된 이후에 추진해도 될 일인데, 이토록 서두르는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특히 검찰에서 이 미아찾기 유전정보은행 설립 사업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검찰은 1994년부터 '범죄수사'용 인간유전정보은행 구축을 추진해오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검찰청은 그 동안 전문인력과 시설 등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전문인력과 시설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보건복지부 사업에 검찰이 참여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명분을 내세운 우회적 접근법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다. 이미 추진되어 왔었던 '범죄수사'용 인간유전정보은행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론화가 진행되지 않은 마당에, 샘플 채취의 대상을 범죄자에서 미아까지 확대한다는 것은 개인의 인권 침해 문제를 전혀 감안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업의 유전자샘플들이 어떻게 보관될 것인지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검찰 측의 발언이 다른 점 때문에 우리의 우려는 더욱 커진다. 이것은 결국 이 사업 자체가 이후 국가 권력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유전정보은행 구축사업의 사전작업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또한 (주)바이오그랜드라는 바이오벤처 회사의 사업참여는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 이 사업에 어떠한 영리 목적도 없이 참여하고 있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리고 이 회사의 사업 참여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점과 기술적 능력에 대해서도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점은 보건복지부의 정책결정에 대해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이 사업은 전국의 보호시설에 수용된 약 1만 7000여명의 미아를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한국복지재단은 각 보호시설에게 이 사업에 신청하도록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개인유전정보의 보호를 위해 동의절차를 마련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 미아의 유전정보 수집·분석에 대한 동의를 후견인이 하도록 한 조치가 과연 충분한 인권보호 조치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동의서는 의뢰자의 DNA 샘플 및 정보의 소유권을 포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사업기관들 자신의 의무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허술한 인권보호 장치의 유무를 떠나서, 사회적으로 충분한 인권보호를 받을 수 없는 '미아'들을 우선적인 대상으로 삼아 대규모의 인간유전정보은행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보건복지부의 '미아찾기' 인간유전정보은행 구축이 즉시 중단되어야 하며, 그 대신 정부와 국회는 무분별한 유전정보의 이용으로부터 국민의 사생활과 인권을 보호할 '인간유전정보보호법'을 시급히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01년 3월 27일

공동성명 참가자 일동(193명, 참가자 명단 아래)

〈인권·사회〉

김동노(함께하는시민행동 정책위원장, 연세대 교수), 김윤자(민교협 공동의장,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김재옥(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 총장), 김정열(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 박상증(참여연대 공동대표, 목사), 박원순(참여연대 사무처장, 변호사), 서준식(인권운동사랑방 대표), 오창익(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임종대(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한신대 교수), 진관 스님(불교인권위원회), 홍근수(한국노동이론연구소 이사장, 향린교회 목사), 동성애자인권연대 (임태훈(대표권한대행), 홍의표, 이곤), 생명민회 유사 (진위향, 황은주), 진보네트워크(이종회, 장여경, 오병일, 김지희, 정우혁, 서상욱, 이은희, 정문정, 김종민, 황규만)

〈의료·과학자〉

강동진(민중의료연합 회원), 박병상(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 사무국장, 생물학 박사), 박태순(시민환경연구소 연구원, 생태학 박사), 백도명(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송일수(기독청년의료인회회장), 신동근(건강사회를위한보건의료단체회의 정책위원장), 양길승(성수병원 원장), 장회익(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홍욱희(세민연구소장, 환경학 박사),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백한주, 김상용, 우석균, 임동규, 서홍관, 정일용, 정윤, 주영수, 권성실, 김현숙, 이상윤, 이중규, 김진국, 임정수, 손영래, 박준명, 김종명, 김양중, 염석호, 강영호, 이민창, 조한익, 정기현, 이영성, 김정범, 이상이, 신현정, 임상혁, 김유호, 한태희, 전태희, 유영진, 김선민, 지철, 손신, 이세일, 김영준, 정운용, 하태인, 황종화, 조진행, 고창권, 전혜숙, 한동수, 양동석, 이지성, 임부돌, 강종문, 김병준, 김진국(대구경북인의협)), 한국누가회 (박상은(회장), 박재현(생명윤리위원회, 외과 전문의)),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김인섭(회장), 전민용(부회장), 장묘안(부회장)), 참된의료실현을위한 청년한의사회(이승구, 이찬구, 이경규, 임병묵, 유인수, 양계환, 정경진, 최문석, 한창호), 강재성(성산의료윤리연구소장, 고려대 안암병원)

〈종교〉

곽한왕(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김강재(광주교구 환경사제모임 사무국장), 김광수(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대표), 김대현(국제생명운동 한국지부 사무총장), 김영식(안동교구 예천성당 주임신부), 김재복(인천 샤미나드피정의집 원장), 문규현(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박순희(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연합 상임대표), 박흥렬(인천카톨릭환경연대 기획실장), 석창훈(대구교구 푸른평화 사무국장), 오미경(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사무국장), 유영일(부산교구 구만덕성당 주임신부), 유형훈(전국환경사제모임대표), 이동훈(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정인화(인천가톨릭환경연대 대표), 정홍규(대구교구 푸른평화 대표), 새날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김선실 회장, 생태모임/문애현, 오순옥, 김경자, 김세정, 최정순, 김대포)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만신(대표회장), 박영률(상임총무), 정연택(사무총장), 임채문(총무국장), 김장원(환경보전위원회 위원장), 오성환(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위원장)), 대한예수교장로회 한창영(합동보수 총무), 이영욱(합동보수 B 총무), 정인걸(합동 목사), 이억주(합동 목사)

〈노동〉

양경규(민주노총 공공연맹 위원장), 이성우(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 전 과기노조 위원장), 조윤경(노동·건강·연대 준비위원), 허영구(민주노총 부위원장), 보건의료노조(차수련 위원장, 정해선 수석부위원장, 박노봉 사무처장, 한상태 부위원장, 윤영규 부위원장, 이용길 부위원장, 이정미 부위원장, 한정희 부위원장)

〈인문사회학계〉

강내희(중앙대 영문학과 교수), 강미정(한남대 강사, 생명윤리학), 구영모(울산의대 교수, 생명윤리학회 회원), 김근배(전북대 과학학과 교수), 김기원(방송대 경제학과 교수), 김동광(과학세대 대표), 김상득(전북대 교수, 생명윤리학), 김양헌(전남대 철학과 교수), 김용정(과학사상, 동국대 명예교수), 김준기(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김환석(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대표, 국민대 교수), 김헌수(순천향대 경제학부 교수), 박창길(성공회대 교수), 박충구(감리교신학대학 교수), 이동익(가톨릭대 교수), 이영희(카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임종식(성균관대 강사, 생명윤리학), 장하성(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조현석(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 조흥식(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진교훈(서울대 교수, 생명윤리자문위원회 의장), 홍성욱(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구승회(동국대 교수).

〈환경〉

김영락(기독교환경운동연대 사무총장, 목사), 김제남(지속가능개발위원회, 녹색연합 사무처장), 김종철(녹색평론 대표), 김태수(KSDN 사무국장), 김혜정(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서형원(환경운동연합 팀장), 안신권(그린패밀리운동연합), 유정길(불교환경교육원장), 임삼진(녹색연합 사무처장), 최열(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법학·법조〉

고태관(변호사), 김기중(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협회, 변호사), 김석연(변호사), 김주영(변호사), 김진욱(변호사), 손광운(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소장, 변호사), 여영학(환경련 환경법률센터 부소장, 변호사), 연기영(동국대 법대 교수), 유진식(경희대 법대 교수), 윤기원(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 변호사), 이재협(경희대학교 법대 교수), 장유식(참여연대 공익법센터, 변호사), 전재경(법제연구원 사회문화실장)

〈기타〉

조현연(민주노동당 정책부위원장), 조홍섭(한겨레신문 환경전문기자)
김보영
2001/03/27 11:59 2001/03/2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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