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호 개혁정론] 문제는 다시 정치개혁입니다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0/12/21 00:00
"가장 먼저 떨어지는 물방울이 가장 용기 있다." 대통령께서 잘 기억하고 계실 말입니다. 12월 10일 노벨평화상 수상식에서 군나르 베르게 노벨상위원회 위원장이 인용한 시 한 구절이 제게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먼저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사실 노벨평화상 수상은 대통령님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우리 나라와 겨레 모두가 함께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일 겁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향상, 그리고 민족통일을 위한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노벨평화상 수상식 중계방송을 지켜보면서 무척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지금 우리사회 분위기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드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여도 괜찮을 텐데, 축제는커녕 수상사실을 입밖에 내기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노벨평화상을 받고 돌아온 대통령께 박수를 쳐드리기보다는 국정쇄신책을 빨리 내놓으라고 재촉하는 것이 지금의 사회 분위기입니다. 심지어는 대통령님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1백 번째 노벨평화상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 거라는 점에서 위안을 찾아야 한다니 더욱 언짢습니다.
나라 밖에서는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돌아와서 나라 안에서는 쉬쉬해야 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일어났을까요? 문제는 다시 정치개혁입니다. 사실 이런 말을 하기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너무나 많이 국민들 입에 오르내렸고, 언론에 거론되었으며, 대통령께서 국민에게 하신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치개혁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에서 가장 지지부진했던 분야가 바로 정치개혁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국정쇄신책도 결국은 정치개혁 아니겠습니까?
물론 정치개혁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치가 사회의 온갖 갈등을 가장 높은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제도적 장치임을 생각하면 정치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인 것입니다. 4.13 총선에서 나타났던 낙천·낙선운동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 때는 물론이고 정치적 현안마다 지역주의의 망령이 시퍼렇게 살아 날뛰고 있으며, 민생은 팽개치고 정국주도권 다툼으로 사사건건 맞서기만 하는 정치로 말미암아 국회는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회는 2001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낡고 썩은 정치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개혁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개혁 논의는 정치부문의 경쟁력 강화, 생산성 향상 등 효율성과 경제성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듯한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제도를 부분적으로 바꾸고, 사람을 부분적으로 물갈이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정치는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정치가 갈등과 대립의 정치였다면 21세기 정치는 화합과 조화의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을 평소에는 소외시키고 배제시켰다가 필요할 때만 동원했던 동원의 정치에서 참여의 정치로 바꾸어야 합니다. 밀실에서 패거리들에 의해서 돈으로 움직여왔던 낡은 정치를 광장에서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맑고 깨끗한 정치로 바꾸는 것이 바로 21세기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인 것입니다.
민주정치의 성립 여부는 자치와 참여에 있지 않습니까? 자신과 관계된 모든 결정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정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정치적 패러다임의 기본틀은 권력이 분산되고 일반 국민의 자치와 광범한 직접 참여가 보장된 참여민주주의여야 합니다. 명령과 통제대신 협력과 도움에 익숙하고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참여민주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 정치문화의 변화가 올바른 정치개혁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치개혁이 어제 오늘의 과제는 아닙니다. 지난 2월에 15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한 일도 정치개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인, 그리고 전면적인 개혁이 아니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필요한 곳만, 그것도 국민의 분노에 밀려서 부분적으로 고친 것이기 때문에 이제 다시 한 번 정치개혁을 추스릴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에서는 의회·선거·정당 등 정치과정의 실질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존의 정치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빠르게 파악하여 정치과정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회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형성을 보장하고, 국민 의사를 바탕으로 통치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선거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또 대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계층과 직능대표성을 높이고 지역구 활동이 어려운 전문가나 소수 정파의 대표나 신진세력이 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를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당체제도 바뀌어야 합니다. 또 지방자치의 활성화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위에서 말한 것들은 지금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정치개혁의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패방지법의 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아니면 개정이라도), 인권법의 제정 등입니다. 부패방지법의 제정은 국민의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시금석입니다. 부패방지법에는 돈세탁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며, 대통령 직속으로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두는 한편 특별검사제를 상시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특별검사제가 미국에만 있는 제도인데 미국에서도 문제가 많아서 폐지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시비가 없는 미국과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나라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특별검사라는 명칭이 미국에만 있는지는 모르나 동남아 여러 나라들도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처벌하기 위해 특별전담기구를 두고 있고, 그 역할은 바로 특별검사제와 똑같지 않습니까?
특별검사제는 검찰의 위상을 약화시켜 권력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아니라 정치적 눈치보기와 인권유린으로 점철됐던 검찰권 행사에 종지부를 찍는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부패방지법의 제정보다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개혁은 없을 것입니다. 부패방지법의 제정은 엄청난 수의 희생자를 낳은 금융개혁이나 노동유연화와 달리 극소수 비리관련자를 뺀 나머지 국민이 혜택받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개혁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보안법을 없애고, 국가인권위원회를 국가기구로 만드는 내용의 인권법을 제정하며, 아직도 옥중에서 고생하고 있는 양심수와 시국사범들을 전면 석방하고, 위헌적인 준법서약서를 폐지하는 일도 정치개혁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흔히 정치개혁이라고 할 때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제시하는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국회법 등 정치법과 제도의 개선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어제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에게 경제난에 대해 비판만 하지 말고 경제회생의 자신감을 갖고 난국을 함께 헤쳐나가자고 호소하셨습니다. 정부가 반성하고 시정할 것도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정부를 믿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뭔가 구체적인 것을 보여주셔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정쇄신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국정쇄신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의 개편에 대해 국민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음을 인식하셔야 합니다. 개편은 단순하게 사람을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님과 정부, 그리고 민주당이 정말로 확실한 개혁의 의지가 있다고 믿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민주당 개편에서 개혁의 의지가 그다지 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잘못 꿰어진 첫 단추는 다음 단추들도 잘못 꿰어지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제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이는 국가보안법 폐지(안되면 개정이라도), 국가인권기구의 설치와 인권법 제정, 종합적인 부패방지법의 제정 등 이른바 개혁입법을 며칠 남지 않은 올해 안에 재대로 처리하는 것도 개혁의지를 읽을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일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지난날 우리 사회의 어두웠던 시절에 대통령께서 보여주셨던 "첫번째 떨어지는 물방울의 용기"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디 개혁의 깃발을 다시 한 번 힘차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먼저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사실 노벨평화상 수상은 대통령님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우리 나라와 겨레 모두가 함께 기뻐하고 자랑스러워 해야 할 일일 겁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의 향상, 그리고 민족통일을 위한 노력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노벨평화상 수상식 중계방송을 지켜보면서 무척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지금 우리사회 분위기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노벨평화상 수상을 축하드리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여도 괜찮을 텐데, 축제는커녕 수상사실을 입밖에 내기조차 어려운 실정입니다. 노벨평화상을 받고 돌아온 대통령께 박수를 쳐드리기보다는 국정쇄신책을 빨리 내놓으라고 재촉하는 것이 지금의 사회 분위기입니다. 심지어는 대통령님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불쾌하게 여기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1백 번째 노벨평화상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은 아닐 거라는 점에서 위안을 찾아야 한다니 더욱 언짢습니다.
나라 밖에서는 대대적인 환영을 받고 돌아와서 나라 안에서는 쉬쉬해야 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왜 일어났을까요? 문제는 다시 정치개혁입니다. 사실 이런 말을 하기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너무나 많이 국민들 입에 오르내렸고, 언론에 거론되었으며, 대통령께서 국민에게 하신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치개혁이 이루어졌다고 믿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에서 가장 지지부진했던 분야가 바로 정치개혁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국정쇄신책도 결국은 정치개혁 아니겠습니까?
물론 정치개혁이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치가 사회의 온갖 갈등을 가장 높은 차원에서 풀어나가는 제도적 장치임을 생각하면 정치개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인 것입니다. 4.13 총선에서 나타났던 낙천·낙선운동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강한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 때는 물론이고 정치적 현안마다 지역주의의 망령이 시퍼렇게 살아 날뛰고 있으며, 민생은 팽개치고 정국주도권 다툼으로 사사건건 맞서기만 하는 정치로 말미암아 국회는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회는 2001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낡고 썩은 정치를 벗어 던지고 새로운 정치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정치개혁입니다.
정치가 국민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정치권의 인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개혁 논의는 정치부문의 경쟁력 강화, 생산성 향상 등 효율성과 경제성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듯한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제도를 부분적으로 바꾸고, 사람을 부분적으로 물갈이하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정치는 패러다임 자체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정치가 갈등과 대립의 정치였다면 21세기 정치는 화합과 조화의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을 평소에는 소외시키고 배제시켰다가 필요할 때만 동원했던 동원의 정치에서 참여의 정치로 바꾸어야 합니다. 밀실에서 패거리들에 의해서 돈으로 움직여왔던 낡은 정치를 광장에서 국민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맑고 깨끗한 정치로 바꾸는 것이 바로 21세기의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인 것입니다.
민주정치의 성립 여부는 자치와 참여에 있지 않습니까? 자신과 관계된 모든 결정에 스스로 참여할 수 있을 때 새로운 정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정치적 패러다임의 기본틀은 권력이 분산되고 일반 국민의 자치와 광범한 직접 참여가 보장된 참여민주주의여야 합니다. 명령과 통제대신 협력과 도움에 익숙하고 민주적이고 개방적이며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이루어지는 참여민주사회를 이루어나가기 위한 법과 제도의 개선, 정치문화의 변화가 올바른 정치개혁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치개혁이 어제 오늘의 과제는 아닙니다. 지난 2월에 15대 국회가 마지막으로 한 일도 정치개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적인, 그리고 전면적인 개혁이 아니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필요한 곳만, 그것도 국민의 분노에 밀려서 부분적으로 고친 것이기 때문에 이제 다시 한 번 정치개혁을 추스릴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에서는 의회·선거·정당 등 정치과정의 실질적인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기존의 정치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빠르게 파악하여 정치과정에 반영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회의 활성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형성을 보장하고, 국민 의사를 바탕으로 통치권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따라서 선거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또 대의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할 것입니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는 다원화된 사회에서 계층과 직능대표성을 높이고 지역구 활동이 어려운 전문가나 소수 정파의 대표나 신진세력이 쉽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를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당체제도 바뀌어야 합니다. 또 지방자치의 활성화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위에서 말한 것들은 지금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것보다 더 근본적인 정치개혁의 과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패방지법의 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아니면 개정이라도), 인권법의 제정 등입니다. 부패방지법의 제정은 국민의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시금석입니다. 부패방지법에는 돈세탁을 금지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하며, 대통령 직속으로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두는 한편 특별검사제를 상시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특별검사제가 미국에만 있는 제도인데 미국에서도 문제가 많아서 폐지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시비가 없는 미국과 국민이 검찰을 신뢰하지 못하는 우리나라를 평면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특별검사라는 명칭이 미국에만 있는지는 모르나 동남아 여러 나라들도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처벌하기 위해 특별전담기구를 두고 있고, 그 역할은 바로 특별검사제와 똑같지 않습니까?
특별검사제는 검찰의 위상을 약화시켜 권력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아니라 정치적 눈치보기와 인권유린으로 점철됐던 검찰권 행사에 종지부를 찍는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부패방지법의 제정보다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개혁은 없을 것입니다. 부패방지법의 제정은 엄청난 수의 희생자를 낳은 금융개혁이나 노동유연화와 달리 극소수 비리관련자를 뺀 나머지 국민이 혜택받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개혁이기 때문입니다.
국가보안법을 없애고, 국가인권위원회를 국가기구로 만드는 내용의 인권법을 제정하며, 아직도 옥중에서 고생하고 있는 양심수와 시국사범들을 전면 석방하고, 위헌적인 준법서약서를 폐지하는 일도 정치개혁의 중요한 과제입니다. 흔히 정치개혁이라고 할 때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제시하는 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국회법 등 정치법과 제도의 개선은 그 다음의 일입니다.
어제 대통령께서는 국민들에게 경제난에 대해 비판만 하지 말고 경제회생의 자신감을 갖고 난국을 함께 헤쳐나가자고 호소하셨습니다. 정부가 반성하고 시정할 것도 약속하셨습니다. 그러나 국민이 정부를 믿고,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뭔가 구체적인 것을 보여주셔야 한다고 믿습니다. 국정쇄신책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국정쇄신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의 개편에 대해 국민여론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음을 인식하셔야 합니다. 개편은 단순하게 사람을 바꾸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님과 정부, 그리고 민주당이 정말로 확실한 개혁의 의지가 있다고 믿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민주당 개편에서 개혁의 의지가 그다지 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잘못 꿰어진 첫 단추는 다음 단추들도 잘못 꿰어지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이제 물 건너간 것처럼 보이는 국가보안법 폐지(안되면 개정이라도), 국가인권기구의 설치와 인권법 제정, 종합적인 부패방지법의 제정 등 이른바 개혁입법을 며칠 남지 않은 올해 안에 재대로 처리하는 것도 개혁의지를 읽을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일 것입니다.
어쩌면 지금이 바로 지난날 우리 사회의 어두웠던 시절에 대통령께서 보여주셨던 "첫번째 떨어지는 물방울의 용기"가 다시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부디 개혁의 깃발을 다시 한 번 힘차게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부디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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