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하게 구속된 저의 남편, 우리의 아버지 송학삼을 즉각 석방하여 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저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구속된 재미동포 송학삼의 아내 송영숙입니다. 서울에 갔던 저의 남편 송학삼이 지난 2월 28일 국가정보원(국정원)에 체포, 구속되었다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소식을 듣고, 한동안 망연자실한 채 있던 저희 가족들은 오늘 이렇게 힘을 내어 김대중 대통령께 애절한 호소를 드립니다.

지난 2월 말 일주일도 채 안되는 서울 체류 일정을 잡아 급히 한국을 방문했던 남편은 이제는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는 사람이 되어 국정원에서 심문을 받으며, 가족과도 직접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에 있습니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권력기관에 의해 일어나서는 안될 불의의 부당한 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 모진 고통과 시련, 수모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앞에 가슴이 저며 오기만 합니다.

왜 그런 일이 남편이 존경해 오던 김대중 대통령의 대한민국 정부기관에 의해 일어나고, 왜 우리 가족의 자랑스러운 남편, 아버지 송학삼이 피해자가 되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고통과 시련을 삭여야 하는가를 떠 올릴 때마다 눈물이 복바쳐 오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혹 아시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재미동포이자, 미국시민권자인 남편 송학삼이 구속된 사건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저의 남편은 재일동포 김명철이라는 분이 일본어로 쓴 책을 한국에서 출판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었다는 이유로 서슬시퍼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가 되어 국정원에 체포, 구속되었습니다. 국정원은 김명철씨가 일본 조총련의 성원이고, 책의 출판은 북의 지령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도 안되는 혐의를 씌워, 남편을 심문하고 있습니다.

김명철 선생은 조총련의 성원도 아닐 뿐더러, 미국의 국방부, 국무부를 비롯한 미국 정부와 미국내 주요 청책연구기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오고 있는 유명한 재일동포 군사 정치평론가입니다. 윌리엄 페리 대북조정관이 참석하는 미국내 세미나에도 연사로 오시기도 했고, 미국 국방대학의 연사로 초청되기도 한 분입니다. 한국 언론에도 그분의 기사가 종종 나오고, 한국의 월간중앙 12월호에는 그분의 인터뷰 기사가 길게 실리기도 했었습니다.

남편의 주선에 의해 그분이 쓴 책이 <김정일의 통일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출간된 것은 지난해 2000년 5월이었습니다. 이책에 대해 한국의 여러 언론사가 책 소개를 하고, 수 개월 동안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로 팔리기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책을 낸 출판사의 사장을 체포, 구속하고 책을 압수해 버렸습니다. 출판사의 사장은 얼마후 보석허가를 받아, 정상적인 생활을 해 오며, 재판을 밟고 있었습니다.

이 재판과 관련, 남편이 법정 증인으로 채택되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2001년 2월 25일이었습니다. 책 출판의 정당성을 밝히고, 출판사 사장이 무죄임을 입증하기 위해 2월 26일 서울지방 법원에 재판에 증인으로 출두했던 저의 남편은 같은 날 저녁 국정원에 느닷없이 연행되고, 구속되었습니다.

남편이 구속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곳의 현지 한국신문들은 국정원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근거로 하여 남편이 마치 어마어마한 큰 죄를 지은 위험한 인물인 양 크게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남편이 구속된 일도 억울한데 남편의 모습이 이처럼 왜곡되는 현실은 더욱 서럽기만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도 수년간 미국에서 생활을 하셔서 재미동포의 삶을 누구보다도 잘 아실 겁니다.

남편은 지극히 평범한 재미동포중의 한 사람입니다. 세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가족의 생활을 위해 하루 십여시간 이상씩 일을 해가며, 삶을 터전을 일구어 왔던 사람입니다. 척박한 이민생활 속에서도 민족의 얼과 자부심을 간직해 보려고, 집에서는 세 아이들이 우리말을 쓰게 교육하는 재미동포사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평범하지만 우리 민족에 대한 애정이 강하고, 조그마한 일이라도 우리 민족에게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가족들에게는 자랑스러운 남편이자, 아버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순수하기만 했던 남편의 삶을,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을, 대한민국의 국정원은 무참히 짓밟아 버렸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께 여쭙고 싶습니다.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안기부에 의해 박해와 탄압을 받고, 국가보안법에 의해 목숨을 잃을 위기에도 처하는 등 고난의 길을 걸어 왔던 대통령께서 집권한 이후에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가요? 미국을 방문하실 때마다 대한민국은 재미동포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말씀하시고, 재미동포들이 남,북의 평화, 화해와 통일에 앞장서 달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는데, 왜 통일문제에 앞장서 온 저의 남편은 구속하는 건가요?

남편이 주장하고 실천해 온 일들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추진해 오신 남, 북의 화해, 협력, 교류, 통일을 위한 노력을 민간인 차원에서, 해외동포의 한사람으로서 해 온 죄밖에 없습니다. 남편은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상봉을 하시고, 6. 15 공동선언을 발표하자, 이곳 미국에서 6. 15 공동선언을 지지하고, 이행하는데 앞장 서 왔었습니다. 그리고 남.북 이산가족의 교류가 현실화되자 남편 역시 50여년간 헤어져 있던 혈육을 찾는 일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2000년 8월 있었던 이산가족의 상봉 장면을 보며, 눈시울을 붉히던 남편은 북에 있는 동생과 상봉하기 위해 2000년 10월 처음으로 북을 방문했습니다. 남.북간의 화해와 단합을 위해서는 출판, 문화, 언론의 교류가 시급하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과 마찬가지로 남편 역시 그 중요성을 생각하고 북에서 출판한 책은 아니지만, 재일동포가 쓴 <김정일의 통일전략>이라는 책의 출간을 주선했던 것입니다.

도대체 세상에 이러한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증진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셨는데, 권력도 힘도 없는 저의 남편은 대통령께서 추진한 그 노력들을 민간인 입장에서 추진했다는 이유로 국정원에 의해 체포, 구속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혈육을 찾아 처음으로 북을 방문한 것을 마치 북의 지령을 받기위해 방북한 것인 양 거짓 혐의를 씌우고, 방북한 것이 국가보안법상 잠입, 탈출에 해당한다고 혐의를 적용하는 일이 어디있습니까? 미국 시민권자인 남편이 어디를 잠입, 탈출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분명히 밝혀두지만 남편은 방북 전, 그리고 방북 이후 뉴욕 현지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책임있는 대한민국 관리에게 방북에 대해 소상히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남편이 연방제를 찬양하는 행위를 했다고 하는데 6. 15 공동선언에 의하면, 연합제와 연방제에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통일론 역시 1단계는 연합제, 2단계는 연방제 아닙니까?

저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연방공화국입니다. 도무지 국정원은 저같은 평범한 사람조차도 납득할 수 없는 상식이하의 거짓 혐의를 들이대며, 죄없는 남편을 죄인으로 몰고 가고 있습니다.

주위분들은 제 남편이 "정치적 희생양"이 된게 아니냐고 하십니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과 정부, 집권 여당이 국가보안법의 모순성을 인정하고 개정을 하려하자,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반대하고, 국가보안법을 통해 기득권을 유지해 온 수구세력들이 꾸민 음모의 희생자라는 겁니다. 한미 관계가 복잡한 시기,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시기에 맞춰 미국 시민권자를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여, 김대중 대통령을 궁지에 몰기 위해 저지른 짓이라는 겁니다. 저희 남편과 같이 통일에 앞장서는 민간인, 통일운동단체들이 남과 북의 정부와 손을 잡고 온 겨레가 화해와 단합, 통일의 길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 하는 반통일세력들이 꾸민 음모라는 것입니다.

저희 가족뿐 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이 사건을 접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 법무부장관께서도 이 사건을 접하고, 미국내 민권단체를 통해 송학삼 석방을 위한 미 전국캠페인을 전개하고 계십니다. 남편이 참여해 온 민족통일학교, 자주민주통일미주연합, 그리고 수 많은 단체, 주위의 분들이 남편의 석방 운동에 앞장 서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이번 사건이 한 개인이 겪는 고통과 수난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세기 이상 분단된 조국을 보며, 나라의 운명과 장래를 생각하는 이들, 남편처럼 민족과 통일문제에 눈을 뜬 "행동하는 양심"을 지닌 이들이 겪는 수난이라 생각됩니다. 저 같이 평범한 사람도 우리의 조국이 국가보안법으로 꽁꽁 얽매여 있는 한 어느 누구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을 뿐더러, 우리 민족은 결코 화해와 통일의 길을 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국정원에 끌려 갔다는 소식을 듣고, 두려움과 걱정에 밤을 지새우며 눈물을 흘렸던 저는 이제 그 눈물을 거두려 합니다. 분단된 우리 민족이 통한의 눈물 자욱을 씻어내고, 통일을 이루는 날, 그날이 오면 저는 저의 남편과 가족들의 손을 잡고, 펑펑 소리내어 실컷 감격의 눈물을 흘리려 합니다.

김대중 대통령께 간곡히 호소합니다.

저의 남편이 하루속히 당당한 걸음으로 다시 가족의 곁으로 돌아 올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국가보안법이 사라지고, 우리 민족이 진정 통일의 길로 걸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주십시오.
송학삼의 아내 송영숙, 아들 송소현, 딸 송안영, 송세라 드림
2001/03/15 00:00 2001/03/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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