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혁통신>을 편집하고 있을 시간에, 참여연대 아래층의 카페 느티나무에선 참여연대를 비롯한 6개 단체가 모여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로 임명된 헌법재판관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박용상 씨에 대한 반대 의견을 만천하에 알리고, 또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박용상 씨는 이미 이런 분위기를 눈치채고 그저께 자신의 의견을 언론사와 시민단체 등에 전달했습니다. 일종의 변명이자 반론인 것이지요. 물론 그의 변명에도 귀는 기울일 줄 알아야겠지만, 각 단체에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작성한 평가의견서를 주의 깊게 봐주십시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실질적인 임명권을 행사해 주십시오. 과거 법관으로 재직할 당시 판결로 보여준 그 사람의 성향과 능력은 헌법재판관으로서는 부적격합니다. 그의 변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번에도 형식적 임명권을 행사하는 데 불과합니다. 그 대신 다른 인물을 택하는 것은, 신중하고 실질적인 임명권의 선례를 남기는 것이 됩니다.

이런 이야기도 하나 전할까 합니다. 최근 미국에 살고 있는 일가족이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를 보내왔고, 그 전문이 국내 단체의 홈페이지에 올랐습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송학삼 씨의 아내와 1남2녀의 자녀들입니다.

송학삼 씨는 1945년 평남 순천에서 태어났고, 1982년부터 미국 뉴욕에 거주하면서 13년 전 미국 국적을 취득하였습니다. 뉴욕에선 민족통일학교를 설립하여 대한민국 건국 공로훈장을 받은 바 있는 윤영무 씨를 이사장으로 추대하였습니다. 자주민주통일 미주연합에선 부의장과 뉴욕지부 회장직을 맡아 활동했습니다.

그러다 김명철 씨가 일본에서 출간한 『한국붕괴 : 김정일의 군사전략』이란 책을 접하게 되었고, 저자와 대화하던 중 한국에서 출판을 하기로 했지요. 송학삼 씨의 적극적 노력에 의해 그 책은 윤영무 씨가 번역하여 『김정일의 통일전략』이란 제목으로 탄생하였으며, 출판은 송영현 씨가 사장으로 있는 살림터출판사에서 맡았습니다. 문제의 저서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한 달쯤 전인 작년 5월 중순에 인쇄되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11월 초 송영현 사장은 이적표현물을 제작하고 반포했다는 혐의로 전격 구속되고 말았습니다. 국가정보원에 끌려간 것이지요. 이 소식을 전해들은 송학삼 씨는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책을 쓴 김명철 씨의 경력이나 사상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책의 내용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송학삼 씨는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송영현 씨를 위해 자진하여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하여 법정에 서기 위해 지난 2월 25일 서울에 도착했고, 그 다음날 법정에서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송학삼 씨도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국가보안법의 이름으로.

지금 국민의 정부는 국가보안법을 개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자, 적어도 이 정부는 국가보안법 적용을 신중히 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위반으로 구속되는 사례는 거의 없어졌다는 식으로 홍보했습니다.

그런 정부 아래서 최근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지난 날 아무 일 없이 서울을 오갔던 사람은, 그것도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을, 언론에선 너나 없이 떠들어대는 말들을 책으로 묶는데 주선하였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2001/03/15 00:00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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