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90년만의 최악이라는 가뭄걱정에 속이 타고 있습니다. 이 가뭄을 해소할 비소식과 함께, 6·15 남북 만남에 즈음해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시 만난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국정을 이끄시느라 노심초사하고 계신 대통령께 오늘은 국회운영에 관한 쓴 소리를 올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3권분립의 입장에서 본다면 국회의 일은 국회의장이 책임질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국회의 기능이 입법의 범주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국정의 주요한 결정이 이곳에서 논의되고 합의되는 곳이며, 특히 민생문제를 다루는 민의의 전당입니다. 또한 대통령께서는 집권당의 총재이기 때문에 국회운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고 몇 가지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대통령이 되신 후, 새로 구성된 16대 국회는 국민의 기대와 바램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출발을 했습니다. 16대 국회가 낙천·낙선운동으로 상징되는 '총선시민연대'의 영향을 받아 구성되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김대통령의 집권 하반기 개혁과제를 수행해 갈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번 6월 5일은 16대 국회가 개원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래서 1년 동안 국회의 주요 기능인 "입법활동 및 예·결산 활동", 그리고 작년 2월 개정된 국회법의 주요 개혁조항의 이행정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첫째, 16대 국회 1년 동안 의원발의 수는 총 364건으로 이중 128건의 법안이 처리되어 35.1%의 처리율을 보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단 1건도 발의하지 않은 국회의원이 무려 128명에 이러고 있습니다. 의원 1인당 평균 발의 건수는 1.2건에 불과합니다. 여·야당을 떠나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문제입니다.

둘째, 2000년 2월 개정된 예·결산 관련 국회법은 종전의 특위 설치기간 규정이 삭제되어 예결특위의 연중운영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예결위는 전체회의 29회, 계수조정소위 10회 등 총 39회만 개최되었고, 그것도 정부가 예산을 제출하기 전에는 회의도 안하고 않습니다.

회의를 한다고 해도 11월과 12월에 치중되어 예결특위 상설화의 의미를 거의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정부는 가능한 빨리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의원은 능동적인 활동이 요구됩니다.

셋째, 16대 국회 1년 동안 각 상임위의 소위원회는 총 183회가 개최되었고, 이 중 78%(143회)을 공개했습니다. 또한 회의록은 단지 30%(55건)만을 작성했습니다. 특히, 총 40회의 비공개 회의 안건 중 자금세탁방지관련 법안(4회), 의약분업 관련 법안(13회) 등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민생·개혁입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환경노동위의 경우 9회의 소위원회를 전부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회의록도 100% 작성해 가장 공개적인 상임위로 꼽혔습니다.

이에 반해 보건복지위의 경우 25회의 소위원회 회의 중 단지 5건(20%)만을 공개했으며, 회의록 작성도 2건(8%) 밖에 없어 가장 비공개적인 상임위로 나타났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의보통합과 의료보험 재정문제도 혹여 이러한 방식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넷째, 16대 국회 1년 동안 본회의에서 처리된 안건은 총 464건이었고, 이중 27건(5.8%)만이 표결·처리되었습니다. 또한 표결·처리된 27건 중 단지 3건만이 전자기표기를 이용한 기록표결이었습니다. 결국 본회의에서 처리된 464건의 안건 중 0.7%만이 실명으로 표결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전자기표기를 이용한 표결실명제를 일반적으로 도입하자는 법안의 개정취지와는 전면 배치되는 것으로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만든 법안을 전혀 이행하고 있지 않은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섯째, 16대 국회 1년 동안의 회의 일수를 분석한 결과, 국회 본회의는 월 평균 5.4회, 상임위 회의는 월 평균 2.4회, 상임위 소위 회의는 0.9회로 나타났습니다. 본회의, 상임위 회의, 소위 회의 등을 망라해 한달 평균 8.7회의 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15대 국회 1년에 비해 상임위 회의 수는 증가(17.6%)하였습니다.

그러나 작년 8월, 9월과 올해 1월, 3월은 국회 회기만 열린 채 정상적인 회의가 없었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정당간의 갈등에 의한 방탄국회, 파행국회를 막고, 안정적인 국회 심의를 위한 노력이 여전히 요구됩니다.

여섯째, 개정 국회법은 제정법률안 및 전면개정법률안에 대해서는 공청회 개최를 의무화했습니다. 16대 국회 1년 동안 제출된 제정 및 전면 개정 법률안은 총 50건이었고, 이중 14건(28%)만이 공청회가 개최되었습니다.

특히 농림해양수산위는 공청회 의무개최 건수가 7건이었으나 단 한 건도 실시하지 않았으며, 산자위도 토론회만 2회 했을 뿐 5회는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환경노동위는 4건의 제정 및 전문개정법률안에 대해 100% 공청회를 실시하였습니다.

일곱째, 국회는 "국회의원의 자격심사·윤리심사·징벌"에 관한 사항을 심사하기 위해 윤리특별위원회를 두고 있습니다.(국회법 46조 1항) 그러나 16대 국회 개원이후 현재까지 윤리특위는 간사선임을 위한 회의와 공청회를 한번 개최했을 뿐, 자격심사·윤리심사·징벌을 위한 회의를 단 한차례도 개최하지 않았습니다.

215회 정기국회 중에 징계요구 2건이 있었으나, 아직 미처리 상태이기도 합니다. 같은 특별위원회인 여성특위의 활동과 비교해 보면 윤리특위의 활동이 얼마나 정체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성특위의 경우, 16대 국회 개원이후 4월말 현재까지 19건의 법률안이 회부되었고, 그중 16건을 심의 후 여성특위의 의견으로 제출하였습니다.

여덟째, 16대 국회 1년 동안 국무총리, 대법관 후보자 6인,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가 각 2회씩 실시되었습니다. 특히, 이한동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에 실시함에도 불구하고 총리서리의 첫사랑, 가훈, 소신 등을 묻는데 시간을 허비하는가 하면, 같은 당 의원이 대신 재산문제를 해명하는 등 인사청문회 도입 취지를 무색케 했습니다.

결국 청문이라는 형식적 절차만 거치면 국회에서 다수결로 통과시키는 정쟁의 형태를 반복했습니다. 이번의 안동수 법무장관의 인사파동에서도 요구하였듯이, 앞으로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권력기관의 장(국정원장, 검찰총장 등), 국무위원 등으로 대상을 넓히고, 검증이 가능한 청문회로 성격을 전환하도록 법을 개정하여야 하겠습니다.

대통령님!

지금까지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국회운영의 평가와 문제점을 살펴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국회는 야당이라는 덩치가 큰 상대가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국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자리에서 대통령께서는 한발 비켜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소수당의 한계를 얘기하고 싶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국정최고책임자로서, 집권여당의 총재로서 정치를 정상의 괘도에 올리는 일은 국회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고, 국회의 문턱을 낮추어 국민과 가까이 하는 국회가 되어야 합니다. 국회를 개혁하는 일과 함께,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므로 당론에 가두는 과거 지향적 형태를 앞서서 없애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특히 집권여당의 분발을 기대하면서 지속적인 정치개혁을 기대합니다.

김두수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2001/06/07 00:00 200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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