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끝났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이 제시한 ‘정권심판’ 슬로건이 제대로 먹힌 한판이었다. 부패한 지방권력을 심판하자는 열린우리당의 구호는 후보들이 차고 넘쳐 공천뇌물 챙기기에 바쁜 한나라당을 겨냥했던 것이지만, 결국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그치고 말았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힘을 모아 달라는 것이었고, 국민은 어찌 되었든 그런 한나라당의 호소에 공감을 표시했다. 박근혜대표의 피습사건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던 한나라당의 압승 흐름을 보다 분명하게 다진 계기로 작용했을 뿐이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국민의 염증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열린우리당 스스로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거리에 붙은 열린우리당 후보들의 플래카드에 기호1번은 선명한데 열린우리당 로고는 찾아보기 힘들었겠는가? 다급해진 열린우리당은 벌써부터 내홍에 휩쌓여 있다. 그런 열린우리당을 보며 민주당도 민주노동당도 문은 활짝 열려 있으니 들어 올테면 언제든지 들어오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다. 이제 정계개편이 시작될 것인가?

그런데 말이다. 나는 한가지 의문이 있다. 왜 지방선거가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치러져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중앙정치를 결정짓는 총선도 아니고, 내 고장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정권을 심판하는 도구로 사용된다는 것, 독자들은 이해가 되는가? ‘뭐 복잡하게 생각할 것 있나? 민심을 제대로 보여줄 기회가 선거밖에 없고 마침 지금 지방선거가 치러지니 민심이 그렇게 표출된 것이다’라고 하면 사실 할 말이 별로 없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는 왜 그렇게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하는 것인가? 위헌시비가 붙었지만 노무현 대통령 말처럼 대통령 중간평가 선거를 한번 치루면 안되나?

민선3기, 즉 지난 2002년에 뽑은 자치단체장 셋 중 하나(전체 248명 중 78명)는 각종 비리나 선거법 위반으로 쇠고랑을 찼다. 사법처리된 지방의원들의 숫자는 여기에 4를 곱해 293명이나 된다. 이쯤 되면 잠재적 범죄자를 뽑는 것인지, 지역의 대표를 뽑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다.

4년 후 상황은 좀 달라지겠는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도지사에 시장군수, 여기에 지방의원까지 한 정당이 싹쓸이 하는 상황이니 서로 상부상조 하며 나라곳간 거덜내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지역에 여당도 있고 야당도 있어야 제대로 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것아니겠는가? 경쟁이 있어야 서로 시민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내놓기 위해 경쟁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지역의 시민단체나 언론기관도 취약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서 이를 누가 감시하고 제어할지 참 답답한 노릇이다.

아직까지 한국의 지방자치는 지방자치가 아니라 중앙정치의 지역판일 뿐이다. 내 눈에는 아무래도 이는 비정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것이 현실인 걸. 중앙정치가 어찌되었든 지역의 문제를 주민의 뜻대로 풀어나가는 독립된 지방정치가 만개할 때까지 우리는 지방선거를 대통령 중간선거 쯤으로 치러야 할 모양이다. 아무튼 지난 4월에 도입된 ‘주민소환제’의 약효가 살아나길 빌어볼 밖에.

김민영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2006/06/01 10:34 2006/06/0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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