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가뭄 극복을 위한 특별담화를 발표하신 게 바로 지난 주 입니다. 다행히도 며칠 뒤 비가 내려 천재로 인한 물리적 위기는 일단 벗어난 셈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단비라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국민의 정신적 갈증까지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 외에는 아직 아무 것도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치판은 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한결같은 모습만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패방지법을 놓고 벌이는 여야의 9인 소위는 이제 별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국민을 여전히 우롱합니다.

새로 임명된 보건복지부장관은 마치 의약분업의 질곡을 다른 명분으로라도 돌파하겠다는 듯 의욕적으로 나섰습니다만, 그게 하필이면 왜 전자건강카드일까요. 전자주민카드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으면서 그보다 더한 족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짙은 전자건강카드를 들고 나오는 장관의 심중을 헤아리기 힘듭니다.

정부의 인권의식과 미래적 가치판단에 대한 수준에 심각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안 권력은 또 어떠합니까. 텔레비젼 화면에 비친 영등포 경찰서장의 용맹스런 모습은 이 땅의 공권력의 상징입니까, 아니면 난폭한 국가 권력의 부끄러운 모습입니까. 경찰관직무집행법을 들먹이지만, 폭도를 방불케 한 경찰 권력의 작동 모습은 법의 근거에서 형식성과 실질성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최근 검찰이나 경찰은 공권력 무시 경향에 대한 경고를 발하며 눈을 부릅뜨는 듯한 인상을 풍깁니다. 그러나 매번 하는 말이지만, 어디 공권력의 위신이 힘으로 되찾아지는 것입니까. 국가 권력의 불법이 눈에 보이는데 말입니다.

지난 주 화요일의 특별 담화는 사실 미리 예정되어 있던 국정쇄신책 발표를 미루고 행해진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루어 둔 이야기는 언제 들을 수 있는 것인가요? 이미 일주일이 지나버렸습니다. 나아진 것은 조금도 없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회복 치유의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이상 무엇을 머뭇거리시는가요?

모든 것을 만회할 순 없겠지만, 마지막 한 가닥의 희망으로 국민이 눈길이라도 줄 수 있는 쇄신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것은 이 어려운 시기에 맞는 것이어야 합니다. 정파와 당파를 초월해야 합니다.

나아가서, 다음 정권을 포기한다는 각오로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합니다. 현실에서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가뭄과 장마 사이의 자연현상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정치입니다.
2001/06/21 00:00 2001/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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