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당신의 개인정보는 안전한가?
시민과학센터(사업종료)/시민과학 기타 :
2001/05/24 00:00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사회적 과제 토론회
모 기업광고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디지털 세상'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디지털 기계 및 제도적 장치들과 잠시도 떨어져 있을 수 없다. 현금 대신 신용카드가 쓰이고 이 데이터베이스는 한 개인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구입했고 누구와 금용 거래를 했는지 관리하고 있다. 개인의 사적 대화나 공적 활동들이 담긴 전자 통신은 컴퓨터를 통해 언제든 노촐될 위험이 있다.
병원, 회사의 일상적인 활동도 모두 컴퓨터에 의해 처리되어 이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 자는 한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동화책 속의 마법구술처럼 들여다 볼 수 있다. 더욱이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정보망에 의해 이 같은 정보가 마음만 먹으면 무한대로 공개될 수 있다. 가수 백지영 씨 비디오 유출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시대에 개인 정보는 단순히 인권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자본과 권력의 문제이다. 가수 백지영씨 사건 등 최근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자 조금씩 프라이버시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작되고 있다. 기존의 법체계 내에서 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등장한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보호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논의되어 오던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에 공동대응하고자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데 모였다.
함께하는시민행동,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권운동사랑방, 참여연대 등 10개 단체가 참가한 '프라이버시 보호 네트워크'는 5월 24일 참여연대에서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사회적 과제'라는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은 "우리사회는 개인정보와 관련한 프라이버시 기본원칙을 모든 부문에서 관철시킬 수 있는 법률이 없다"며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재한 상황"이라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는 주민등록번호 유출 피해 사례, 유전자 프라이버시 침해 현황, 전화의 발신자표시 서비스 등이 프라이버시 보호가 필요한 구체적인 예로 제시됐다.
개인정보 남용 시대
지난 4월 12일 열아홉살 난 김모군이 780만명의 개인정보를 해킹해 판매하려다 검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김모군은 구속, 공범인 이모군은 불구속 입건됐다. 두 사람은 신용카드결재 승인처리 업체 1개와 9개 일반 인터넷 사이트에 침임해 주민등록번호, 신용카드번호, 기타 개인 정보를 빼냈고, 이를 마케팅과 리서치 전문 업체에 판매하려다 붙잡혔다. 김모군은 이전에도 80여개 업체를 해킹해 60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가 입건된 바 있다. 김모군 한사람이 해킹해 알아낸 개인정보는 도합 1,400만명에 가까운 것으로 이는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의 1/3을 초과하는 인원이며, 이들의 가족들까지 합치면 거의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를 다 알 수 있는 숫자다. (인터넷 한겨레, 2001년 4월 12일자)
'주민등록법 개정을 위한 행동연대'의 조사에 따르면 4월 현재 회원가입제 인터넷 웹사이트의 경우 무작위로 선정된 총 547개 사이트 중 91.4%인 500개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했다. 반면 주민등록번호를 개재하지 않는 사이트는 31개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16개 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의 기재가 선택사항이었다. 또한 547개 사이트 모두 성명, 주소, 연락처, 이메일 등의 개인정보사항을 필수로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주민등록법 개정을 위한 행동연대' 윤현식 씨는 "인터넷 웹사이트들의 이러한 행태는 실제로 어떤 특정한 목직이 있다기 보다는 일반적 관행"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신원확인을 위한 개인정보의 요구가 그 동안 너무 자연스럽게 이뤄져 왔으며, 요구 당하는 시민의 입장에서도 이에 아무런 저항의 필요성을 못 느끼며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민등록번호는 그 자체로 성별, 생년월일, 출생지역, 신고 순위 등 수많은 개인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 그러나 현행법률에는 주민등록번호의 사용을 명문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남용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는 해킹을 통해 손쉽게 획득되며 개인을 식별하는 절대적인 코드로 사용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는 민주주의와 직결된 문제
프라이버시 보호가 더욱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 것은 정보사회이기 때문. 김종철 한양대 교수는 "소수 권력자들이 정보를 독점하느냐, 아니면 국민주권시대를 완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 전자민주주의의 시대가 도래하느냐는 개인정보보호의 문제와 직결된다"며 "프라이버시 보호는 정보시대에 핵심적인 기본권"이라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이은우 변호사는 "현재 우리사회에는 프라이버시 보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미비"하다며 "개인정보와 관련한 프라이버시 기본원칙을 모든 부문에서 관철시킬 수 있는 법률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규정도 미비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프라이버시 법률을 만들기 위해 정영화 서경대 교수는 "현행 공공부문의 개인정보보호는 가 공공부문에 정보담당관을 선임하도록 한다"는 점과 "기업이나 단체가 수집 및 처리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개인정보 소유권에 대한 명확한 입법방침이 전제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인권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보다 정교화되고 음모적인 통제의 수단, 새로운 계급계층적 문제 등과 직결된 문제"라며 "시급히 이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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