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0호 개혁정론] 정치개혁의 첫걸음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입니다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1/06/21 00:00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대통령께서도 너무나 잘 알고 계시고, 한때는 고심했고 고통받았을 문제인 정치자금에 대해서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정치가 있는 한 정치자금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입니다. 정치자금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언제까지 회피할 수만은 없을 것이며, 마냥 더러운 것으로 치부해 버리거나, 나아가 죄악시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자금의 문제는 난마와 같이 얽혀있어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 지 당혹스럽기만 합니다. 우리사회에 뿌리깊은 부패구조에 맞물려있는 고비용 정치구조와 동원형 선거정당 구조를 함께 청산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불법적인 정치자금의 원천인 검은 돈의 형성과 유통이 극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지 정치자금의 제도화된 부분만을 개선하는 것은 실효성이 적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더 이상 늦추거나 머뭇거려서는 이 땅에 미래가 없기에, 먼저 대통령께서 나서 정치자금법 개혁에 앞장서는 자세를 촉구하며, 몇 가지 건의를 하고자 합니다.
첫째,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하는 한편, 정치자금 수입·지출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정당의 회계보고는 지출증빙에 대한 검증장치가 부족하여 그 내용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수입 및 지출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회계보고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모든 정치자금의 수입·지출 시 수표사용을 의무화함으로써 음성적인 정치자금의 정치권 유입을 차단하고 정치자금 흐름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또한 회계보고시 일정액 이상의 수입은 그 내역을 구체적으로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며, 선관위에 권한을 부여해 철저한 회계감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합니다. 참고로 캐나다의 경우, 100 캐나다 달러(약 180,000원) 이상의 기부금은 보고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연방선거의 후보는 모든 기부자를 보고토록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회계장부의 보존기간을 현행 3년에서 일반 사기업 수준인 10년으로 연장하고, 정치자금 수입지출 서류의 열람기간 3개월 제한과 눈으로 열람만 할 수 있고, 복사는 금지하는 규정을 폐지함으로써 유권자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둘째, 국민의 세금으로 주는 국고보조금은 국민의 민주적 의사형성에 기여하는 정도와 연동하여 액수를 정해야 합니다. 그 기준으로는 우선 유권자 수에 따른 산출이 아니라 투표에 참여한 투표자와 각 정당이 얻은 득표수에 연계하여 정당들이 국민의 정치적 참여를 높이는 생산적인 정치를 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또한 정당이 스스로 노력하여 모집한 당비와 기부금의 액수와 보조금을 연계하되 세액공제대상인 소액납부만을 감안하도록 하여 소액다수의 원칙에 충실한 정당재정의 확립을 유도해야 합니다. 특히 각 정당의 자생력 강화 노력과 연동해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각 정당이 얻은 일반당비와 기부금을 합하여 자연인이 100만원 이하로 납부한 액수 총액의 100분의 50을 보조금으로 산출하여 추가 지급한다면 정당의 기초가 튼튼해지리라 믿습니다.
셋째, 정치자금을 사적 경비나 부당한 용도로 지출하지 못하도록 한 금지조항에 위반 시 처벌조항을 추가하고, 벌칙조항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각종 예외조항을 삭제함으로써 합법적인 정치자금과 불법적인 것을 엄격히 구분해 불법 정치자금을 엄단함으로써 이 법의 실효성을 높여야 합니다.
또한 허위 또는 부실 회계보고에 대해서는 국고보조금 중단이나 삭감, 혹은 환수를 통해 엄단함으로써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대통령님
정치개혁을 촉구하고 정치관련법을 개정하라는 저희의 요구에 속으로 "정치는 상대가 있는 게임 같은 것인데 어찌 내 마음대로 한다 말이요" 이렇게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겠지요? 분명 상대가 거대야당 입니다.
정치자금과 관련하여 지금까지는 여·야의 공평한 분배가 초점이었다면, 이제는 투명성이 초점입니다. 투명성은 여야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사회가 투명해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정치가 보호받아야 할 성역으로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정치자금이 투명해질 때, 정치불신은 무너지고 신뢰받는 정치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정치개혁은 정치를 살리려는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장막을 스스로 벗어버리고 공개하려는 노력만이 최선입니다. 얼마 전, 가뭄을 해갈한 소나기 같은 정치개혁의 소식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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