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한나라당이 이기고, 열린우리당이 졌다.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의 부패와 악행에 대한 국민의 분노로 열린우리당이라는 거대여당이 만들어지지 않았던가?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만 다니다가 결국 사실상 파탄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열린우리당은 스스로 ‘백년정당’을 내걸었으나 ‘선거정당’이라는 비판적 예측을 확인해주고 말았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한나라당의 승리와 열린우리당의 패배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많다. 사학법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도 그 좋은 예이다. 열린우리당은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제시했다. 국가보안법 개폐, 과거사규명법, 언론개혁법, 그리고 사학법 개정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열린우리당의 ‘4대 개혁입법’은 모두 엉터리로 끝났다. 그 이유는 두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우선 ‘거대야당’ 한나라당이 국정을 마비시키는 ‘강공’을 퍼부으며 저항했기 때문이고, 다음에는 ‘거대여당’ 열린우리당이 내부의 혼란과 균열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고 국정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사학법)은 1990년에 당시 민자당의 주도로 개악된 대표적 악법으로 손꼽혔다. 민자당은 노태우의 민정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공화당과 합쳐서 이른바 ‘3당 야합’으로 만들어진 정당이었다. 정치권의 이합집산이야 어떻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사립학교법의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민자당이 개악한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의 운영을 완전히 재단의 전횡에 내맡겨서 전국 방방곡곡의 수많은 사립학교에서 허다한 문제들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사립학교법을 고쳐서 사립학교의 운영을 민주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드높아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민자당이 개악한 사립학교법은 사립학교를 이를테면 ‘소도’와 같은 곳으로 만들었다. 사립학교는 어디까지나 사립학교 재단이 책임지고 운영하는 ‘신성한 교육장’이므로 정부는 절대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디 이것뿐인가?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절대 ‘간섭’해서는 안 되고 오로지 재단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따라야 했다. 그 결과 사립학교는 고대의 제사장이 다스리던 ‘소도’와 같은 곳이 되었고, 그 안에서는 제사장과 다름없는 ‘이사장’의 전횡이 횡행했다. 많은 사립학교들이 ‘신성한 교육장’의 허울을 쓰고 한국에서 가장 부패하고 무능한 수구보수세력의 전당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사립학교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사립학교는 다른 논리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사립학교는 재단의 ‘사유재산’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천민자본주의의 사유재산론을 끌어들인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토지와 마찬가지로 교육은 철저히 ‘공공재’로 다루어진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교육에 대해서는 국가의 폭넓은 지원과 강력한 규제가 따르는 것이다. 물론 ‘선진국’의 규제는 우리 교육부에서 하는 것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지만. 우리도 교육을 ‘공공재’로 다룬다. 따라서 사립학교에 대해 폭넓은 지원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사립학교 재단은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공공재’를 주장하고, 세금을 제대로 썼는가에 대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을 주장하며 회피한다. ‘두 입 달린 괴물’인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립학교를 ‘소도’처럼 폐쇄적으로 운영하고자 한다면, 사립학교 재단은 최소한 모든 경비를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사립학교의 운영은 사실 정부의 보조와 학생의 등록금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립학교의 실제 주인은 재단이 아니라 정부와 학부모이다. 지금의 사립학교 재단은 그야말로 ‘왕서방’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먹는다”는 그 ‘왕서방’ 말이다. ‘왕서방’이 나쁜 까닭은 돈만 먹는 것이 아니라 ‘곰’을 업신여기고 멋대로 괴롭힌다는 데 있다. 여기서 나아가 사립학교 재단은 곳곳에서 횡령범, 갈취범, 사기꾼, 투기꾼의 행태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모든 엄청난 ‘현금’을 이용해서 여기저기 ‘로비’를 한다.

사립학교가 ‘소도’가 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 재단이 ‘소도’에서 기꺼이 살고자 하는 학생들을 받아서 함께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길이 있다. 이 경우에 해당 학교는 정식학교가 될 수는 없고 ‘학력인정기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설령 재단이 모든 경비를 부담하는 사립학교라고 해도 그 운영을 투명하게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에게 신앙을 강요하거나 학교 운영을 이용해서 횡령하는 일 따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하물며 정부의 보조와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 운영되는 사립학교가 ‘사유재산’을 운운하며 ‘소도’가 되려는 것은 참으로 가당치 않은 짓이다.

사립학교의 민주화는 당연한 시대의 요청이다. 학벌사회를 배경으로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학부모들을 협박해서 사립학교를 폐쇄적이고 반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후진적 사립학교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사립학교법 개정은 이런 변화를 위한 작은 출발일 뿐이었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마저도 짓밟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그야말로 전력을 다했다.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을 위한 정당이다. 한나라당은 사립학교의 민주화를 한사코 저지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민생을 볼모로 잡고 예산안 심의마저 연계하는 참으로 몰상식하고 부도덕한 짓마저 계속 서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도대체 왜 이렇게 사립학교의 민주화를 한사코 저지하는 것일까? 한나라당이 태생적으로 민주화에 반하는 정당이기 때문일까?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사학투쟁을 사실상 지지하는 행태를 적극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하는 대신에 다른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꼼수를 펴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한길 대표가 이러한 꼼수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고 한다. 이로써 수단과 목표의 어느 것도 정당하지 못한 한나라당의 사학투쟁이 승리를 거두기 직전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의 부당한 사학투쟁에 염증을 낸지 오래되었는데, 열린우리당은 여기에 강력히 맞서 싸우기는커녕 ‘투항’할 생각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사실상 ‘해체’ 상태에 놓인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 사립학교를 지키고 교육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말 그대로 국민들의 절박한 과제가 되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정책위원장)
2006/12/12 18:10 2006/12/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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