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수에 까다롭거나 밝은 사람들은 올해가 21세기의 첫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주는 대망의 21세기의 첫번째 주가 되고, 오늘 띄우는 〈개혁통신〉 역시 새 세기의 첫 호가 되는 셈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보아도,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모습은 작년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 같습니다. 밀레니엄 운운하며 고조되었던 분위기를 이 새해 여명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변함없는 것은 겨울 날씨일 뿐, 비교적 가라앉고, 보고 느끼기에 따라서는 쓸쓸하고 침울한 가운데 새해를 맞았습니다.

국민들은 시종일관 계속되는 정치적 파행을 경제적 상실감으로 먼저 받아들였을 수도 있습니다. IMF 관리경제의 터널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다시 닥친 불황은 개개인의 체감적 행복을 많이도 감퇴시킨 것이지요. 물론 경제상황의 악화는 정책의 실패 문제만은 아닌 측면도 있습니다.

그리고 노력에 따라 다시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눈여겨 관심을 갖는 것은 경제문제를 포함한 전체적인 개혁의 진행과정입니다. 본질적으로 개혁의 실패는 모든 것의 실패로 귀결될 수 있고, 필요한 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고통의 총량은 늘어날 뿐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 세기가 걸쳐진 지난 일주일을 돌이켜봅니다. 연말부터 기다림에 지친 인권운동 활동가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내걸고 명동성당 앞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습니다. 눈비가 퍼붓는 노상에서 텐트 대신 비닐을 덮고 밤을 새우고, 탈진한 몇몇은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비단 국가보안법뿐만이 아니라 국가인권법이나 부패방지법과 같은 상징적이고 핵심적인 개혁법안의 처리에 대해, 한동안 각 연대기구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기대를 걸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행동보다는 협상과 기다림이라는 정치권의 관행에 기대본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정부나 여야를 포함한 국회가 철저한 실망만을 거푸 안겨주는 데 그쳤던 것입니다. 그 분노가 명동의 노상에서 매서운 추위와 대결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에 정부와 여당이 보여준 것은 무엇입니까. 국회법 개정 대신 민주당 의원 세 명이 자민련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교섭단체를 탄생시키는, 실로 기상천외의 정치쇼를 펼쳤습니다. 그 행태는 국민에 대한 새해 선물이 될까요, 아니면 새 시대의 의미를 무참히 짓밟는 기만이 될까요.

기발한 정계개편은 끝없는 정략의 음모와 술수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확인시켜주었을 뿐입니다. 그러한 발상은 오직 현실적인 힘만으로 개혁을 이루겠다는 억지에 불과합니다. 힘을 원하지 않는 정당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지금 정부와 여당으로서는 처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집권기간 중에 개혁을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갖고 계십니까? 수많은 현안들 중 핵심적이고 필요한 개혁과제가 무엇인지 정리는 되셨습니까? 그렇다면 그 개혁의 완수를 위해서는 차기 정권을 걸 수도 있다는 각오가 되어 있으십니까?

대통령께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시기는 무엇보다도 개혁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다시 상기해야 합니다. 개혁의 출발점, 개혁의 과정, 개혁의 평가라는 전과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그 의견들을 특별한 여과과정 없이 직접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그 역할의 일부를 떠맡아보고자 한 것이 〈개혁통신〉의 개통취지입니다.

〈개혁통신〉도 어언 시작한 지 2년 4개월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한때 실망과 좌절로 중단한 적도 있습니다. 매끄럽고 통일되지 못한 편집 때문에 곤혹스러웠을 때도 있습니다. 매주 일정한 수준과 양의 이야기를 담지 못하여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개혁통신〉은 계속됩니다.

현안이나 구체적 정책과 관련하여 진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려 합니다. 그리고 가급적 참여연대 밖의 목소리라 하더라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해관계 있는 특정 단체나 개인의 주장까지 전해드리는 통로가 되고자 합니다. 물론 이러한 모든 노력은, 〈개혁통신〉에 담긴 메시지는 대통령께 전달이 된다는 믿음을 전제한 것입니다.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전해드리는 〈개혁통신〉은, 새해 인사로서는 격에 맞지 않게 비장하고 비관적입니다. 그러나 새해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의 처지의 실제 모습은 그보다 더 황량합니다. 듣기 좋은 덕담으로 새 세기의 〈개혁통신〉의 문을 열지 못함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그 속에 담겨 있는 수많은 의미들은 버리지 마십시오.

「인생의 큰 목적은 지식이 아니고 행동입니다.」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는 말입니다. 그 깨달음을 함께 나누고 행동을 함께 하기 위하여, 〈개혁통신〉은 21세기에도 멈출 수 없습니다.
2001/01/11 00:00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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