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를 비롯하여 많은 종교·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오래 전부터 인간복제금지를 포함한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생명공학 연구를 규제하는 법을 제정하도록 정부에 요구해왔습니다. 이런 요구에 대해서 뒤늦기는 하지만 과학기술부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하여 산하에 생명윤리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자문위원회는 육성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특정 부처에 의해서 운영되어서는 안된다는 여론에 따라서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할 것으로 애초에 입안되었지만, 국무총리실가 산하에 자문위원회 설치를 거부함으로써 과학기술부 산하에 설치·운영하도록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시민사회단체 일부에서는 육성에 치우친 부처에 의해 운영되는 자문위원회는 단지 생명공학 연구를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또 하나의 '거수기' 역할만 할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과학기술부가 밝힌 자문위원회 구성안을 살펴보면 이런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만 보면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위원장은 과학기술자가 아닌 윤리학자 맡아서 생명공학연구자들의 이해관계로 벗어나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과학기술부의 안은 과학기술계 인사를 위원장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이 점에서 위원장 후보로 추천된 법학자가 위원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문제는 윤리적인 논란이 일고 있는 과학자들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 포함시킨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 8월에 인간배아복제 실험과 인간 수정란를 파괴하는 연구를 진행하여 윤리적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와 마리아불임 클리닉의 박세필 박사를 위원으로 선임하려는 과학기술부의 계획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는 과학기술부가 계획하고 있는 생명공학윤리규제법을 만들기 위해서 자문위원회가 최우선으로 할 일은 최근의 황우석 교수와 박세필 박사의 연구에 대한 윤리적 검토와 평가라고 믿습니다. 이러한 연구가 과연 윤리적으로 허용가능한 것인지를 논의하고 결론을 내리는 일 자체가 바로 규제법안을 만드는 과정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윤리적 검토의 대상자인 두 과학자가 위원회에 참가한다면 두 연구에 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평가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이에 기반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합리적인 윤리법안을 결코 만들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시민과학센터는 황우석 교수와 박세필 박사를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이 자문위원회 구성의 의미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하며, 이 과학자들을 자문위원회에 위촉하려는 계획을 취소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합니다.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 한재각
2000/09/28 00:00 2000/09/28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PSPD/trackback/1969

댓글을 달아 주세요