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호 개혁정론] 2001년 과학기술정책, 이렇게 바뀌어야 합니다
정기간행물(종간)/개혁통신 :
2001/01/18 00:00
21세기의 키워드는 단연 과학기술입니다. 생명공학의 발전이 생생히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영향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정부는 최근 과학기술정책 및 관리체계를 크게 혁신했습니다.
우선 '작은 정부'의 추세 속에서도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승격시켜 과학기술행정을 효율화하려 했으며 대통령이 주재하고 관련 부처의 장관이 참여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립하여 과학기술정책의 종합조정기능을 강화했습니다. 또 과학기술진흥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여러 법률을 통합하여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제도 구축과 함께 '2025년 과학기술장기계획'을 수립하여 '과학기술강국'을 향한 비젼을 체계화하였습니다. 또한 정부는 과학기술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과학기술 예산을 큰 폭으로 증가시켜 왔습니다. 정부예산 중 연구개발예산의 비중을 1999년 4.0%에서 2000년 4.4%로 높였으며 수년 내 5.0% 수준으로 증가시킬 계획입니다.
이러한 제도와 정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여전히 낡은 패러다임에 의해 지배되고 있습니다.
첫째, 과학기술정책의 목표가 산업경쟁력 강화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습니다.
21세기의 벽두에서 전망되는 과학기술 진보의 핵심 의미는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함의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진보의 패러독스'라는 평가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은 삶의 질의 향상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인간 삶의 토대를 뒤흔드는 도전과 위협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발전주의 과학기술정책은 종국에는 우리 사회에 각종 위험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것입니다.
둘째, 과학기술 정책과정이 정부의 주도하에 산업계, 과학기술계 등 소수의 집단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개발 의제의 설정이나 구체적인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추진이 사적인 특수이익의 요구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의 우선 순위에서 기초연구가 계속 홀대를 받고 있으며 상업적 응용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응용연구나 개발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크게 강조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성과는 천명된 정책목표를 항상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셋째, 연구개발활동도 여전히 효율성 이념과 전문가주의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습니다.
생명복제기술의 발전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과학기술 활동은 지식의 진보와 함께 필연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문화적, 윤리적 충격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일반 과학기술계와 정책관료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연구활동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연구결과의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연구의제의 채택은 전문가들의 배타적 영역이라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편협한 과학기술정책의 전개에 대응하여 시민과학센터는 경제, 환경, 안전, 생명윤리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과학기술 정책목표를 추구하고, 시민참여에 의한 보다 개방적인 과학기술 정책 구조를 모색하며, 연구개발 수행에 있어서 전문가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대안을 주창해 왔습니다.
첫째, 과학기술기본법이 연구개발의 기본이념으로 인간존엄성·자연환경·사회윤리 가치의 균형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나 이것을 실현하는 정책수단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다양한 수준의 정책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시민참여가 보장될 수 있는 제도가 수립됨으로써 시민사회의 요구가 과학기술정책 형성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주의할 것은 시민참여는 기업, 과학기술계, 학계 대표의 참여를 의미하는 현행의 민간참여와 구분되어야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가) 과학기술기본법 제5조 3항을 다음과 같은 뜻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정책의 결정과 추진과정에 일반 시민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한다."
(나) 국회 산하에 과학기술 관련 특별기구를 신설하여 기술평가를 수행하고 시민참여를 제도화하여서, 효과적으로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감독하는 것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의 경우에는 국회 산하에 이와 같은 기술영향평가기구가 설치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공익적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항목을 신설하여 산업경쟁력 위주의 연구개발 지원체제를 혁신해야 합니다.
'공익적 연구개발'이란 공익을 증진시키는 지식과 기술을 중점 개발하는 것으로서 주된 수혜자가 사회 전체이거나 특히 사회적 약자가 되도록 하고 또 연구로 얻은 지식과 기술이 사유화되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며, 연구의제의 설정에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도록 하는 연구활동을 말합니다. 또한 공공연구개발예산은 사익의 증진에 직접 활용되는 경우는 지원이 최소화되어야 하고 환경, 교통, 보건위생, 복지에 관련되는 연구개발과 기초연구에 우선적으로 배정되어야 합니다.
셋째, 시민참여에 의한 기술영향평가가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과학기술평가는 연구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의 경제성, 효율성 평가에 치중되어 있고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관리가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참여적 기술영향평가는 관련 과학기술 프로그램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그 프로그램의 환경적, 사회적, 윤리적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초기단계부터 연구개발의 방향을 바람직한 쪽으로 조정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시민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이 기술영향평가의 핵심이므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술영향평가 전문기구를 국회 내에 두거나 독립기관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현행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체제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주로 다루어야 하는 기술영향평가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넷째, 생명공학연구 및 응용과 관련하여 인권과 생명윤리를 보호하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합니다.
시민과학센터는 관련 시민단체와 더불어 생명안전·윤리연대 모임을 결성하여 생명공학 감시활동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런데 포스트 게놈시대로 접어든 후 국가간, 기업간 생명기술 개발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생명공학 발전의 부정적인 영향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불법적 인간배아 연구가 공공연히 시행되고 있으며 유전정보의 활용이라는 미명하에 인권과 개인프라이버시 침해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시민과학센터는 가칭 '생명공학 인권·윤리법'의 제정을 계속 촉구해 왔습니다.
① 인간개체복제 등 윤리적으로 금지되거나 규제되어야 하는 생명공학연구 및 시술에 관한 조항, ② 유전자 치료에 관한 일정한 규제 조항, 윤리적으로 금지 및 규제되어야 할 생명특허에 관한 조항, ③ 유전적 프라이버시 보호 및 유전적 차별 금지에 관한 조항 및 ④ 국가생명공학윤리위원회의 설치에 관한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2000년에 들어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일정수준 시민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운영되고 있으나 의결기구로서 시민참여가 보장되는 국가생명공학윤리위원회의 설치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전자변형식품(GMO)이나 유전자변형생물(LMO)의 생산, 판매, 국제무역에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범부처 조정기구가 설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부처간 갈등이 내연하고 있습니다. 부처별로 개별 입법을 추진하는 대신 위에서 언급한 국가생명공학윤리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입니다.
요컨대, 과학기술발전의 명암이 보다 극명하게 가시화 될수록 산업경쟁력 강화에 치우친 전통적인 과학기술정책은 점차 시민사회의 불신과 저항에 직면할 것입니다. 정책관료 및 과학기술계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첫 걸음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작은 정부'의 추세 속에서도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승격시켜 과학기술행정을 효율화하려 했으며 대통령이 주재하고 관련 부처의 장관이 참여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립하여 과학기술정책의 종합조정기능을 강화했습니다. 또 과학기술진흥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여러 법률을 통합하여 과학기술기본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이러한 제도 구축과 함께 '2025년 과학기술장기계획'을 수립하여 '과학기술강국'을 향한 비젼을 체계화하였습니다. 또한 정부는 과학기술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과학기술 예산을 큰 폭으로 증가시켜 왔습니다. 정부예산 중 연구개발예산의 비중을 1999년 4.0%에서 2000년 4.4%로 높였으며 수년 내 5.0% 수준으로 증가시킬 계획입니다.
이러한 제도와 정책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여전히 낡은 패러다임에 의해 지배되고 있습니다.
첫째, 과학기술정책의 목표가 산업경쟁력 강화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습니다.
21세기의 벽두에서 전망되는 과학기술 진보의 핵심 의미는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경제적 가치를 넘어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함의를 가지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진보의 패러독스'라는 평가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은 삶의 질의 향상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인간 삶의 토대를 뒤흔드는 도전과 위협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발전주의 과학기술정책은 종국에는 우리 사회에 각종 위험과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것입니다.
둘째, 과학기술 정책과정이 정부의 주도하에 산업계, 과학기술계 등 소수의 집단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구개발 의제의 설정이나 구체적인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추진이 사적인 특수이익의 요구에 의해 크게 좌우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의 우선 순위에서 기초연구가 계속 홀대를 받고 있으며 상업적 응용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 응용연구나 개발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이 크게 강조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성과는 천명된 정책목표를 항상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셋째, 연구개발활동도 여전히 효율성 이념과 전문가주의에 의해서 지배되고 있습니다.
생명복제기술의 발전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처럼 과학기술 활동은 지식의 진보와 함께 필연적으로 엄청난 사회적, 문화적, 윤리적 충격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일반 과학기술계와 정책관료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연구활동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연구결과의 광범위한 사회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연구의제의 채택은 전문가들의 배타적 영역이라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편협한 과학기술정책의 전개에 대응하여 시민과학센터는 경제, 환경, 안전, 생명윤리를 아우르는 균형잡힌 과학기술 정책목표를 추구하고, 시민참여에 의한 보다 개방적인 과학기술 정책 구조를 모색하며, 연구개발 수행에 있어서 전문가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대안을 주창해 왔습니다.
첫째, 과학기술기본법이 연구개발의 기본이념으로 인간존엄성·자연환경·사회윤리 가치의 균형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나 이것을 실현하는 정책수단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 등 다양한 수준의 정책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시민참여가 보장될 수 있는 제도가 수립됨으로써 시민사회의 요구가 과학기술정책 형성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주의할 것은 시민참여는 기업, 과학기술계, 학계 대표의 참여를 의미하는 현행의 민간참여와 구분되어야 합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가) 과학기술기본법 제5조 3항을 다음과 같은 뜻으로 수정해야 합니다. "과학기술정책의 결정과 추진과정에 일반 시민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한다."
(나) 국회 산하에 과학기술 관련 특별기구를 신설하여 기술평가를 수행하고 시민참여를 제도화하여서, 효과적으로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을 감독하는 것을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국가의 경우에는 국회 산하에 이와 같은 기술영향평가기구가 설치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공익적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예산항목을 신설하여 산업경쟁력 위주의 연구개발 지원체제를 혁신해야 합니다.
'공익적 연구개발'이란 공익을 증진시키는 지식과 기술을 중점 개발하는 것으로서 주된 수혜자가 사회 전체이거나 특히 사회적 약자가 되도록 하고 또 연구로 얻은 지식과 기술이 사유화되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며, 연구의제의 설정에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보장되도록 하는 연구활동을 말합니다. 또한 공공연구개발예산은 사익의 증진에 직접 활용되는 경우는 지원이 최소화되어야 하고 환경, 교통, 보건위생, 복지에 관련되는 연구개발과 기초연구에 우선적으로 배정되어야 합니다.
셋째, 시민참여에 의한 기술영향평가가 제도화되어야 합니다.
현재의 과학기술평가는 연구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의 경제성, 효율성 평가에 치중되어 있고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관리가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 이와는 달리 참여적 기술영향평가는 관련 과학기술 프로그램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그 프로그램의 환경적, 사회적, 윤리적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초기단계부터 연구개발의 방향을 바람직한 쪽으로 조정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시민참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이 기술영향평가의 핵심이므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술영향평가 전문기구를 국회 내에 두거나 독립기관으로 해야 할 것입니다. 현행 과학기술부 산하 한국과학기술평가원 체제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주로 다루어야 하는 기술영향평가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넷째, 생명공학연구 및 응용과 관련하여 인권과 생명윤리를 보호하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합니다.
시민과학센터는 관련 시민단체와 더불어 생명안전·윤리연대 모임을 결성하여 생명공학 감시활동을 계속해 왔습니다.
그런데 포스트 게놈시대로 접어든 후 국가간, 기업간 생명기술 개발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생명공학 발전의 부정적인 영향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불법적 인간배아 연구가 공공연히 시행되고 있으며 유전정보의 활용이라는 미명하에 인권과 개인프라이버시 침해가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여 시민과학센터는 가칭 '생명공학 인권·윤리법'의 제정을 계속 촉구해 왔습니다.
① 인간개체복제 등 윤리적으로 금지되거나 규제되어야 하는 생명공학연구 및 시술에 관한 조항, ② 유전자 치료에 관한 일정한 규제 조항, 윤리적으로 금지 및 규제되어야 할 생명특허에 관한 조항, ③ 유전적 프라이버시 보호 및 유전적 차별 금지에 관한 조항 및 ④ 국가생명공학윤리위원회의 설치에 관한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2000년에 들어 생명윤리자문위원회가 일정수준 시민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운영되고 있으나 의결기구로서 시민참여가 보장되는 국가생명공학윤리위원회의 설치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전자변형식품(GMO)이나 유전자변형생물(LMO)의 생산, 판매, 국제무역에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범부처 조정기구가 설립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재 정부 내에서는 이 문제를 둘러싸고 부처간 갈등이 내연하고 있습니다. 부처별로 개별 입법을 추진하는 대신 위에서 언급한 국가생명공학윤리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입니다.
요컨대, 과학기술발전의 명암이 보다 극명하게 가시화 될수록 산업경쟁력 강화에 치우친 전통적인 과학기술정책은 점차 시민사회의 불신과 저항에 직면할 것입니다. 정책관료 및 과학기술계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과학기술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확보하는 첫 걸음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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